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인멸 강조 내란특검
구속영장 부당함 주장 尹
‘비상계엄 배경·이유’ 등
진상 규명 수사 집중
윤석열 전 대통령이 9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이날 영장실질심사는 남세진(사법연수원 33기)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다. <2025.07.09 사진공동취재단>
윤석열 전 대통령이 석방 123일만인 10일 새벽 다시 구속됐다. 핵심 피의자의 신병 확보라는 산을 넘은 내란 특검은 당초 검찰이 다루지 않았던 외환 혐의는 물론 내란의 전모를 규명하는데 수사 포인트를 맞출 것으로 보인다. 서울구치소에 재수감된 윤 전 대통령은 10일 오전 예정돼 있던 내란 사건 재판에 불출석 사유서를 내고 나오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남세진 영장전담 판사의 구속영장 발부 사유는 특검팀이 강조했던대로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는 것이었다. 특검팀은 내란과 체포방해 등의 최종 지시·책임자인 윤 전 대통령이 불구속 상태로 있을 경우 다른 사건 관련자들의 진술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이는 결국 증거인 멸과 수사 방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실제 구속영장 청구서에 이 부분을 16페이지에 걸쳐 기술하기도 했다. 윤 전 대통령과 변호인단은 영장실질심사에서 "특검팀의 주장은 억측"이라고 강하게 반박했으나 결과적으로 법원을 설득하지 못했다.
윤 전 대통령을 내란 혐의로 구속기소했던 검찰이 다루지 않은 가장 중요한 수사 줄기는 윤 전 대통령이 북한의 도발을 유도한 의혹이 있다는 부분이다. 이는 특검법에 새로 들어간 내용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해 특검팀은 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 구속영장과 별개의 의견서를 법원에 제출했다고 한다. 이 의견서에는 '윤 전 대통령이 계엄의 정당성을 확보하려고 북한에 무인기를 침투시켜 북의 도발을 유도한 것 아니냐'는 외환 혐의와 관련된 내용도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외환죄 적용과 관련해서는 법리적으로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지적이 법조계에서 나온다. 형법의 외환유치죄는 '외국과 통모해 대한민국에 대해 전단을 열게 하거나 외국인과 통모해 대한민국에 항적한 자는 사형 또는 무기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시 말해 외환죄로 처벌하기 위해서는 범행을 사전에 '외국과 모의했다'는 부분이 증명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단순히 무인기를 날려 북의 도발을 유도했고, 이를 부당하게 군에 지시했다는 등의 사항만 가지고는 직권남용 혐의는 적용할 수 있을지 몰라도 외환죄까지 나가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당초 윤 전 대통령 비상계엄을 선포할 수도 있다는 민주당 측의 주장이 나왔을 때 국민의힘은 물론 다양한 사람들이 현실과 동떨어진 얘기라고 비판했다. "망상"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이는 현실이 됐다. 윤 전 대통령을 구속한 특검팀은 앞으로 다양한 관련 인물들에 대한 조사를 통해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에 이르는 세세한 과정을 규명하는 작업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특검팀 일각에서는 북 도발 유도가 사실이라면 이 역시 비상계엄 선포라는 목적 하에서 이뤄진 일련의 과정일 가능성이 있다는 시각도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한 수사의 열쇠는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수첩 내용,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진술 등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이들이 윤 전 대통령과 함께 외환 의혹에서 비상계엄 선포 내란 행위로 이어지는 문제들의 핵심적 내용을 공유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윤 전 대통령은 구속 상태에서 내란 특검은 물론 김건희 특검과 채상병 특검의 소환조사도 받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에서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지난 총선 공천에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의혹을 다루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정치브로커 명태균씨와 통화하면서 총선 당시 공천심사위원장에게 사실상 지시를 했다는 취지의 녹취록이 이미 공개된 상황이다.
채상병 특검에서는 윤 전 대통령이 해병대 사단장의 수사와 관련해 격노했다는 이른바 'VIP 격노설' 수사가 본격화하고 있다. 채상병 특검팀은 11일 김태효 전 비서관을 소환조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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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 혐의로 매주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해 형사재판을 받고 있는 윤 전 대통령으로서는 내란 특검, 김건희 특검, 채상병 특검이라는 3개 수사기관을 상대하면서 재판에도 대비해야 하는, 말그대로 '사면초가'에 몰린 형국이다.
허경준 기자 kjune@asiae.co.kr
염다연 기자 allsalt@asiae.co.kr
곽민재 기자 mjkwa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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