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장 "사실 아냐" vs 직원들 "허위거래 통해 빼돌려"
감사팀, 지난해 적발하고도 '쉬쉬'…은폐·감싸기 지적
전남 완도군의 한 지역농협에서 1억원 규모의 보조금 중 수천만원이 사라졌다는 의혹이 제기돼 파장이 일파만파 확산하고 있다.
9일 완도 농협 등에 따르면 관내 한 지역농협이 농협중앙회에 예치한 원금 40억원의 3.2%에 해당하는 약 1억2,800만원의 '도서지역 철부선 운영자금' 중 5,700만원이 임의로 사용된 사실이 최근 내부 감사에서 적발됐다.
'철부선 운영자금'은 금일·금당·생일도 등 섬 지역 조합원들의 도선비를 지원하기 위해 조성된 자금이다.
농협 감사팀은 2024년도 회계감사에서 이 같은 문제를 확인했지만, 올해 2월 열린 '대의원총회'에서는 해당 사실을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감사팀 관계자는 "조합장이 문제의 금액을 자진해 원상 복구하겠다는 약속을 했기 때문에 별도 보고를 생략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농협 내부에서는 조합장 A씨의 횡령 정황 등 추가 의혹이 불거지고 있어 향후 이를 둘러싼 후폭풍이 예상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농협 직원은 "A조합장은 지인 명의로 허위 사업자등록증을 발급받아 가짜 통장을 개설한 뒤, 해당 계좌로 철부선 운영자금을 송금하고, 현금으로 인출해 개인 활동비로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조합장이 평소 친분이 있던 사람들을 이용해 서류를 조작하고, 허위 거래를 통해 자금을 빼돌렸다"며 "이로 인해 직원들과 조합원들이 피해를 떠안고 있는 상황이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당시 감사를 맡은 인사 중 한 명은 A조합장의 이종사촌이었고, 또 다른 감사 B씨는 조합장 출마를 염두에 두고 A씨로부터 '3선 불출마' 약속을 받고 조용히 넘어갔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농협 측은 "감사에서 적발된 5,700만원 중 실제 철부선 운영자금은 약 4,200만원이다"며 "이 중 2,200만원은 정상 지원됐고, 문제가 된 2,000만원은 지난 4월 무임승차 상품권으로 제공해 회계상 정상 처리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담당 직원이 착오로 자금 항목을 잘못 분류한 것이다"며 "해당 직원은 현재 전보 조처됐다"고 설명했다.
A조합장은 "B감사가 사실을 과장해 마치 5,000만원을 횡령한 것처럼 퍼뜨려 문제가 커졌다"며 "리베이트를 받은 적도 없고, 횡령 역시 사실이 아니다. 애초 3선 출마를 포기하려 했지만, 이번 일로 다시 출마를 검토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반면, B감사는 "운영자금을 정당하게 사용하지 않고 편법으로 쓴 것은 명백하다"며 "이런 중요한 사안을 이사회에 보고하지 않고 감추려 했다는 것 자체가 더 큰 문제다"고 맞섰다. 이어 "어떤 직원도 조합장 몰래 그 큰 금액을 지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B감사는 또 "조합장에게 3선 출마 포기를 요구한 적도 없다"며 "A조합장이 사건이 터진 이후 측근들을 통해 '3선 출마를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달해 왔지만, 그 부분은 감사 지적과 전혀 상관없다. 그런 거래 자체가 말이 안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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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현재 농협 내부에서는 이번 사안에 대한 진상 규명과 조합장 책임론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하고 있으며, 향후 경찰의 수사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호남취재본부 이준경 기자 lejkg1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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