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개발 과정에서 실험 한 번으로 약물 저해 효과를 예측할 수 있는 분석법이 국내에서 제안돼 주목받는다.
KAIST는 수리과학과 김재경 교수 연구팀(IBS 의생명 수학 그룹 CI)이 충남대 약대 김상겸 교수 연구팀과 기초과학연구원(IBS) 의생명수학그룹과 공동연구를 진행해 실험 한 번으로 약물 저해 효과를 예측할 수 있는 분석법을 제안했다고 16일 밝혔다.
약물 저해 효과는 약물이 특정 효소의 작용을 억제해 다른 약물의 대사(분해 및 처리 과정) 또는 생리학적 효과에 영향을 주는 현상을 말한다.
그간 신약 개발에서는 수많은 농도 조건에서 반복적인 실험을 거쳐 약물 간 상호작용을 분석하고, 저해상수를 추정하는 방식이 사용돼 왔다. 이 방법은 현재까지 6만편 이상의 논문에 인용될 만큼 널리 쓰였다.
이와 달리 공동연구팀은 수학적 모델링과 오차 지형(최적화에서 각 매개변수 조합의 오차가 얼마나 되는지를 보여주는 지형도) 분석으로 정확도 향상에 기여하지 않는 저해제 농도를 제거하고, 하나의 농도만으로도 저해상수를 정확하게 추정할 수 있는 새로운 분석법 '50-BOA'를 제안했다.
공동연구팀은 이 기법을 실제 실험 데이터에 적용해 기존보다 실험 효율을 75% 이상 높이고, 정확도를 개선하는 효과를 확인했다.
이번 연구는 반복 실험에 따른 자원 소모를 줄이는 동시에 해석의 편차를 최소화해 신약 개발 과정의 효율성을 높일 새로운 접근법이라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특히 수학적 접근이 생명과학 실험 설계를 어떻게 혁신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대표적인 성과라는 점에서 의의를 갖는다.
저해상수는 약물 효과뿐 아니라 병용 투여 때 발생할 수 있는 약물상호작용을 예측·방지하는 데 핵심적인 지표로 활용된다. 실제 미국 식품의약청(FDA)은 신약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약물 상호작용의 가능성을 예측하기 위해 저해상수를 포함한 효소의 저해 특성을 사전에 평가할 것을 권고한다.
전통적으로 저해상수는 다양한 기질 및 저해제 농도에서 측정된 대사 속도 데이터에 수학 모델을 적용해 추정해 왔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으로는 동일한 기질-저해제 조합의 연구마다 추정값이 10배 이상 차이를 보여 신약 개발에서 약물의 효과와 부작용을 정확하게 예측하는 데 어려움이 따랐다.
이에 연구팀이 저해상수 추정 과정을 수학적으로 분석한 결과, 기존 방식에서 활용되는 데이터의 절반 이상이 실제 추정에 불필요하거나 오히려 왜곡을 초래할 수 있음을 밝혀냈다. 저해제 농도를 다양하게 사용하는 기존 방식보다 높은 저해제 농도 하나에서 추정한 결과가 보다 정확하고 효율적일 수 있다는 점을 규명한 것이다.
또 저해제 농도와 저해상수 간의 관계를 나타내는 공식을 정칙화(최적화에서 잘못 설정된 문제를 풀거나 과적합을 방지하는 기법)로 추가해 정확도를 높인 새로운 분석법으로 '50-BOA'를 개발했다. 50-BOA는 단 하나의 저해제 농도만으로도 저해상수를 정확하게 추정할 수 있어 실험 횟수를 획기적으로 줄이면서도 오히려 정확도를 높인 기법이다.
김재경 KAIST 교수는 "이번 연구는 수학이 실험 설계를 바꾸고, 생명과학 분야의 연구 효율성과 재현성을 근본적으로 높일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고 말했다.
김상겸 충남대 교수는 "이번 연구 성과가 단순한 실험 효율 향상을 넘어 약효와 부작용 예측의 정확도를 높이는 새로운 표준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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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기초과학연구원, KAIST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연구 논문 제1 저자는 KAIST 융합인재학부 장형준 학사과정과 수리과학과 송윤민 박사가 공동으로 참여했다.
대전=정일웅 기자 jiw30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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