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정착 문빅토르 화백, 특별 전시
광주 고려인 마을에 정착한 세계적인 미술 거장 문빅토르 화백이 인천한국이민사박물관의 초청을 받아 특별한 전시를 선보인다.
11일 고려인 마을에 따르면 전시 제목은 러시아어로 '옛날 옛적에'를 뜻하는 "다브님 다브노(Давным-давно)". 고려인의 시선으로 다시 그려낸 전래동화를 통해 '전통, 변용, 혼종 - 고려인 전래동화의 세계'를 펼쳐 보인다.
전시에는 '호랑이와 곶감', '솜장수 넷, 고양이 다리 넷', '구렁덩덩 신선비' 등 한국인에게 익숙한 이야기들이 등장하지만, 문 화백의 손을 거치며 전혀 다른 얼굴을 띤다. 근엄한 호랑이, 이국적인 고양이, 커다란 이빨로 웃는 당나귀처럼, 등장인물 하나하나에 디아스포라적 상상력이 얹혔다.
이들 작품은 2019년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출간된 동화책 '마법의 샘(Волшебный родник)'에 실린 원화들이다. 고려인 3세 유가이 콘스탄틴이 글을 쓰고, 문 화백이 그림을 맡았다.
'마법의 샘'은 1937년 스탈린의 강제이주 이후 중앙아시아에 정착한 고려인 공동체에서 80여 년 만에 나온 두 번째 동화책이다. 한민족의 전래동화가 타향에서 되살아난 이 책은, 디아스포라의 기억과 정체성을 그림으로 묶어낸 시도로 평가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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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빅토르 화백은 1951년 카자흐스탄 우슈토베에서 태어나 국립대학에서 회화를 전공한 뒤, 고려극장에서 무대미술가로 활동했다. 현재는 광주 고려인마을에 정착해 '문빅토르 미술관'을 운영하며, 강제이주사와 독립운동의 역사를 회화로 기록하고 있다.
호남취재본부 송보현 기자 w3t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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