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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질 것에 대한 두려움을 예술로 승화...루이즈 부르주아 '덧없고 영원한'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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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암미술관서 30일 개막
국내 최대 규모 부르주아 회고전
회화, 조각, 설치 등 106점 전시
부모 향한 애증(愛憎), 유기에 대한 두려움,
동력 삼아 예술 혼 발휘
70년 예술 세계 입체적 조명

"내가 추구하는 것은 이미지가 아니다. 개념도 아니다. 내가 재현하고 싶은 것은 감정이다. 갈망하고, 내어주고, 파괴하려는 감정." - 루이즈 부르주아

20세기 현대미술의 거장 루이즈 부르주아(1911~2010)의 개인전 '루이즈 부르주아: 덧없고 영원한'이 용인 호암미술관에서 개막했다. 국내에서 열리는 루이즈 부르주아의 최대 규모 미술관 회고전으로, 회화, 조각, 설치 등 총 106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버려질 것에 대한 두려움을 예술로 승화...루이즈 부르주아 '덧없고 영원한'展 호암미술관 '루이즈 부르주아: 덧없고 영원한' 전시 작품. 어머니의 유방와 어린아이를 연결한 끈이 끊어진 모습으로, 엄마로부터의 단절과 유기를 상징함. 서믿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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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제목 '덧없고 영원한'은 부르주아가 생전에 쓴 글에서 차용했다. 일평생 탐구해 온 기억과 트라우마, 신체, 시간과 관련한 내면 심리를 반영한다. 전시는 '사라지는 것과 영원한 것'이라는 시간의 양극 개념을 통해 남성과 여성, 과거와 현재, 무의식과 현실 사이의 경계에서 끊임없이 흔들리는 정체성과 감정을 포착한다.


부르주아는 프랑스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활동하면서 자전적 서사와 감정의 구조를 탐구하는 조형 언어로 20세기 전위미술에 큰 획을 그은 예술 거장이다. 설치, 퍼포먼스, 드로잉, 회화, 판화 등 그의 예술은 여러 범주를 넘나들며 종횡무진했다.


부르주아 예술 근간은 부모를 향한 애증(愛憎)

그의 예술세계 근간에는 어머니 조제핀과 아버지 루이와의 애증(愛憎)이 자리한다. 작가가 남긴 여러 글에 따르면 아버지의 관심을 받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으나 아들을 원했던 아버지는 자신의 외모를 많이 닮은 딸에게 곁을 주지 않았다. 이번 전시에는 노년의 부르주아가 어릴 적 아버지가 자신을 귤껍질로 만든 형상보다 못생겼다고 지칭한 데 대한 서러움을 드러내면 눈물짓는 영상도 전시됐다. 또한, 그에게 어머니는 경쟁과 질투의 대상이자, 자신을 유기한 존재였다. 평생 버려질 것에 대한 두려움에 시달리며 불안증세를 보였던 그는 출산 자체를 어머니로부터의 '유기'로 여겼다.


전시장 입구에서 관람객을 맞는 건 수건을 짜듯 뒤틀린 형태의 조형 작품 '커플'(2003)이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이진아 큐레이터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향한 대립적이고 양가적 감정을 나선으로 표현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버려질 것에 대한 두려움을 예술로 승화...루이즈 부르주아 '덧없고 영원한'展 호암미술관 '루이즈 부르주아: 덧없고 영원한' 전시 작품. 검은 드레스와 아래 구체는 남근, 구체만 떼 놓고 보면 유방을 상징한다. 서믿음 기자

'밀실(검은 날들)'(2006) 작품은 작가가 1991년부터 선보인 방 형태의 설치물이다. 어릴 적, 어머니가 '패피스트리'(손으로 짠 직물 예술의 한 종류) 복원 작업장을 운영한 탓에 작가에게 익숙한 의상들을 마네킹에 입혀 전시했다. 검은 드레스 바닥에는 두 개의 대리석 구체가 놓였는데, 이는 유방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드레스와 시각적으로 정렬되면서 남근 형상으로 비치기도 한다. 이는 타인과의 관계를 왜곡시키는 질투의 심리적 효과에 대한 부르주아의 관심을 반영한다.

