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예산 확대서 공감대…金, 2조원 이상
퇴직연금 벤처투자 허용도 일치
수출 판로 방안 이견
李 "정부 주도 시장" 金 "기준 혁파"
제21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연구개발(R&D) 예산 확대, 펀드 재원 확보를 핵심으로 하는 중소·벤처 공약을 발표했다. 이들은 중소·벤처기업 육성을 위한 투자 확대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구체적인 육성 방향과 목표에 대해선 엇갈린 청사진을 제시했다.

R&D 예산 확대·모태펀드 확대 '공감'
지난 28일 두 후보가 발표한 대선 공약집을 보면 이들은 나란히 '중소기업 R&D 예산 확대'를 중소·벤처기업 육성을 위한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지난해 중소기업 R&D 예산이 전년 대비 23% 가까이 삭감되면서 많은 기업이 기술개발 중단, 국가사업 포기 등의 피해를 겪은 데 따른 것이다.
구체적으로 이재명 후보는 전체 국가 지출 예산의 일정 비율을 R&D 예산으로 유지한다는 구상을 바탕으로, 일방적인 삭감 등에 대응할 장치를 마련했다. 또 윤석열 정부가 줄인 벤처·스타트업 전용 R&D 예산을 다시 늘리고 기술사업화 전용 R&D 예산을 대폭 확대한다고도 했다. 김문수 후보도 '예산 확대'라는 큰 틀에서 이재명 후보와 다르지 않았지만, 보다 구체적인 목표치를 내세우며 차별화를 꾀한 모습이다. 내년까지 중소기업 전용 R&D 예산을 2조원 이상 증액하고 벤처기업에 민간이 투자하면 정부가 후속 지원하는 '정부·민간 연계형 R&D 운영' 등이 뼈대다.
유망한 벤처기업 발굴을 위해 투자 자금 확보가 시급하다는 인식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두 후보 모두 벤처 업계의 숙원이었던 '퇴직 연금의 벤처투자 허용'을 전면으로 내세웠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은 432조원에 달한다. 공약이 현실화하면 벤처 업계에 대규모 투자 바람이 불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이재명 후보는 위험을 분산할 수 있는 투자 방식 등의 가이드라인을 수립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모태펀드 재원 확대'와 '벤처투자 세제 혜택'에도 뜻을 같이했다. 김문수 후보는 2030년까지 모태펀드 재원을 총 20조원 규모로 확대한다는 내용을 담았고, 이재명 후보도 구체적인 목표치를 밝히진 않았으나 모태펀드 예산 대폭 확대를 주요 공약 중 하나로 제시했다. 벤처투자 시 세제 혜택을 주는 부분에서는 김문수 후보가 훨씬 과감한 정책을 약속했다. 이재명 후보는 법인투자자가 민간 벤처 모펀드 출자 시에 세액공제를 확대한다고 했으나 김문수 후보는 개인·법인·금융기관 등에 대한 폭넓은 세제 혜택을 내세웠다.
수출 등 판로 확대·육성 방향 차이
다만 중소·벤처기업의 육성 방식과 목표에 대해선 서로 다른 그림을 그렸다. 대표적으로 수출 등 중소기업 판로 확대와 관련해 이재명 후보는 '정부 주도 시장'을, 김문수 후보는 '규제 혁파'를 각각 해법으로 제시했다. 이재명 후보 구상의 핵심은 공공조달시장의 중소·벤처기업 비중을 확대하고 중소기업 제품의 공공구매를 늘리는 것이다. 공공조달시장이란 정부나 공공기관이 필요한 물품·서비스 등을 민간기업으로부터 구매하는 시장을 말한다.
반면 김문수 후보는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 기업의 자생을 돕는데 방점을 찍었다. 소상공인 1%를 소기업으로, 소기업 10%를 중기업으로, 중기업 10%를 중견기업으로 육성하는 내용의 '1-10-10 성장사다리 프로젝트'를 통해 수출이 일정 수준 이상 증가한 기업에 세제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중소기업이 수출과 관련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불필요한 기준을 혁파한다는 해결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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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인 중소·벤처기업 육성 방향에 대해서도 의견이 달랐다. 이재명 후보는 중소·벤처기업을 '지방 명물 기업'으로 키워 지역 발전과 지방 소멸에 대응한다는 그림을 그렸지만, 김문수 후보는 역사와 전통의 명맥을 잇는 '장수기업'으로 키운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이를 위해 이재명 후보는 지역 스타트업 펀드 조성 시 모태펀드의 인센티브 매칭을 확대하고 지방 혁신공간인 '스타트업 파크'를 조성한다는 목표다. 김문수 후보는 '중소기업 가업승계 특별법'을 제정하고 기존의 가업승계 개념을 제3승계, 인수합병(M&A) 등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상속세 최고세율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으로 낮춘다는 계획도 담겨있다.
이서희 기자 daw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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