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른 그들은 어떻게 1조 원을 벌었을까
한때 '미니멀리즘'이 유행처럼 번진 적이 있었다. '맥시멀리즘'의 시대, 풍요에 지친 사람들이 점차 정리와 비움의 필요성을 깨닫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최근 미니멀리즘의 개념은 다시 정의되고 있다. 단순히 있는 것을 버리고 없애는 것이 아니라, 이미 가진 것을 정리하고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는 것이 곧 비움이며, 환경에도 도움이 된다는 인식이다.
요즘처럼 물질적 풍요가 넘치는 시대에는 '하지 않음'의 미학이 빛을 발한다. 더 많이 일하고, 더 많이 소비하던 시대를 지나 이제는 있는 그대로 만족을 찾으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환경을 위해 새 텀블러를 사는 대신 집에 있는 컵을 활용하는 식이다. 개인의 삶에서도 끝없는 노력 대신, 삶의 본질에 집중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 책은 이러한 철학을 패션 경영에 적용한 사례를 소개한다. 일본에서 유니클로를 제치고 10년 연속 최고 이익을 기록한 패션 기업 '워크맨'은 직원들에게 야근, 마감, 실적 목표 같은 스트레스를 과감히 없앴다. 억지로 열심히 하도록 몰아붙이는 대신, 기한을 없애고 스스로 목표를 실행하게 한 것이다.
워크맨의 하지 않음은 말 그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다. 본질에 집중하고 불필요한 것을 덜어내는 데 핵심이 있다. 예컨대 워크맨은 시즌 세일을 하지 않는다. 할인으로 산 사람과 정가로 산 사람 사이에 불평등이 생기기 때문이다. 대신 '할인을 하지 않아도 팔릴 만한 옷'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워크맨은 무엇을 팔지도 분명하다. '잘 만든 튼튼한 작업복은 일상 어디서든 쓸 수 있다'는 단순한 명제가 소비자의 마음을 파고든 것이다. 특별한 날을 위한 값비싼 옷 대신, 일상에서 편하고 세련되게 입을 수 있는 작업복을 제안하며 새로운 패션 영역을 열었다.
책을 읽고 나면 무언가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야말로 가장 어려운 일임을 깨닫게 된다. 본질을 꿰뚫는 안목과, 더 얻을 기회마저 외면할 용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워크맨이 얻은 성과는 지속 가능성과 안정감이었다. 수십 년간 쌓은 고객 신뢰, 유행에 흔들리지 않는 꾸준한 수요는 '신뢰'라는 단단한 뿌리에서 비롯됐다. 저자는 불필요한 것을 하지 않기로 결정하는 순간, 진짜 중요한 것을 지킬 힘을 얻게 된다고 말한다.
이 책이 던지는 메시지는 오늘날에도 유효하다. 과잉과 피로에 지친 사회에서 '덜함'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것은 개인과 조직 모두에게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다. 우리 삶에도 덜어내야 할 무언가가 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분명히 하고, 모르는 것을 직시할 때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은 오히려 단순하고 명확해질 것이다.
워크맨의 사례는 단순한 기업 성공담을 넘어, 현대인이 지향해야 할 삶의 방향을 보여준다. 하지 않음이라는 역설적 전략이 어떻게 진정한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담은 이 책은, 복잡하고 바쁜 일상에 지친 이들에게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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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른 그들은 어떻게 1조 원을 벌었을까|츠치야 테츠오 지음|필로틱 264쪽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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