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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MP 칼럼]중국 소비 침체의 진짜 원인은 공급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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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형 소비 강국' 도약 선언 불구
소득 부족·자산 불안에 소비 주춤
소비 여력 있어도 인프라 불충분

리창 국무원 총리는 지난달 중국 톈진에서 열린 '2025 하계 다보스 포럼(세계경제포럼)'에서 중국의 '초대형 소비 강국' 도약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했다. 이는 정치적 메시지로, 지난 40년간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해온 중국이 이제는 내수 수요를 통해 세계 경제 성장의 견인차가 되겠다는 선언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훨씬 복잡하다. 특정 계층을 겨냥한 보조금, 보상 판매 제도, 소비 활성화를 위한 거듭된 정치적 약속에도 중국 가계는 정책 당국의 기대만큼 지갑을 열지 않고 있다. 문제는 소비 부진의 원인을 잘못짚었다는 데 있다. 일반적으로 '소비 문제'로 뭉뚱그려지는 이 현상은 실제로는 서로 다른 세 가지 문제가 얽혀 있으며 이는 제각각의 해법을 요구한다.


첫째, 많은 가정은 그저 쓸 돈 자체가 부족하다. 가장 명백하지만 단기적으로는 가장 해결이 어려운 제약 요인이다. 이는 코로나19 이후 불안정한 회복세와 더불어 노동과 가계가 아닌 투자와 수출에 수십 년간 자본을 쏟아부어 온 중국 성장 모델의 구조적 불균형을 반영한다. 이로 인해 가계는 임금 상승률이 정체된 가운데 교육·의료·주거 비용을 과도하게 부담하게 됐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공공서비스에 대한 자원 재배분, 사회보장제도 강화, 소득 재분배 확대, 후커우(호적) 제도 개혁, 연금 개혁, 출산 지원 강화 등 복합적이고 재정적으로 부담이 큰 정책 조치가 필요하다. 그러나 이런 개혁은 절차적으로도 복잡하고, 단기 경기 회복에 적시에 작동하기엔 시기적으로도 부적절할 수 있다. 소득 재분배는 장기적으로는 필수적이지만 작금의 소비 침체 문제를 당장 해결해줄 해법은 아니다.


둘째, 자산 여력이 있는 가계도 소비를 주저하고 있다. 그 배경에는 부동산 경기 침체의 심리적 충격이 크게 작용한다. 수십 년 동안 중국의 부동산은 단순 투자 수단을 넘어 가계의 저축 수단이자 재정적 안정감의 심리적 기반 역할을 해왔다. 그런 심리적 기반이 지금 심각하게 흔들리고 있다. 1선 도시인 베이징과 상하이 등에서는 주택 가격이 어느 정도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부동산 시장 전반에 하방 압력이 존재한다. 중국의 부동산 부문은 도시 간, 도시 내부, 부동산 유형별로 심각하게 파편화돼 있는 구조다.


특히 기존 주택 가격은 전반적으로 하락세다. 많은 지역에서 실질적인 회복 조짐도 보이지 않고 있다. 즉, 중산층이 느끼는 자산가치의 감소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소비를 위축시키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런 불균형한 회복 흐름은 가계의 신뢰를 약화시켰고, 특히 중산층의 경우 재정적 안정감을 지탱해 온 부동산이라는 닻이 흔들리면서 소비 의욕도 감퇴했다.


이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단순히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애초에 지방정부가 토지 기반 재정을 추구하도록 유인해온 시스템 자체를 재설계해야 한다. 그러나 이런 구조 재편, 특히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의 재정 수입 구조 개혁은 정치적·행정적으로 매우 복잡한 과제다. 단기 대응이 아닌 장기적인 제도 개혁이 필요한 시점이다.


