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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무리한 발주 제동" 공사비·기간 이의제기권…발주처 외면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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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안전특별법 보완 착수…발주자 책임 강화
안전비용, 공공 발주엔 기재부 예산 뒷받침 필요

앞으로 건설공사 발주 주체는 시공사의 추가 비용 청구나 공사 기간 연장 요구를 접수해 검토해야 하고, 그 결과를 반드시 시공사에 알려야 한다. 발주사가 최저가 입찰 등으로 사업비는 졸라매고, 공사 기간은 서두르면서 발생하는 안전사고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나온 강력 조치다.


25일 건설업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원내운영수석부대표 의원실을 중심으로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건설안전특별법'에 대한 보완 입법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특별법은 지난 6월 말 문 의원이 대표발의해, 지난 21일 국토위 전체회의에 상정돼 소위원회로 회부됐다. 이 법은 발주자·설계자·감리자·시공자·하수급시공자(하청) 등 공사 주체별로 권한에 맞는 안전관리 책임을 부여하고 주체별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발주자에 이의제기권' 신설…반드시 답변·통지해야
[단독] "무리한 발주 제동" 공사비·기간 이의제기권…발주처 외면 못한다 붕괴 사고가 발생한 경기 광명시 신안산선 지하터널 공사 현장에서 지난 4월 16일 구조대원들이 실종자 1명에 대한 수습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날 오후 이번 사고로 실종됐던 포스코이앤씨 소속의 50대 근로자 A씨를 발견했다. 구조대원들은 사망한 상태의 A씨를 수습했으며, 중앙대 광명병원으로 이송했다. 사고 발생 125시간여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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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국가·공공기관·시도청 등 공공공사 발주자나 시행사·개인·조합 등 민간공사 발주 주체가 공사 안전에 대해서는 책임지지 않는 현 시공 생태계를 개선하기 위해 보완작업을 시작했다.


현장에서는 폭염·폭우 같은 예측하기 어려운 변수뿐 아니라 안전 점검 등으로 공사 중지가 반복되면 일정이 촉박해지고 결국 무리한 작업을 할 수밖에 없다. 현장 안전점검 과정에서 드러나는 위험은 계약 단계에서 반영하기 어렵다. '계약대로' 공사를 밀어붙인 결과 인명 피해가 반복돼 온 만큼 건설안전특별법은 안전 문제에 한해 재조정 절차를 강제하는 장치라는 점에서 단순한 계약 변경과는 다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발주처가 정한 공사 기간 자체가 과거 실적이나 경험을 단순 적용하는 식이어서 비현실적으로 짧다"며 "일정이 부족하다 보니 밤샘 돌관 작업(마감에 맞추기 위해 공정을 강제로 밀어붙이는 공사)으로 인명사고가 반복된다"고 설명했다.


문 의원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발주처에 대한 '시공사의 이의제기권'을 신설하는 안을 담기로 했다. 기존 안에는 시공사가 착공 전 공사 기간·비용의 적정성을 검토하는 의무를 부여했다. 그러나 결과가 부당해도 발주자에 이의를 제기할 권한은 없었다.


하청업체는 원청 시공사에 변경을 요구할 수 있고 시공사는 반드시 답을 주도록 한 상황이어서, 공사 요건 변경의 책임이 원청에 쏠리는 구조가 됐다. 법안 수정을 하면서 공사비용 청구 등 이의제기 절차를 밟을 수 있게 했다. 시공사가 안전 관련 공사 기간이나 비용 문제를 제기하면 발주자는 반드시 그 결과를 통보해야 한다.


기존에도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 태풍·홍수 등 불가항력적 사유가 발생하거나 발주자 귀책 사유를 이유로, 공기 연장을 요구할 수 있었다. 발주자도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이를 연장해야 한다는 규정(산업안전보건법)은 있었다. 그러나 비용 청구는 할 수 없었다. 문 의원실 관계자는 "실효성을 높이려면 시공사도 발주처에 '재심사해 달라'고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문 의원실은 이 내용을 포함한 보완 입법을 한 달 내에 추진한다.


이재명 대통령 "징벌적 배상 검토"…정부도 강경 기조
[단독] "무리한 발주 제동" 공사비·기간 이의제기권…발주처 외면 못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상경 국토교통부 1차관이 산업재해 대책 구두보고 직전 전달한 건설안전특별법 관련 보고서를 살펴보고 있다. 대통령실 국무회의 영상 캡처

정부도 입법 의지가 강하다. 지난달 29일 국무회의에서 이상경 국토부 1차관은 산업재해 대처 방안을 보고할 순서가 되자 준비된 자료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즉흥적으로 문 의원이 발의한 건설안전특별법을 꺼냈다.


이 차관은 "기존 자료에 반영하지 못해 구두로 (특별법에 대해) 설명드린다"며 "문 의원이 발의해 국회와 법령 작업을 협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업계 반발이 예상되지만 실효성 측면에서 강력하게 작동할 수 있다"며 "다만 발주처 비용 부담이 커 공공 발주자는 국가재정법에 따라 기획재정부와 예산을 협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회의는 이재명 대통령이 "상습적, 반복적 사망사고가 발생하는 경우 징벌적배상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며 강도 높은 건설 안전 대책을 주문한 날이었다. 이 차관의 보고를 들은 이 대통령은 "건설 안전에 관한 법을 새로 만들어 제재와 책임을 강화하자는 얘기 아니냐. 중요한 일"이라고 답했다.


소위원회로 넘어온 이 법은 심사(필요시 공청회) 후 국회 상임위 전체회의, 법제사법위원회, 본회의 표결 후 대통령이 공포하면 시행된다. 최근 대형 현장에서 잇따라 인명 사고가 발생하면서 통과할 가능성은 더 높아졌다.


안홍섭 한국건설안전학회장은 "건설안전특별법은 발주자의 포괄적 책임을 명문화해 책임의 불공정을 바로잡는 것이 핵심"이라며 "책임 체계를 공정하게 세워야 계약제도의 왜곡을 고치고, 건설 산업을 선순환으로 돌릴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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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학회장은 "우리 건설산업의 가장 큰 문제는 발주자가 무소불위 권한만 누릴 뿐 책임은 지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저가 입찰이 반복되는 한 공사비와 공사 기간은 늘 부족할 수밖에 없고, 이를 바로잡을 수 있는 주체는 발주자뿐"이라고 했다.




최서윤 기자 sychoi@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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