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오는 3일 중국의 항일전쟁 승전(전승절) 80주년 열병식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1일 열차를 타고 중국으로 향할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 천안문 위에 북·중·러 정상이 나란히 선 광경이 펼쳐질 전망이다.
1일 복수의 정보 소식통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이번 베이징 방문에 편도 20~24시간 소요되는 특별열차를 이용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의 정상 전용기 '참매 1호'는 2018년 6월 이후 한 번도 이용된 적이 없어 이번에도 비행기보다는 열차 이용에 무게가 실린다. 베이징 현지에서 김 위원장을 비롯한 북한 측 인사의 숙박에 대비하는 동향이 파악되지 않고 있다. 외부 숙박 없이 열차로 장기 이동해 2일 베이징 도착 후 중국 정부의 공식 영빈관인 조어대(댜오위타이)에서 곧바로 묵을 가능성이 높다.
이번 김 위원장 방중은 사실상 첫 '국제 다자 행사' 참석이란 점에서 이례적이란 평가다. 중국 전승절 기념식은 여러 정상급 인사가 모이는 자리여서 김 위원장 참석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것이 대체적인 전망이었다. 실제 북한 정상이 다자 성격의 해외 일정에 참석한 것은 1980년 고(故) 김일성 주석의 유고슬라비아 전 대통령 장례식 이후 45년 만이다. 김 위원장 부친인 고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기에는 전례가 없다.
정부는 김 위원장 방중 일정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달 25일(현지시간)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와 관련해 비공개 논의를 했을 가능성도 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전날 언론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의 방중을) 정보 사항으로서 다 알고 있었다"고 했다.
김 위원장의 방중 의도에 대해서는 해석이 엇갈린다. 2018년 6월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당시 김 위원장은 두 차례(3월 베이징·5월 다롄)에 걸쳐 방중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을 했다. 이번 행보가 북미대화를 앞두고 전통적 우호국인 중국과 접촉하는 전례에 따른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조 장관은 "북한이 제대로 된 정상 국가가 되려면 언젠가는 미국, 대한민국과도 협력을 같이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기 때문에 일단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라고 말했다.
반면 '한·미·일 vs 북·중·러' 신냉전 구도가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동시에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명예교수는 "외형상 북·중·러 연대를 부각할 것이나, 실질적으론 북·중 관계 복원에 방점이 있다"면서도 "한·미·일 대 북·중·러 신냉전 구도 고착화를 방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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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10월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 김 위원장이 참석할 것인지도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다만 위성락 대통령실 안보실장은 전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을 APEC에 공식 초청할 의사를 묻자 "그럴 일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조 장관도 "그 가능성은 현재로서 매우 낮다"고 말했다.
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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