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기아감시체계, 가장 심각한 '기근' 도달
이스라엘의 봉쇄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굶어 죽는 사람들이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수천 명의 주민이 구호 트럭에 몰려들어 마치 '개미 떼'처럼 보이는 위성 사진이 공개됐다.
29일(현지시간) BBC 등에 따르면 미국 민간위성 기업 플래닛 랩스는 엄청난 수의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구호품 트럭에 몰려든 모습을 포착한 위성 사진을 공개했다. 심각한 기아 상황에 내몰린 주민들의 절박한 상황이 우주에서까지 관측된 것이다.
사진은 지난 26일 촬영된 것으로, BBC는 이날 가자지구에 15대의 구호 트럭이 들어갔다고 전했다. 이어 주민들이 만든 긴 줄이 구호 트럭에서부터 북쪽으로 무려 2㎞나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유엔 기구와 비영리단체 등으로 구성된 기아 감시 시스템인 통합식량안보단계(IPC) 파트너십은 이날 "가자지구 전역의 식량 상황이 5개 기아 단계 중 최상위 단계인 '기근'(Famine)에 해당하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닥쳤다"고 경고했다. 7월 기준으로 약 네 가구 중 한 가구(24%)가 심각한 굶주림을 겪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세계식량계획(WFP)도 가자지구의 인도주의적 위기를 200만명 이상이 사망했던 20세기 에티오피아와 나이지리아 비아프라 지역의 기아 사태와 비교했다.
앞서 이스라엘은 지난 3월 하마스가 구호품을 탈취한다며 가자지구를 전면 봉쇄했다. 이후 5월부터 가자인도주의재단(GHF)으로 구호품 배급 통로를 일원화하고 제한적 배급만 허용해왔다.
이 때문에 배급이 시작되면 굶주림을 못 이겨 무질서하게 몰려드는 인파로 현장은 아수라장이 되고, 이 과정에서 이스라엘군의 총격이나 압사 사고로 민간인들이 숨지는 참사가 되풀이되고 있다. GHF가 활동을 개시한 후 두 달간 식량을 구하려다 사망한 팔레스타인인만 500명을 넘고, 부상자는 40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자지구 주민들의 참혹한 상황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온 영상 등에서도 확인된다. 현장에 있던 한 언론인이 올린 영상에는 구호 트럭이 도착하자 수많은 사람이 몰려들더니 일부는 트럭을 타고 올라가는 등, 마치 재난 영화의 한 장면을 방불케 하는 모습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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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지구 주민을 아사 상황으로 몰아넣고 있다는 국제사회의 우려와 비난이 이어지자, 이스라엘은 27일부터 가자지구 일부 지역에서 매일 10시간 동안 교전을 중단하고 식량 반입 규모를 확대하는 등의 조처를 하기로 했다.
김현정 기자 kimhj20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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