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자율성 훼손…추진 시 반대 투쟁"
인력 유출·조직 불안·해운동맹 소외 우려
HMM은 이재명 대통령의 'HMM 본사 부산 이전' 공약이 민간기업의 경영 자율성을 심각하게 훼손한다며, 추진 시 반대 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HMM 육상노조는 4일 입장문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일 (후보 시절) 부산 유세에서 HMM의 본사 부산 이전에 대해 '노동자들을 설득해서 동의받되, 끝까지 안 하면 그냥 해야지 어떻게 하겠냐'고 말했다"며 "상장사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크게 훼손하는 정치 폭력을 당장 중단하길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기업의 지방 이전은 경영 효율성과 경쟁력 확보 측면에서 검토돼야 할 사안"이라며 "주요 고객사와 금융기관이 밀집한 서울에서 부산으로의 물리적 이전은 대외 협업 효율성과 의사결정 신속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주주가 정부 기관이라는 이유로 민간 기업을 강제로 이전하는 것은 권한 남용이라고도 했다.
특히 많은 임직원이 수도권에 생활 기반을 두고 있어 강제로 본사를 이전하면 인력 유출과 조직 불안정이 초래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말 기준 육상직 직원 1063명(전체의 56%) 중 90%가량은 서울에서 근무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글로벌 해운동맹 협력에서 소외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내비쳤다. 노조는 "글로벌 해운사들과 해운동맹을 구성해 항로·선박·운항 스케줄을 공유하고, 시장 점유율 확대와 항로 다양화, 운송 효율성 증대, 비용 절감, 영업·고객 확대 등을 추진해오고 있다"며 "본사 이전이 현실화할 경우 조직 재정비에 따른 혼란 야기, 해외 신인도 저하 등으로 글로벌 해운시장 얼라이언스 재편 시 경쟁력이 약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HMM의 본사 이전 추진이 이재명 정부가 재추진하려는 상법 개정의 방향과도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상법 개정은 대주주의 독단적인 결정으로 인한 소액주주, 구성원 등 이해관계자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추진 중인 줄로 안다"며 "정부 지분이 많다는 이유로 민간 기업 이전을, 직원 동의 없이 추진하겠다는 것은 상법 개정과 상충하는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본사 이전과 같은 중대한 결정은 철저한 검토와 구성원들의 의견 수렴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며 "졸속 이전 추진 시 강력한 투쟁으로 대응할 것을 선언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HMM은 한국산업은행(36.02%)과 한국해양진흥공사(35.67%) 등 정부 기관 두 곳이 총 71.69%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산은이 여러 차례 매각을 시도하면서 지난해 말 하림그룹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으나, 결국 가격 이견과 해운 전문성 부족 문제로 협상이 무산됐다.
이런 가운데 이 대통령은 해양수산부와 HMM 본사 이전, 해사법원 설립 등을 통해 부산을 해양 강국 거점으로 만들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정부 측 지분이 과반이지만 민간기업인 HMM의 직원들은 당혹감을 표하고 있다.
노경조 기자 felizk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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