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승원 'The Interplay'
PKM갤러리서 7월12일까지
창호지에 햇빛·달빛 어른거리는 모습 형상화
캔버스를 메운 서로 닮은 파스텔 색채감이 묘한 조화를 이룬다. 노랑과 초록, 핑크와 노랑 그리고 파랑까지 가지각색이 이루는 조화가 관람객으로 하여금 시간을 잊고 작품에 멍하니 빠져들게 만든다.
PKM갤러리에서 열리는 서승원 화백의 전시 'The Interplay'는 빛과 색, 구성의 조화를 통해 '동시성' 개념을 발전시킨 작품으로 구성됐다. 동시성은 서 화백이 1967년경부터 50여년간 천착한 독창적 개념으로, "형태와 색채, 공간이 동일한 가치로 발현되는 것"이라고 서 화백은 설명한다.
올해 80 중반인 서 화백은 해방 이후 서양에서 넘어온 사실주의 위주의 화풍에 반기를 들고 "우리만의 새로운 미술 운동"에 천착했다. 이중섭이 소를 통해 한국의 정체성을 표현하고, 김환기가 닭, 박수근이 아낙네를 선택했다면, 서 화백은 한옥 창호지에서 영감을 얻었다.
서울이 고향인 서 화백은 어릴 적 한옥에서 자랄 당시 창호지를 덧대는 문풍지에 손가락으로 구멍을 뚫곤 했다. 그럴 때마다 할아버지는 귀여워하시며 문풍지에 창호지를 덧대어 보수했는데, 그때의 기억이 작품에 투영됐다. 이번 전시작들이 창호지를 덧댄 듯한 무늬와 색감을 나타내는 이유다.
서 화백이 처음부터 이런 기하학적 화풍을 구사했던 건 아니다. 본래 자로 그린 듯 반듯한 화풍을 선보여 "그것도 그림이냐"는 대중과 언론의 혹평을 받기도 했다. 그럼에도 "까짓것 안 팔려도 좋다"는 생각으로 뚝심을 지킨 세월이 수십 년. "한 치의 오차도 없어야 한다"는 강박은 쉰 살이 넘어서야 무뎌졌다. 어느 날 문득 자연적인 것으로 마음이 기울면서 그림의 각이 무너지기 시작한 것. 작가는 이를 "사색의 시기에서 해체의 시기로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색감은 창호지 너머 어른거리던 햇볕과 달빛을 묘사했다. 어머니가 다듬이질로 흰옷을 빨래하던 모습에서 착안한 '걸러진 색'을 작품에 담았다. 서 화백은 캔버스에 밑 작업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인다. 바탕색을 십수 번 칠하고, 그 위에 다시 흰색을 대여섯 번 덧칠한 후 비로소 원하는 색을 덧입힌다. 이런 지난한 과정을 지금도 조수 없이 손수 도맡아 한다. "소중성은 본인이 지켜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작품은 본인만의 표기법으로 기록해 작품 노트에 빠짐없이 기록하고 사진을 찍어 놓는다. 이런 이유로 서 화백은 "내 작품에는 가품이 있을 수가 없다"고 단언한다.
지금 뜨는 뉴스
이번 전시에는 최근 4년간 작업한 100호 미만의, 미공개 신작 20여점을 공개한다. 전시는 7월12일까지.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