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61·사법연수원 18기) 대통령이 조각(組閣)을 거의 마무리하면서 본격적인 인사청문회 시즌이 시작됐다.
그러나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도 드러났듯이 이번에도 인사청문회가 고위 공직자의 능력과 자질을 검증하기보다는 도덕성을 검증하겠다는 명분 아래 후보자 망신 주기와 정쟁의 장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인사청문 무용론'까지 거론되는 가운데, 인사청문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국회 인사청문 제도는 국무총리, 감사원장,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등을 대상으로 2000년 처음 도입됐다. 이후 국무위원, 국가정보원장, 군 합동참모의장 등으로 청문 대상이 확대되며 제도가 정착됐지만, 후보자에 대한 실질적 검증은 제도 설계상 애초부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현행 인사청문회법 제9조에 따르면 국회는 인사청문 요청안을 접수한 날부터 20일 이내, 소관 위원회는 15일 이내에 심사를 마쳐야 한다. 이처럼 짧은 기간 안에 후보자나 관계 기관이 자료 요구에 불성실하게 응하거나 아예 제출을 거부하더라도 이를 법적으로 제재할 수 없다.
실제 6월 24일과 25일 열린 김민석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인사청문회법 도입 이후 처음으로 증인 없이 진행됐다. 재산 형성과 외환 거래, 자녀 유학 자금 출처 등 김 후보자가 받는 의혹과 관련해 증인·참고인 출석요구서 제출 마감일인 6월 20일까지 여야가 증인 채택에 합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10년 발표한 '국회 인사청문제도 개선 방안' 보고서에서 청문회 자료 제출 요구에 법적 근거는 존재하지만, 이를 이행하지 않아도 단순히 사유서만 제출하면 되는 현 구조로는 실효적 통제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한 정당한 사유 없이 자료 제출 기한을 넘긴 경우 도과 기간만큼 청문회를 연장할 수 있도록 법에 명시하는 방식이 현실적인 제재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현행법은 위원회 의결 또는 재적 의원 3분의 1 이상 요구가 있을 때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도록(제12조), 자료 제출 시한은 원칙적으로 5일 이내(제9조)로 규정하고 있지만, 국회에 임명 동의안이 제출된 후 15일 이내 청문회를 마쳐야 하는 일정상 구조로 인해 청문위원들이 자료를 요구하고 이를 검토할 수 있는 기간은 열흘 남짓에 불과하다. 이 같은 시간적 제약과 제재 수단 부재 속에서 청문회는 실질적 검증 기능을 수행하기 어려우며, 자료 확보가 미비할 경우 청문회의 실효성 자체가 무너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하지만 지난 25년간 인사청문 제도의 실질적 개선을 위한 법 개정은 이뤄지지 않았다. 국회에서 215건의 인사청문회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실제 통과된 것은 8건에 불과했다. 대부분은 '국회법 개정에 따른 대상 확대'나 '용어 정비'에 그쳤으며, 위증·자료 은폐 처벌 규정 신설, 자료 제출 의무 강화 등 실질적 개선을 담은 개정안은 국회를 넘지 못했다.
여당은 인사청문회법 개정에 속도를 내겠다는 입장이다. 후보자 요청 시 도덕성 검증은 비공개, 정책 검증은 공개로 진행하는 것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병주 민주당 최고위원은 "정책과 능력 검증은 사라지고 창피 주기와 발목잡기에만 집중하고 있다"며 "이제는 청문회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국민도 절실히 느끼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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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현 법률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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