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삼성운용 월물분산 조치, 위반 내용 없어"
원유선물ETF 소송, 사실상 일단락
삼성자산운용의 원유선물 상장지수펀드(ETF) 투자자 340여명이 "운용사가 멋대로 특정 월물을 분산·교체하면서 월물 상승률에 따른 이익을 얻지 못했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했지만, 1·2심에서 연달아 패소했다.
10일 투자은행(IB) 업계와 법조계 등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 18-2부(재판장 박선준)는 강모씨 등 투자자 341명이 삼성운용을 상대로 낸 약 11억원 규모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항소심에서 최근 원고(투자자) 패소로 판결했다.
앞서 투자자들은 삼성운용의 '코덱스(Kodex) WTI 원유선물 특별자산상장지수투자신탁'에 투자했다. 뉴욕상업거래소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선물가격을 기초지수로 추종하는 상품이었다. 변수는 2020년 4월 터진 코로나19 대유행 사태였다. 국제유가 급락에 삼성운용은 긴급회의를 열어 기존 '6월물' 일부를 7·9월물로 '조기 분산'했다. 펀드 내 6월물 구성도 73%에서 34%로 바뀌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6월물 가격은 7·9월물을 크게 웃돌았다. 투자자들은 "WTI 선물 가격을 추종하는 패시브 펀드인데 삼성운용이 임의로 월물분산 조치를 했고, 수시공시 의무도 위반했다"며 소송을 냈다.
1심은 "월물분산 조치가 계약 및 투자설명서를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며 삼성운용의 손을 들어줬다. 1심 재판부는 "유가 추가 하락에 대비한 방어적 조치였다. 신탁계약서에 따르면 삼성운용은 투자 대상을 고르고 바꿀 재량권을 갖고 있다"며 "코로나19로 원유 수급이 급감한 당시엔 5월물 가격이 사상 처음 마이너스 37.63달러까지 떨어져 6월물도 추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우세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투자설명서에 수시공시 사항을 사전 고지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다"며 "삼성운용이 조치 후 한국거래소와 홈페이지에 내용을 공시해 의무를 지켰다"고 판단했다. 특히 "만약 유가가 추가로 떨어졌다면, 투자자들은 월물분산 조치로 상당한 보호를 받았을 것"이라며 "또한 유가가 실제로 하락했는데 별다른 조치가 없었다면 투자자들은 '운용사가 아무런 조치를 안 했다'는 취지의 소송을 냈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항소심에서 투자자들은 "삼성운용의 조치는 신뢰보호 원칙을 위반하고, 재량권의 한계를 넘어선 불법행위"라는 주장을 추가했다. 하지만 2심은 "펀드가 '최근 월물에만 투자한다'는 신뢰를 부여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이를 기각했다. 기존 쟁점도 1심 판단을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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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지난 5년여간 Kodex WTI 원유선물 ETF 투자자들이 삼성운용과 벌인 일련의 소송전은 사실상 마무리 수순을 밟게 됐다. 투자자 1000여명이 참여한 다른 집단소송 또한 지난달 2심 패소 이후 상고 없이 패소가 확정됐다. 2022년 22명이 참여한 소송에서도 패소 판결이 나온 바 있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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