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화중 미래에셋증권 PWM 부문 대표 인터뷰
"패밀리오피스는 일회성 서비스가 아니라 장기적 과정입니다"
미래에셋증권의 김화중 PWM(개인자산관리) 부문 대표가 내린 패밀리오피스 서비스의 정의다. 패밀리오피스 서비스는 럭셔리한 사무실에서 이뤄지는 단발성 미팅이 아니라 자산가 고객의 일생을 동행하는 '금융 집사'와 같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단순히 고객의 돈을 1년 동안 몇 배로 불리거나, 회계·법무법인과의 미팅을 주선해 절세나 법인 설립을 몇 번 자문해준다고 해서 패밀리오피스 서비스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어떻게 해야 나의 자산을 후대에 현명하게 물려줄 수 있을지와 같은 고객의 고민을 들어주고 함께 해결해나가는 것이 본질"이라고 말했다.
2011년 국내 최초로 패밀리오피스 브랜드를 공식화한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PWM 부문을 신설하고 조직 내 '에이스'들을 전진 배치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과 홍콩계 헤지펀드를 거쳐 펀드매니저 커리어를 쌓은 김 대표가 새 VIP 전담 조직의 지휘봉을 잡았다. 현재 운영 중인 패밀리오피스센터(FOC), 더 세이지 센터원, 더 세이지 강남파이낸스에 이어 지난달엔 파르나스타워에 '더 세이지 패밀리오피스'를 신설하면서 거점 확장에 나섰다. 아시아경제는 최근 김 대표와 인터뷰를 갖고 패밀리오피스 시장의 미래를 물었다.
김 대표는 증권사들이 패밀리오피스 시장에 뛰어드는 배경을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자본시장의 변화에서 찾았다. 그는 "코로나 이후 자산 가격이 전반적으로 상승하면서 신흥 자산가들이 시장에 급격히 늘어났다"며 "50억~100억원대 자산가들이 부동산, 가상화폐, 창업 후 매각 등으로 돈을 불리면서 200억~300억원대로 진입한 경우가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한국의 고성장기에 자산을 일궈낸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를 시작하면서 단순히 오늘 어떤 주식을 사야 할지보다는 언제 어떻게 자녀에게 자산을 증여할지와 같은 좀 더 긴 시계열의 고민을 하는 고객들이 늘었다"며 "우리 증권사들 역시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종합 솔루션을 제공하지 못하면 자산 관리 업계에서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가 됐다"고 설명했다.
미래에셋증권은 200억~1000억원 정도의 자산가를 주 고객층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부유하지만, 자신이 직접 전담 자산관리 조직을 설립하기엔 애매한 수준이다. 일반적으로 하단인 200억원부터 자녀 상속에 있어서 법률 자문을 받는 게 의미가 있는 수준으로 본다. 상단인 1000억원을 넘어가면 개인적으로 전담 관리사를 붙이는 경우가 많아 패밀리오피스의 서비스 효용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김 대표는 "대기업들은 이미 자녀들에게 자산 배분을 어떻게 할 것인지 플랜이 짜여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중소기업 오너 일가의 서비스 수요가 더 크다"고 밝혔다.
기업금융(IB) 분야와의 협업을 통한 서비스도 이뤄지고 있다. 김 대표는 "자녀가 가업을 승계하길 원치 않을 경우가 상당히 많다"며 "이때는 IB 부서와 협업해 기업 매각 상대를 물색하거나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패밀리오피스는 한국에서 지금도 성장하고 있는 몇 안 되는 시장 중 하나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인구구조를 고려하면 어느 시점에 천장에 부딪힐 것이란 우려가 나오기도 한다. 김 대표는 "미국과 비교해 자본시장의 파이가 작은데 그마저도 부동산에 치우쳐 있다"며 "더욱이 이젠 로펌이나 회계법인들도 조직 내에 패밀리오피스 부서를 둘 정도로 경쟁이 치열해졌다. 전통의 고액 자산가 고객들이 즐비한 은행권도 업계 내 강자로 손꼽힌다. 아마 10년 뒤엔 몇 개의 회사가 시장을 과점하는 형태로 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향후 발전 방향에 대해서는 미래에셋증권의 글로벌 거점을 활용, 해외로 활동 범위를 넓힌다는 계획을 내놨다. 그는 "최근 국경을 초월한 자산 이전과 운용을 고민하는 고객이 많아지고 있다"며 "미래에셋증권이 보유한 19개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해 이 같은 자산가들의 자산 이전을 지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영 기자 camp@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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