단기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유일한 대응책은 금융 시장 같은 수단을 통해 자산효과를 창출하는 것이다. 최근 베이징이 증시 부양, 시장 거버넌스 개선, 투자심리 회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최근 "금융은 국가의 중요한 기반"이라고 밝힌 것도 이런 전략의 중요성을 강조한 발언이다. 그러나 수년간의 시장 변동성과 국가 개입으로 훼손된 자본 시장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주식 시장에서의 자산효과가 부동산 시장에서 상실된 부(富)를 실질적으로 대체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세 번째 문제는 어쩌면 가장 시급하면서도 해결 가능성이 높은 영역이다. 소비 여력이 있고 소비 의사도 있지만, 돈을 쓸 곳을 찾지 못하는 가계가 상당수 존재한다. 이는 절약 성향이나 소비 심리의 위축 때문이 아니라 공급 측면의 문제다.


중국의 서비스업은 빠르게 성장하는 중산층의 변화된 수요를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노인 돌봄, 육아, 피트니스, 문화 콘텐츠에 이르기까지 소비자들은 돈 쓸 준비가 됐는데 서비스는 파편화돼 있고 발전이 더디며 품질도 신뢰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 문제는 단지 부유층만의 문제가 아니다. 모든 소득 계층의 가계들이 더 다양하고 현대적이며 고품질의 서비스에 대한 접근을 원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소비가 아니라 기능적 필요와 삶의 질 향상에 대한 기대를 반영하는 수요다. 특히 중국 도시 지역에서 이런 현상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각종 스포츠 리그에 참여하는 인구가 급격히 늘었다는 점은 중국 사회에 새로운 소비에 대한 갈망이 존재함과 동시에 이를 뒷받침할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현실을 함께 보여준다. 최근 심리치료에 대한 수요도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자기 성장과 새로운 형태의 웰빙을 추구하는 동부 연안 지역 엘리트층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이 지점이야말로 중국 당국이 가장 효과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영역이다. 소득을 단기간에 끌어올리거나 부동산 자산 가치를 회복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지만 중국은 인프라 구축에 강한 실행력을 가진 국가이기 때문이다. 직접적인 현금 지급이나 복지 확대와 달리 고품질 병원, 유치원, 노인 요양시설, 체육시설, 문화공간 등 서비스 인프라 투자는 중국이 가진 제도적 강점과 완전히 부합한다. 더 나아가 이런 인프라 투자는 장기간의 외국인직접투자(FDI) 유출 이후 외국 자본을 다시 유치해야 하는 경제적·정치적 과제에도 부합한다.


일각에서는 '공급 측면 조치'라는 점에서 이를 의아하게 여길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소비의 핵심 장애물을 정면으로 겨냥한 접근이다. 가계가 소비 의지가 있음에도 적절한 상품이나 서비스를 찾지 못해 지갑을 닫는 상황이라면 문제가 되는 것은 수요가 아닌 공급이다. 이는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는데, 노동집약적 서비스 산업 부문에서 더욱 광범위한 임금 상승효과를 유도할 수 있다.


결국 서비스 산업의 확충은 단순한 경제 조정이 아니라 이념적으로 민감한 과제를 정치적으로 수용 가능한 방식으로 풀어내는 해법이 될 수 있다. 리창 총리의 발언은 베이징이 현 상황의 중대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 세계적으로 무역 긴장이 고조되고 외부 수요가 둔화하는 상황에서 더 이상 수출과 인프라 투자에만 의존해 성장을 지속할 수 없다.


이제 국내 소비가 경제 중심축으로 올라서야 한다. 하지만 '초대형 소비 강국'이라는 목표는 구호만으로는 현실화하지 않는다. 그 목표는 말 그대로도, 비유적으로도 현실에 뿌리를 둔 방식으로 건설돼야 한다. 즉, 사람들이 실제로 소비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고 소비할 가치가 있는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향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소득 분배 구조와 가계 자산의 안정성이라는 큰 틀의 변화가 필요하다. 그러나 그보다 시급한 과제는 소비 인프라의 확충이다. 좋은 소식은 이 '서비스 경제의 확장'이라는 세 번째 경로가 이미 시작된 듯하다는 사실이다.


[SCMP 칼럼]중국 소비 침체의 진짜 원인은 공급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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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지 C. 리 아시아 소사이어티 중국 경제 담당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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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의 칼럼 Why China's consumption problem is also a supply issue를 아시아경제가 번역한 것입니다.


※이 칼럼은 아시아경제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게재되었음을 알립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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