버려질 것에 대한 두려움을 예술로 승화...루이즈 부르주아 '덧없고 영원한'展 호암미술관 '루이즈 부르주아: 덧없고 영원한' 전시 작품. 부모의 잠자리를 몰래 엿보는 듯한 연출이 느껴진다. 부르주아 작가는 이를 통해 욕망과 트라우마, 사랑과 창조, 불안의 공존을 표현했다. 서믿음 기자

'붉은 방(부모)'(1994) 역시 밀실 형태의 설치 작품이다. 문으로 둘러싸인 방 중앙에는 붉은 고무로 덮인 침대가 놓여 있고, 주변엔 실로폰과 장난감 등이 어질러져 있다. 그 위에는 눈물 모양의 유리가 위태롭게 매달려 있다. 관람객은 안으로 들어갈 수 없어 마치 문틈으로 부모의 잠자리를 엿보는 듯한 느낌을 전하는데, 이는 욕망과 트라우마, 사랑과 창조, 불안이 공존하는 가정의 풍경을 묘사한다.


엄마를 향한 돌봄과 폭력의 양가감정...버려짐에 대한 두려움
버려질 것에 대한 두려움을 예술로 승화...루이즈 부르주아 '덧없고 영원한'展 호암미술관 '루이즈 부르주아: 덧없고 영원한' 전시 작품. 거미는 엄마를 상징한다. 아이를 돌보는 존재이자 때로는 폭력적 존재의 양가성을 상징함. 서믿음 기자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웅크린 거미 형상을 한 대형 '마망' 작품이다. 부르주아에게 거미는 엄마를 상징한다. 어린 시절 늘 바느질하던 엄마의 모습을 거미줄로 집을 짓는 거미로 표현한 것. 이 큐레이터는 "해당 작품은 모성에 대한 작가의 양가적 감정을 드러낸다"며 "무서운 형상은 아이들 돌보는 존재임과 동시에 폭력적 존재일 수 있음을 나타낸다. 버려짐에 대한 두려움을 이야기하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아버지의 파괴' 작품은 가부장적 권위에 대한 분노와 불안을 응축한 작품이다. "(어린 시절) 아버지의 자기과시에 지친 가족들이 그를 끌어내려 사지를 찢고 먹어 치우는 상상을 했다"는 작가의 고백은 아버지를 향한 증오를 드러낸다. 이 큐레이터는 "부르주아는 아버지가 가정부와 불륜을 저질렀고, 엄마는 그 사실을 알고도 묵인했다"며 "부르주아는 부모가 자신을 배신했다는 상처를 입었고, 오랜 시간 정신 분석을 받았다"고 말했다. 역설적으로 아버지 사망 후에 심한 우울증을 겪었는데, 이 큐레이터는 "증오대상이 갑자기 사라졌을 때의 허망함이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버려질 것에 대한 두려움을 예술로 승화...루이즈 부르주아 '덧없고 영원한'展 호암미술관 '루이즈 부르주아: 덧없고 영원한' 전시 작품. 관심을 갈구했으나 곁을 주지 않은 아버지를 향한 증오 표현. 부르주아에게 아버지는 어머니를 두고 가정부와 불륜을 저지른 대상이었다. 서믿음 기자

작가는 심각한 우울증을 겪으며, 33년간 정신분석을 받았다. 1952~1967년 꿈 기록, 작업 노트, 메모 등 방대한 기록을 남겼는데, 그런 내용도 이번 전시에 공개된다. "오이디푸스 시기에 나는 결코 기회를 얻지 못했다"는 고백은 부르주아의 예술세계를 이해하는 주요한 단서가 된다.


이번 전시는 루이즈 부르주아의 아시아 순회 전시의 일환으로 뉴욕 이스턴 재단과 협력해 기획됐다. 80%수준인 재단 전시품 외 나머지는 호암미술관 소장품과 개별 수급으로 이뤄졌다.


전시는 내년 1월4일까지 이어진다. 전시 관련 프로그램으로는 프랜시스 모리스 이화여대 석좌교수의 초청 강연(10월30일), 박선아 시 연구자의 강연(11월4일), 김지승 작가의 강연(11월26일), 이진아 큐레이터 토크(11월19일) 등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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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호암미술관 내 '호암 카페'가 오는 29일 신규 개점한다. 그간 지속적으로 제기됐던 미술관 내 식당 부재의 문제가 해결되면서 관람객 이용 편의도가 높아지게 됐다. 경관을 해치지 않도록 지하에 공간을 마련하고, 한쪽 벽면을 지상과 연결해 경관미와 채광도를 확보했다. 식사와 음료 외 외부 경관을 보며 즐길 수 있도록 도시락도 판매할 예정이다.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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