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음식 포장 요청했더니 "음식값 10% 더 내라"…경제 위기에 논란 가속

아르헨티나, 고물가 속 음식 포장 문화 확산
일부 식당서 음식값 5~10% 포장 수수료 받아

'포장 수수료 합당한가' 누리꾼 갑론을박

아르헨티나의 일부 식당에서 손님이 남은 음식을 포장해달라고 요구하면 추가 수수료를 받아 논란이 일고 있다. 연합뉴스는 17일(현지시간) 현지 매체 클라린을 인용해 "고물가 경제 위기를 겪고 있는 아르헨티나에서 남은 음식 포장이 하나의 문화가 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식당이 소정의 수수료를 받으면서 합당한가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르헨티나의 일부 식당에서 손님이 남은 음식을 포장해달라고 요구하면 추가 수수료를 받아 논란이 일고 있다. 게티이미지

클라린에 따르면 과거에는 아르헨티나에서 남은 음식을 싸가는 문화가 거의 없었고, 그것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경향도 있었다고 한다. 세계 8위 규모의 국토를 가진 나라이자 식량 생산량도 풍부해 포장 문화가 보편화되지 않았던 것이다. 지난 2017년 부에노스아이레스시 정부가 음식물 쓰레기 감축을 목표로 식당에서 남은 음식을 종이 상자에 포장해주는 파일럿 사업을 시행했을 때도 시민들의 무관심으로 인해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불과 10년도 되지 않아 고물가 경제 위기로 인해 시민들의 습관이 저절로 변화했다. 그간 "창피하다", "구두쇠로 보이기 싫다"며 음식 싸가기를 꺼리던 시민들이 음식 포장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하나의 유행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대부분의 식당은 추가 수수료 없이 음식을 포장해주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일부 식당이 음식값의 5~10% 수준의 포장 수수료를 받아 논란이다. 음식 가격을 함부로 올리기 힘든 상황에서 플라스틱 용기, 스티커, 로고가 들어간 비닐백 등 음식물을 포장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한 요식업계 관계자는 클라인에 "경제 침체로 인한 외식 소비 하락, 고물가로 인한 해외 관광객 감소 및 각종 비용 상승으로 음식 포장에 들어가는 비용을 무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아르헨티나 인플루언서 라치카델브런치가 남은 음식 포장 비용에 대한 논의에 불을 붙였다. 인스타그램

이 같은 문제는 현지에서 '브런치걸'로 불리며 인플루언서 활동을 하는 '라치카델 브런치'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한 식당에서 남은 음식을 포장하는데 추가 비용을 달라고 하더라. 어떻게 생각하냐"로 물으면서 논의에 불이 붙었다. 현지 SNS에서는 "포장비가 그리 많이 들어가지 않는데 당연히 남는 걸 싸줘야 한다"는 반응과 "식당의 사정도 이해해줘야 한다"는 반응이 엇갈렸다. 그는 "포장 비용을 아예 음식값에 추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아르헨티나는 지난 2023년 연간 물가상승률이 211.4%를 기록해 세계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모든 물건 가격이 1년 새 평균 3배 이상으로 급등하면서 33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한 것이다. 다만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 집권 이후 물가 상승 억제 목표를 최우선에 두면서 2024년 연간 물가 상승률은 117.8%를 기록했다. 여전히 세 자릿수였지만, 100%P 가까이 감소한 것이다.

김성욱 기자 abc123@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