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니·스텔라 차량 등 70대 4.5㎞ 행진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에 저항하기 위해 광주의 운수 노동자들이 버스와 택시를 이끌고 옛 전남도청으로 행진했던 차량 시위가 20일 광주 옛 무등경기장과 금남로 일대에서 재현됐다.
5·18민중항쟁기념행사위원회와 전국 민주택시노동조합 광주본부, 민주기사동지위원회는 20일 오후 광주 북구 옛 무등경기장 앞에서 제45주년 민주기사의 날 기념식을 열었다.
이날 재현행사에는 포니, 스텔라 차량 각각 1대와 택시 등 차량 70여대가 참여해 태극기와 깃발을 달고 무등경기장에서 유동사거리, 금남로, 옛 전남도청 4.5㎞ 구간을 잇는 차량 행렬 시위를 했다.
차량들은 저마다 태극기를 달고 광주 도심을 천천히 주행, 45년 전 5월 그날의 모습을 다시 떠올리게 했다. 무등경기장을 출발한 70대의 차량 행렬이 임을 위한 행진곡에 맞춰 금남로에 들어서자 주변에 있던 시민들도 환호를 보냈다.
윤남식 5·18민주화운동공로자회장은 "그날 광주는 어둠과 절망 속에서 희망과 공동체의 온기를 지켜냈다. 그 중심에는 생명을 실어 나르고 시민 곁을 지킨 민주기사들이 있었다"며 "택시와 버스는 교통수단을 넘어 연대의 상징이자 정의로 향하는 길이 됐다. 운전대를 잡은 손은 두려움보다 용기가 컸고, 엑셀을 밟은 발은 억압이 아닌 자유를 향해 달리고 있었다"고 말했다.
민주택시 경기북부 소속 박강수(59)씨는 "5·18 당시 민주주의를 위해 희생했던 택시 기사들을 추모하기 위해 5년 전부터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며 "행사에 올 때마다 조직 내에서도 단합을 도모하고 있다. 민주주의를 마음에 새기며 더 나은 삶을 위해 투쟁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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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택시노조 등은 택시 기사들이 1980년 5월 20일 계엄군의 만행에 분노해 옛 무등경기장 앞·광주역에서 택시 200여대를 몰고 도청 앞까지 차량 시위한 날을 기념해 1997년부터 행사를 이어오고 있다.
호남취재본부 민찬기 기자 coldai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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