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상승 출발 후 하락 전환
허니문 랠리로 3000선 기대 커졌으나 중동 위기에 발목
당분간 숨고르기 장세 예상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로 거침없는 상승세를 보이던 코스피에 제동이 걸렸다. 지난주 회복했던 2900선이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무너졌다. 시장에서는 그동안 가파른 상승에 따른 피로가 누적된 만큼 이번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조정의 빌미를 제공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당분간 숨고르기 장세가 예상된다.
16일 오전 9시30분 현재 코스피는 전장 대비 4.68포인트(0.16%) 내린 2889.94에 거래되고 있다. 코스닥은 3.64포인트(0.47%) 내린 765.22이다. 이날 코스피는 상승 출발하며 2900선을 회복하기도 했으나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하락 전환했다. 코스닥도 하락 출발 후 상승 전환했다가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주말 동안에도 이스라엘과 이란의 갈등이 격화되며 투자 심리가 위축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 증시도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1.79%, S&P500지수는 1.13%, 나스닥지수는 1.30% 각각 하락하며 세 지수 모두 1% 넘는 낙폭을 기록했다.
조준기 SK증권 연구원은 "지난주 기술적 부담을 안고 있는 상태에서도 새정부 모멘텀 및 외국인 매수세에 코스피는 주중 종가 기준 최고 2920포인트까지 상승하기도 했으나 13일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에 조정을 받으면서 2900선 약간 아래에서 마감했다"며 "결국 단기 가격 부담이 높았고 점차 호재보다 악재에 민감해지는 시장 분위기가 형성되던 와중에 조정 빌미로 작용할 수 있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대두된 상황이다. 그러나, 사태가 더 심해지지 않는다면 최근의 좋았던 추세를 반전시키기보다는 단기 조정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번 이스라엘과 이란의 갈등이 단기에 봉합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증시의 상승 추세가 꺾이지는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도 "이스라엘과 이란의 군사 충돌은 사태의 조속한 마무리 가능성이 크지 않으나 기존의 증시 상승 추세를 훼손시키는 대형 악재로 격화될 여지는 제한적"이라며 "70년대 오일쇼크, 90년대 걸프전,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전면전급 위기 사례를 제외하면 지정학적 쇼크는 단기 주가 이벤트에 그쳤다는 점을 참고해볼 만 하다"고 분석했다.
김용구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중동 지정학적 불확실성 심화 관련 국내 증시 영향은 급속한 가격 조정보다는 완만한 기간 조정 성격으로 한정될 개연성이 높다"면서 "당분간 시장은 코스피 12개월 선행 주가순자산비율(PBR) 0.9배선에 해당하는 2780선의 하방 지지력에 기댄 채 이후 사태의 추이를 관망하며 숨고르기 과정에 집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유가는 우려 요인이다. 13일 ICE 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선물 근월물 종가는 배럴당 74.23달러로 전장보다 7.0% 급등했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근월물 종가는 배럴당 72.98달러로 전장보다 7.3% 올랐다. 한 연구원은 "사실 증시 입장에서 큰 문제는 이란이 전세계 원유 수송량의 약 20%를 차지하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대응할 것이냐는 것에 있다"면서 "만약 호르무즈 해협 봉쇄 혹은 전면 충돌 확대 등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시 공급 차질발 유가 폭등→인플레이션 급등→미국 연방준비제도(Fed) 금리인하 기대 소멸 및 금리 급등→증시 급락과 같은 리스크 출현 가능성이 상존한다"고 짚었다.
방산주나 유가 상승의 영향을 덜 받는 업종에 주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상황이 과거처럼 물밑에서 견제하는 그림자 전쟁이 아닌 전면전으로 비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방산은 최우선 관심 대상"이라며 "유가와 업종별 관계도 염두에 둬야 하는데 지난 10년간 업종별 수익률과 유가의 상관관계를 보면 유틸리티, 음식료 등의 성과가 저조하다. 또한 운송은 항공과 해운에 차이가 있는데 비용 부담이 큰 항공보다 해상 운임 상승효과를 누릴 수 있는 해운이 나은 선택"이라고 말했다.
송화정 기자 pancak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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