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개월새 환율 120원 급락, 은행 수익개선 전망
은행 외화자산 환차익 수천억원 발생 가능성
보통주자본비율 개선으로 밸류업 정책 강화도 기대
2분기 들어 원·달러 환율이 크게 하락하면서 은행 실적 개선과 주주가치향상(밸류업) 정책 강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0일 주간거래 종가 기준 1364.3원에 거래됐다. 지난 4월 초 1480원대 중반까지 치솟았던 원·달러 환율은 두 달 사이에 120원가량 하락하면서 안정세를 보이는 중이다.
시장에서는 국내 정치 상황 개선과 미국의 관세전쟁에 따른 달러 약세 현상 등이 원·달러 환율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본다. 특히 지난 4월 초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파면 선고 이후 정치적 불확실성이 제거되면서 큰 폭의 환율 하락이 이어졌다.
환율이 떨어지면서 국내 은행들의 실적개선 기대감도 커졌다. 작년 말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은행은 외화자산에 대한 대규모 환차손(환율 변동에 따른 손해)이 발생한 바 있다. 작년 KB국민은행의 유가증권 및 외환·파생 부문 수익은 2023년 대비 2000억원 이상 줄었는데 대부분 작년 말 환율 급등에 따른 환차손에서 발생한 것으로 파악된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 우리은행 등 다른 주요 은행도 작년 1000억원 이상의 환차손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제는 환율이 정상화되면서 반대로 환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 됐다. 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10원 하락하면 하나금융과 기업은행 등 외화자산이 많은 은행의 경우 많게는 90억원의 외화환차익이 발생할 수 있다고 추정한다. 다른 대형 은행들도 10원 하락당 수십억원대의 환차익을 기대한다. 2분기 들어서 원·달러 환율이 120원 이상 하락했기 때문에 국내 은행들은 수천억원대의 외화환차익과 외화파생 수익 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환율이 급락하면서 은행의 밸류업 정책 강화 기대감도 커졌다. 환율 하락은 달러로 표시된 은행의 위험가중자산(RWA)이 줄어드는 효과를 발생시켜 밸류업 정책의 기준이 되는 보통주자본비율(CET1)을 개선시킨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환율이 현 수준을 유지할 경우 외화자산비중이 약 10% 내외를 차지하는 시중은행들은 CET1 개선 폭이 최대 0.2%포인트에 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KB국민은행 등 주요 은행들은 CET1이 13%를 초과하면 나머지 자본은 주주환원에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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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도 이날 한국 은행에 대한 투자의견을 상향하면서 원화 약세의 반전이 은행 CET1 개선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올해 은행의 예상 평균 총주주수익률(TSR)을 기존 42%에서 45%로 올렸다. 골드만삭스는 "한국의 정치 불확실성 완화 및 정부의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의지를 반영해 은행의 목표주가를 올린다"고 밝혔다.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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