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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 굽는 타자기]福 부르고 잡귀 쫓는 '호작도'엔 시대의 가치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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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미술·건축 속 동식물·상징 풀이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세계적인 인기에 호작도 또는 작호도로 불리는 민화가 주목받고 있다. 까치와 호랑이를 함께 그린 그림이다. 우리 조상들은 까치를 복과 반가운 소식을 가져오는 길조로, 호랑이는 권력을 상징하는 동시에 액운을 물리치고 잡귀를 막아준다고 여겼다. 정월 초하룻날 대문 앞에 호작도를 붙여놓으면 집안에 복을 들이고 잡귀를 막을 수 있다고 믿었다. 호랑이 외에 용, 문신(門神) 등을 그린 그림을 대문에 붙였다.


허균 한국민화학회 고문이 쓴 '전통 미술의 상징 코드'도 표지 그림으로 호작도를 사용했다. 호작도처럼 우리의 전통 미술과 건축에 쓰인 동식물, 상징들이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책이다. 케데헌 열풍으로 우리 전통 미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요즈음 딱 어울리는 책이다.


그림을 주제로 다루는 데다 선조들의 생활 모습이 옛날이야기처럼 펼쳐지다 보니 책은 술술 읽힌다. 글쓴이는 옛 그림 속 상징들이 사회적 맥락과 일상생활 속에서 어떻게 작동했는가에 주목한다. 한국 전통 미술이 단순한 예술 작품에 그치는 것이 시대의 가치관을 담고 있음을 보여준다.

[빵 굽는 타자기]福 부르고 잡귀 쫓는 '호작도'엔 시대의 가치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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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문자도는 유교의 여덟 가지 덕목을 주제로 한 문자 그림이다. 그중 효자도에는 잉어, 죽순, 부채, 거문고 등이 자주 등장한다. 모두 효행과 관련된 이야기에 나오는 동식물과 기물들이다. 죽순은 중국 삼국시대 오나라의 맹종 이야기에 나온다. 맹종이 엄동설한에 죽순을 먹고 싶어 하는 병든 어머니를 위해 대숲에 갔지만 끝내 죽순을 구할 수 없었다. 맹종이 너무 슬퍼 우는데, 눈물이 떨어진 자리에 죽순이 솟아났다고 한다.


동쪽을 뜻하는 한자 '동(東)'은 '해 일(日)'과 '나무 목(木)'을 합친 글자로 해가 나무에 걸친 모습을 상형화했다. 즉 동쪽은 해가 떠오르는, 그래서 생명의 기운이 시작되는 방위를 뜻하며 이 때문에 세자가 거처하는 곳을 동궁이라 불렀다. 태조 이성계가 조선을 건국하며 역대 왕과 왕비의 신주를 모신 종묘를 동쪽에 둔 이유는 죽은 선왕을 산사람처럼 공경하며 모시기 위해서였다.


책은 네 개의 장으로 나뉜다. 각각 다루는 주제는 ▲길상과 벽사, ▲삶과 죽음, ▲동서남북의 공간, ▲해와 달, 별을 품은 천문의 세계다. 허 고문은 전통 미술에 담긴 의미를 하나하나 풀어내며 선조들의 우주관과 자연관, 종교적 가치관, 생활철학, 현실적 욕망이 얽혀있다고 설명한다. 또한 동일한 상징들이 그림 속에 녹아있는 이유는 우주의 질서 원리를 따라야 하늘로부터 복을 받을 수 있다는 선조들의 믿음 때문이었다고 덧붙인다.


케데헌 속에는 작호도 뿐 아니라 갓, 노리개, 오봉일월도 등 수많은 우리 전통문화의 상징들이 녹아있다. 케데헌 열풍은 전통문화의 상징을 오늘날의 감각에 맞춰 새롭게 재해석했다는 점 때문이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공유하고 있는 한국인이라는 정체성 때문이다.


케데헌 열풍은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사실을 증명했다. 전통 미술의 상징 코드가 어느 때보다 흥미로울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책은 단순한 전통 미술 해설서를 넘어 오늘날 우리가 전통을 바라보는 시각을 새롭게 해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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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미술의 상징 코드 | 허균 지음 | 돌베개 | 296쪽 | 2만2000원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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