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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전한 우리의 것 '한글서예'...평생 바친 서희환 30주기 회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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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희환 30주기 회고전
초창기부터 별세 전 작품 총망라
'한문서예'보다 주목도 낮았던,
'한글서예' 조명 의미
"한글서예 아름다움 마주하는 계기 되길"

너비 5.5m에 달하는 병풍에 약 1만 자가 빽빽하게 적혀있다. 내용은 1449년 세종대왕이 직접 지은 불교 찬가(讚歌)이자, 최초의 한글 활자본으로 알려진 '월인천강지곡'(1981)이다. 활자로 표현된 글씨에 생명력을 불어넣은 평보 한글 서체의 정수라 평가받는 해당 작품은 일평생 한글서예에 천착했던 평보 서희환(1934~1995)이 남긴 걸작으로 손꼽힌다.

온전한 우리의 것 '한글서예'...평생 바친 서희환 30주기 회고전 평보 서희환이 세종대왕이 직접 지은 최초의 한글 활자본으로 알려진 '월인천강지곡'을 자신만의 서체로 옮겨 적은 '월인천강지곡'(1981) 작품. 예술의전당 서울서예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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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한글서예가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되면서 그간 한문서예에 가려졌던 한글서예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주목할 만한 한글서예전 '평보 서희환: 보통의 걸음'이 예술의전당 서울서예박물관에서 개막했다. 서희환 30주기를 기념한 사후 최초 개인전으로, 서희환의 전 생애를 아우르는 120여점의 작품과 아카이브 자료를 선보인다.


서희원은 20세기 한국 서예계를 대표하는 한글서예가로, 1968년 제17회 대한민국 미술전람회(국전)에서 서예 부문 최초로 대통령상을 받은 이력을 지닌 예술가다. 한문서예가 주류이던 당시 그의 수상은 서단에 신선한 충격을 선사했다. 다만 당시 수상작인 '애국시'는 스승인 손재형(1902-1981)의 글씨와 지나치게 유사해 "스승 작품을 모방한 것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또한 한글서예에 대해 '전범(典範/전형적 규범)이 없다는 일각의 지적도 터져 나왔다.


하지만 서희환은 그런 비판을 발판 삼아 자신만의 예술 세계에 구축에 매진했다. 한글서예의 고전(古典)이라 할 수 있는 '훈민정음' '용비어천가' '월인석보' 등 조선 전기 한글 판본을 통해 한글의 원형을 연구하고, 자신만의 개성있는 서체를 만들었다. 김학명 큐레이터는 "한문서예는 오전히 우리의 것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 서희환은 조선 후기의 궁체와 민체에서 자연스러운 붓의 흐름을 익히고, 형식에 얽매이지 않으면서도 품격 있는 서체를 완성했다"고 설명했다.


서희환의 한글서예는 1960년대 후반 민족 정체성을 강조하던 사회적 흐름(한문→한글 사용 장려)과 맞물려 전국의 현판과 비문에 사용됐다. 국립묘지, 임진각 등에 남긴 순국 인물에 대한 비문이나 3.1운동 기념비문(익산·횡성), 충무공 동상문(목포), 항일투사 기념비문(서울), 주시경·방정환 비문(독립기념관) 등이 대표적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1983년 버마 아웅산 묘소 테러 사건의 추모 비문, 수도여자사범대학(현 세종대학교) 현판 글씨 원본(개인소장), 유네스코한국위원회 현판(유네스코한국위원회 소장) 등을 직접 감상할 수 있다.

온전한 우리의 것 '한글서예'...평생 바친 서희환 30주기 회고전 30여년간 평보 서희환의 작품을 수집하고 연구해온 고창진 수집가가 자신의 수집품 앞에서 설명하고 있다. 해당 작품은 '풍년비'와 '들에차'가 분리된 것을 고창진 수집가가 수소문 끝에 '풍년비' 부분을 찾아 완성본으로 만들었다. 예술의전당 서울서예박물관

이번 전시 작품 중 상당수는 30여년간 서희환의 작품을 수집하고 연구해 온 고창진 작품수집가가 제공했다. 그는 젊은 시절 우연히 접한 서희환의 작품을 보고 매료돼 이후 방방곡곡을 누비며 서희환의 작품을 수집했다. '풍년비 들에차'(1992) 작품도 그중 하나다. 분리돼 제작된 작품의 상단부를 찾아 전국을 돌며 수배한 끝에 어렵게 작품을 완성했다. 고창진 작품수집가는 "정말 오랜 시간을 들여 고생을 많이 했는데, 이산가족과 같았던 두 작품이 한데 모이게 돼 제 평생 가장 보람 있는 일이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는 서희환의 초창기 시절부터 말년에 이르기까지 40여년의 서예 인생을 총망라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한문서예에 가려 빛을 보지 못하던 시절부터 한글서예에 천착해 온 서희환의 헌신을 기리는 계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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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명 큐레이터는 "한글서예를 취미 삼는 사람은 꽤 있지만, 그 가치를 이해하고 탐구하는 사람은 적은 편이다. 올해 1월에야 한글서예가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된 건 그만큼 대중 관심 밖에 있었다는 것"이라면서도 "그럼에도 한글서예의 무형유산 지정이 추진된 것은 고무적이다. 이번 전시가 남녀노소 누구나 한글서예의 아름다움을 자연스럽게 마주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오는 10월12일까지 열린다.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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