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대 규모로 MRO포함 9조원… 사상 최대 규모
폴란드계약 성사 땐 유럽 방산시장 진출 발판 성과
이르면 이달 말 폴란드 K2전차 2차 수출계약이 체결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정부 들어 처음 성사되는 방산 수출로, 계약 금액만 60억달러대(약 9조원)에 달한다. 개별 방산 수출계약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10일 방산업계 관계자는 "이번 주에 폴란드와 최종 협상을 마무리할 예정이며 이달 하순 체결식을 개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번 2차 계약 물량은 2022년에 맺은 1차 계약(K2 전차 180대·계약금액 약 4조5000억원)과 같다. 1차 계약은 180대 중 117대(K2GF)를 현대로템이 생산해 직접 공급하고 63대(K2PL)는 폴란드 국영 방산그룹 PGZ가 현지에서 생산하기로 했다. 다만 2차 계약에는 기술이전 및 유지·보수·운영(MRO) 조건이 붙었고 구난전차, 교량전차, 개척전차 등 관련 장비도 함께 공급하기로 하면서 계약금액이 2배로 올랐다.
교량전차는 교량이나 가교를 연결하고 구난전차는 고장 난 전차나 장갑차가 수리받도록 후방으로 견인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장애물 개척 전차는 굴착기나 지뢰 제거용 장비를 장착한 전차다. 당초 현대로템은 계열 전차가 일정 부분 수익성이 있는 만큼, 2차 계약에 계열 전차를 포함하지 않고 별도 사업으로 추진했다. 하지만 폴란드 내 생산 기술 부족 등의 이유로 2차 계약에 모두 포함한 것으로 전해졌다.
계약금액이 2배가 오르자 폴란드 측은 금액 인하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로템 측에서는 기술이전은 물론 국내부품이 90%이상 사용되기 때문에 추가 인하는 힘들다는 입장이다.
2차 계약은 지난해 말부터 추진됐다. 협상 초기에는 금융 지원 문제로 난항을 겪다가 전차 가격과 대수를 두고 협상이 길어졌다. 또 계열 전차에 대해서도 K2 플랫폼은 현대로템인 반면, 플랫폼에 탑재되는 임무 장비를 어떤 나라에서 만들지를 놓고 줄다리기 협상을 이어왔다.
이번 주 가격협상이 마무리되면 계약 체결식은 이달 하순 마련될 전망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오는 24~25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할 가능성에 무게를 둔 것이다. 이 대통령이 나토회의에 참석한다면 지난 2일 당선된 카롤 나브로츠키 폴란드 대통령과도 첫 대면하는 자리가 된다.
폴란드 수출을 발판삼아 유럽연합(EU)과 캐나다 등으로 방산시장도 넓힐 수 있다. EU 27개 회원국들은 군사력 강화를 위해 총액 8000억유로(약 1258조원) 규모의 '유럽 재무장 계획'을 사실상 확정했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9일(현지시간) 국방 및 안보 전략 발표에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방비 비중을 2%로 높이겠다는 국방 지출 목표를 이번 회계연도 중 달성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캐나다는 국방비를 늘려 잠수함, 항공기, 함선, 장갑차, 포 등 신규 장비를 도입할 예정이다. 그동안 국방비 지출액의 약 4분의 3을 무기 구매 대금 등으로 미국에 지급해왔는데 카니 총리는 이를 줄일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미국에 대한 국방 의존도를 줄이는 대신 자체 안보 역량을 키우고 유럽의 나토 동맹국과의 안보협력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을 밝혀온 바 있다.
양낙규 군사 및 방산 스페셜리스트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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