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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육 늘려 소련 무찌르자" 단백질 과자의 기구한 탄생[맛있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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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련 운동선수 이길 美 '비밀 무기'
스테로이드 발명가가 만든 단백질 파우더

편집자주최초의 과자는 고대 메소포타미아 문명에서 발견됐다고 합니다. 과자는 인간 역사의 매 순간을 함께 해 온 셈이지요. 비스킷, 초콜릿, 아이스크림까지. 우리가 사랑하는 과자들에 얽힌 맛있는 이야기를 전해 드립니다.

초코바부터 아이스크림에 이르기까지, 칼로리는 줄이고 단백질 함량은 늘린 '단백질 과자' 열풍이 뜨겁다. 지금은 건강식품으로 소비되지만, 사실 단백질 식품은 1950년대 냉전 당시 미국과 소비에트 연방(소련)의 체제 경쟁 무기 중 하나였다. 소련 운동선수를 반드시 앞질러야 했던 미국 선수들의 근육 강화제로 쓰였기 때문이다.

소련 꺾으려 스테로이드 만들었다가…환멸에 운동계 은퇴

"근육 늘려 소련 무찌르자" 단백질 과자의 기구한 탄생[맛있는 이야기] 1950년대 미국 신문의 합성 단백질 파우더 '하이 프로틴' 광고. 온라인 아카이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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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현대적 단백질 파우더를 개발한 인물은 미국의 보디빌더이자 영양학자인 존 보슬리 지글러 박사다. 지글러 박사는 2차 세계대전 참전 용사이자 태평양 전쟁의 참상을 목격한 생존자였으며, 전후엔 미·소 체제 경쟁에 휘말렸다. 1950년대 초 지글러 박사는 미국 역도 국가 대표팀의 영양학자로 일했는데, 당시 그는 미국 선수의 근육량을 늘리는 방안을 찾는데 몰두했다.


이 과정에서 지글러 박사는 보충제 개념인 합성 단백질 파우더를 만들었다. 또 1954년엔 소련 선수들이 테스토스테론(남성 호르몬)을 주사받아 근육량을 늘렸다는 소문을 전해 듣곤 '디아나볼'이라는 근육 강화제도 발명했다. 디아나볼은 세계 최초의 스테로이드 약물로, 남녀를 가리지 않고 운동선수의 근력을 단기간에 성장시켜주는 대가로 끔찍한 부작용을 감수해야 했다.


"근육 늘려 소련 무찌르자" 단백질 과자의 기구한 탄생[맛있는 이야기] 존 보슬리 지글러 박사. 인터넷 홈페이지 '스타팅 스트렝스' 캡처

지글러 박사가 일했던 1950~1960년대는 냉전 체제 경쟁이 절정에 이른 시기였다. 미소 양대 열강의 대결은 운동 경기에서조차 물러설 수 없었고, 소련을 이겨야 한다는 절박감 때문에 미국 선수들은 처방 용량 20배의 스테로이드를 투약하기도 했다. 지글러 박사가 아무리 부작용을 경고해도 소용없었다. 결국 1971년 미 식품의약국(FDA)은 스테로이드를 금지 약물로 규정했다.


자기가 개발한 약물 때문에 선수들이 위험에 처했다는 사실을 깨달은 지글러 박사는 결국 운동계에서 손을 뗐다. 그는 1972년 미국 과학 대중지 '사이언스'와의 인터뷰에서 "스테로이드는 마치 마약처럼 미국에 퍼졌다"며 "과거로 돌아가 내가 했던 일을 지워버리고 싶다"며 자책하기도 했다.

최초의 단백질 과자, 美 전역 휩쓸다

다만 지글러 박사가 남긴 또 다른 발명품, 합성 단백질 파우더는 운동선수뿐만 아니라 일반인 사이에서도 큰 인기를 구가하며 대량생산됐다. 지글러 박사가 관리하던 역도 선수이자, 유명 보디빌더인 밥 호프만 덕분이다.


호프만은 운동으로 얻은 유명세를 십분 활용해 운동 기구, 운동 잡지, 건강식 등 다양한 사업을 벌였는데, 특히 그는 단백질 파우더 판매에 공을 들였다. 1950년대 초 운동선수들은 스테로이드 효과를 단백질 파우더 효과로 오인, 단백질 섭취를 늘리는 데 혈안이 된 상태였다. 이런 가운데 호프만이 '근육 성장의 비법'이라며 특제 단백질 파우더 '하이 프로틴(Hi-Protein)'을 내놓자, 제품은 불티난 듯 팔려나갔다.


"근육 늘려 소련 무찌르자" 단백질 과자의 기구한 탄생[맛있는 이야기] 하이 프로틴 합성 단백질 파우더로 만든 과자, 하이 프로틴 퍼지의 모습. 페이스북 캡처

성공에 고무된 호프만은 새로운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가루 형태로만 판매되던 하이 프로틴을 빵, 과자 등에 첨가하는 것이다. 애초 지글러 박사와 달리 전문 영양 지식을 갖추지 못했던 호프만은 주먹구구식으로 제품을 개발했던 터라, 하이 프로틴은 고약한 냄새와 이상한 식감으로 악명 높았다. 호프만은 하이 프로틴을 달콤한 과자 안에 넣어 역겨운 맛을 중화하고 접근성을 늘리고자 했다. 덕분에 세계 최초의 단백질 과자인 '하이 프로틴 퍼지'가 탄생했다.

체제 경쟁의 무기에서 현대인의 건강 간식으로

하이 프로틴 퍼지의 성공 이후, 거대 식품 기업들이 단백질 제품 개발에 뛰어들면서 보충제 시장은 극적으로 확대됐다. 오늘날 단백질 과자는 일반 빵, 과자 제품만큼이나 흔히 찾아볼 수 있을 정도다. 게다가 건강과 맛을 동시에 생각하는 소비자들을 사로잡으면서 성장률은 더욱 가속하고 있다.


농수산식품유통공사 자료를 보면 국내 단백질 시장 규모는 2018년 800억원대에서 2023년 4500억원대로 5년간 5배가량 성장했다. 미국 단백질 식품 시장은 지난해 120억달러(약 16조6790억원)를 기록했으며, 오는 2033년엔 260억달러(약 36조137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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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백질 파우더는 발명 초기엔 스테로이드와 함께 소련 운동선수를 무찌를 비밀 무기였지만, 이제는 남녀노소 모두 즐기는 대표적인 건강 간식으로 자리매김했다. 비록 지글러 박사는 '스테로이드의 발명가'라는 오명을 남기긴 했지만, 동시에 그에 못지않은 유산도 함께 남긴 셈이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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