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EDA 공급 중단에 샤오미 타격
中 희토류 수출 통제에 車·항공 피해
양국 "무역 합의 저버려" 팽팽
미·중 간 '관세 전쟁'이 '공급망 전쟁'으로 격화되고 있다. 무역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가운데 양국의 정보·기술(IT) 및 자동차 산업이 공급망 교란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3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최근 미국의 대(對)중국 수출 통제 강화로 중국 IT 기업 중 스마트폰 제조사인 샤오미가 가장 먼저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지난달 트럼프 행정부는 자국 전자설계자동화(EDA) 소프트웨어 기업에 중국 공급 중단을 지시했다. 이에 따라 샤오미가 대만의 반도체 기업인 TSMC와 협력해 개발 중인 자체 반도체 칩 생산이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샤오미는 이 칩을 우선 일부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탑재하고, 이후 고급 스마트폰과 태블릿 전 모델로 확대 적용할 계획이었으나 미국 EDA 기술 차단으로 중단될 위기에 놓였다.
미국에서는 자동차 업계가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미국자동차혁신연합(AAI)과 차량부품업체협회(MEMA)가 지난달 9일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로 인한 위기를 알리는 공동 서한을 트럼프 행정부에 전달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양 단체는 "희토류 자석과 원소에 대한 안정적 접근이 차단되면 자동 변속기부터 모터, 센서, 카메라, 파워 스티어링 등 핵심 부품 생산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며 미국 내 자동차 공장이 멈출 가능성까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항공 산업도 예외는 아니다. 제트 엔진 개발에 필수적인 희토류 수급 차질로, 방산 및 항공 부문 역시 공급망 압박을 받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정부 당국이 의약품·해운 등 다른 전략 산업의 병목 현상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이 통제력을 발휘할 수 있는 '약한 고리'에 대한 경계심이 커지고 있는 셈이다.
지난달 10~11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이뤄진 양국의 무역 합의 이후 관세 전쟁 휴전 기대감이 커졌지만, 최근에는 이런 기대감이 약화했다. 양국은 서로를 향해 "무역 합의를 저버렸다"며 설전을 지속하는 중이다. NYT는 트럼프 행정부가 추가 제재를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알리바바·텐센트·바이두 등 중국 IT 기업의 자회사를 '거래 제한 리스트'에 올리는 방식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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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국 정상 간 대화 가능성에 대해서도 미·중 간 온도 차가 뚜렷하다.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지난 1일 "양 정상 간 대화가 이르면 금주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매일 양측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고 전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부 장관 역시 같은 날 비슷한 기대감을 표했다. 반면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2일 입장문에서 미국이 자국 이익을 고집할 경우 "단호하고 힘 있는 조치를 취해 정당한 권익을 지킬 것"이라며 정상 간 대화에 순순히 응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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