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랜우드PE에 매각…비핵심 사업 정리 속도
전지·친환경·신약 집중…'3대 신성장' 강조
구광모式 '포트폴리오 고도화' 본격화 시점
LG화학이 10년 넘게 키워온 수처리 필터(워터솔루션) 사업을 정리한다. 역삼투막(RO멤브레인) 기술로 글로벌 2위까지 올랐지만, 본업 경쟁력 강화와 미래 신사업 육성에 집중하기 위해 손을 뗐다. 지난 4월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선택과 집중' 발언 이후 실제 포트폴리오 조정에 나서며 속도를 내고 있다는 평가다.
LG화학은 13일 이사회를 열고 첨단소재 사업본부 내 워터솔루션 사업을 사모펀드(PEF)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에 1조4000억원에 매각하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앞서 LG화학은 워터솔루션 사업 매각을 위해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협상을 진행해 왔다.
워터솔루션 사업의 지난해 매출은 2220억원으로, LG화학 전체 매출(48조9161억원)의 0.45% 수준이다. 자산 규모는 3770억원으로 전체 자산의 0.40%에 해당한다. 연결 자기자본 대비 양도가액 비중은 2.92%다. 현재 역삼투막 시장에서는 일본 도레이에 이어 글로벌 점유율 2위다.
LG화학은 2014년 미국 나노 H2O를 인수한 데 이어 청주에 전용 공장을 짓고 수처리 필터 시장에 뛰어들었다. 지난해에는 청주공장 증설까지 단행하며 향후 5년 내 사업 규모를 2배로 키운다는 목표도 세웠다. 하지만 석유화학 중심의 본업 부진이 길어지자, 재무 건전성과 핵심 성장동력 강화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LG화학은 이번 사업 양도와 관련해 "전지 소재, 친환경 소재, 신약 등 3대 신성장 사업에 역량과 자본을 집중하기 위한 포트폴리오 조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결정은 주주총회 특별결의 없이 이사회 결의로 진행됐으며, 거래 실행은 대표이사에 위임됐다.
향후 수처리 필터는 물론 그룹 전체에서 비핵심 사업 정리가 가속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LG화학은 분리막 등 일부 소재 사업 철수를 검토 중이며, 석유화학 부문도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2021년 90%를 넘던 나프타크래커(NCC) 가동률은 2023년 중반 70%대로 떨어졌다. LG화학 관계자는 석유화학 포트폴리오 재편에 대해 "현재 적자 폭은 줄어드는 추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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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4월 구광모 회장은 사장단 회의에서 "모든 사업을 다 잘할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지만 그러기에 더더욱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며 "지속 가능한 경쟁 우위, 진입장벽 구축에 사업의 우선순위를 두고, 자본의 투입과 실행의 우선순위를 일치시켜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오지은 기자 j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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