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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용석의 퓨처웨이브]AI와의 정서적 교류, 그 위안과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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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감정 인식·표현 모방하는 AI
고립·단절된 현대인에 위로되기도
모사적 공감, 인간관계 대체 어려워

[서용석의 퓨처웨이브]AI와의 정서적 교류, 그 위안과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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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공지능(AI) 기술이 급속히 발전하면서, AI가 가져올 사회적 변화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필자가 소속된 대학원에서도 많은 학생이 AI가 인간의 정서와 감정 형성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를 활발하게 하고 있다.


오늘날의 AI는 상당한 수준의 감정 인식 및 표현 능력을 갖추고 있다. GPT-4와 같은 AI는 텍스트 기반으로 공감과 위로의 메시지를 자연스럽게 전달할 수 있으며, 감정인식 기술은 사람의 표정과 목소리에서 미묘한 감정 변화를 정확하게 읽어낸다. 심지어 일부 AI는 사용자의 심박수와 땀 분비량까지 측정하여 불안을 감지하고 적절한 대응을 한다.


이제 우리는 "오늘 하루 힘들었지?"라고 말해주는 기계의 목소리에 안도하고, 날씨와 일정을 챙겨주는 음성 비서에게 "고마워"라고 응답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기계에 말을 걸고, 감정을 기대하고, 위로받고 싶어한다. 하지만, 이 새로운 일상 뒤에는 본질적인 질문이 있다. 기계가 주는 공감은 과연 진짜일까. 우리는 단지 기계적 알고리즘의 반응을 진짜 감정으로 착각하는 것은 아닐까.


예를 들어, 'Replika'라는 AI 챗봇 앱은 사용자의 정서를 분석하고 맞춤형 대화로 감정적 위로를 제공한다. 미국에서는 이미 Replika와의 가상 연애를 통해 현실의 인간관계를 점차 소홀히 하게 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어떤 사용자는 AI가 갑자기 "사랑해"라는 말을 멈추자 극심한 상실감을 느꼈고,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을 정도였다고 한다.


이러한 서비스들은 기계에 대한 인간의 감성적 의존을 자극한다. 인간의 감정을 읽는 능력, 감정 표현이 가능한 음성, 말투는 점점 더 사람처럼 진화하고 있다. AI 돌봄 로봇은 노인에게 "오늘 기분이 어때요?"라고 묻는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치매 예방 로봇이 정서적 안정감을 높였다는 평가도 있다. 이처럼 AI의 감성적 표현 능력이 높아질수록, 인간이 AI에 감정적으로 의존하는 현상 또한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현대 사회는 고립과 단절이 일상화된 사회다. 누구와도 말하지 않고 하루를 보내는 사람, 진짜 감정 표현을 피하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기계의 공감은 예상 밖의 위로가 될 수 있다. "지치셨겠어요", "당신을 이해해요"라는 말은 인간보다 기계가 더 많이, 더 따뜻하게 건넬 수 있기 때문이다.


AI에 대한 감정적·정서적 의존은 이미 현실이다. 그리고 그 의존은 기능적 편리함을 넘어 심리적 유대로 확장되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 모든 감정 반응이 '기계적인 반응'이라는 점이다. 향후, AI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AI는 점점 더 정교한 형태로 인간의 감정을 표현하고 이해할 가능성은 높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알고리즘 기반의 '모사적 공감'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은 AI에 감정을 기대한다. 그 이유는 인간이 본래 '정서적 투사'를 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아이는 인형에게 이름을 붙이고 말을 건넨다. 인간은 타인의 반응에서 감정을 읽고, 감정의 흔적을 찾는 데 능하다. 그리고 AI가 마치 사람처럼 반응한다면, 우리는 그 안에 '마음'이 있다고 믿고 싶어질 것이다.


그러나 AI의 공감 능력은 어디까지나 '알고리즘적 모사'일 뿐이라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 AI는 인간의 감정 표현을 모방하지만, 실제로 감정을 느끼거나 그에 따른 책임을 질 수 없다. 물론 진화심리학의 관점에서 보면, 인간의 감정과 공감 능력 역시 일정 부분 모방과 학습을 통해 형성된다고 할 수 있다. 인간의 감정 표현이 문화적·사회적으로 다른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그런데도 인간의 공감이 AI의 모사적 공감과 결정적으로 다른 이유는 감정의 본질이 신체적 경험과 신경학적 기초 위에서 작동한다는 데 있다. AI는 감정을 표현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느끼지는 않는다. 인간처럼 아파하거나 기뻐하지도 않는다. 공감의 언어를 사용하지만, 그 안에는 '마음'이 없다. 그러나 인간은 기쁨과 슬픔, 고통을 신체적으로 내면화하고, 진정성 있는 공감을 통해 서로의 감정을 책임지며 살아간다.


AI 기술이 발전할수록 감정 표현의 정교함과 진실성에 대한 경계는 더욱 모호해질 수 있다. 하지만 진정한 감정 교류와 공감의 본질은 상호 관계에서 오는 책임감과 내면의 진정성에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AI가 제공하는 정서적 위로가 일상 속에서 편안함과 편리함을 줄 수는 있지만, 그것이 인간관계를 대체하거나 진짜 감정의 깊이를 온전히 충족할 수는 없다.


우리는 기술의 편리함 속에서 감정의 본질과 가치를 다시 생각해야 할 시점에 있다. 감정마저 AI에 맡겨버리는 사회는 결국 진정한 인간적 교류를 잃어버릴 위험성이 크다. 기계가 아무리 인간의 감정을 정교하게 모방한다고 해도, 결국 책임지고 느끼며 살아가는 존재는 오직 인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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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용석 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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