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스강 상류에 위치한 카슈미르
결국엔 '물' 전쟁
1947년 독립 이후 분쟁 지속
인도와 파키스탄이 카슈미르를 둘러싸고 서로 보복공격을 가하면서 군사적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8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이어져 온 양국의 카슈미르 분쟁은 최근 인도 정부가 해당 지역 전체를 직할령으로 삼겠다고 선포한 이후 더욱 잦아지고 있다. 특히 카슈미르는 인더스강의 상류지역에 위치해 막대한 수자원을 갖고 있어 인도와 파키스탄은 물론 중국까지 영유권을 주장하며 3국간 군사적 충돌이 심해지고 있다.
인도, 파키스탄령 카슈미르 공습…양측간 보복공세
CNN에 따르면 8일(현지시간) 인도와 파키스탄군 양측간 미사일 공습과 포격 등으로 최소 157명 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 정부는 12명이 사망하고 57명이 다쳤다고 집계했고, 파키스탄 정부는 31명이 사망하고 57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양측 충돌은 지난 7일 인도군이 파키스탄령 카슈미르 전역 9곳에 공습을 가한 이후 점차 확대되고 있다. 인도 국방부는 공격 이후 발표한 성명을 통해 "이번 폭격은 테러범들이 인도 공격을 모의한 장소들에 가해졌고 철저히 계산해 설정된 목표지였다"며 "확전의 성격은 없으며 파키스탄 정규군 시설은 전혀 공격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파키스탄 정부는 인도군이 파키스탄을 노리고 공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파키스탄 정부는 성명을 통해 "인도군이 카슈미르와 펀자브주 등 5곳에 미사일을 발사해 어린이를 포함해 민간인 3명이 사망하고 14명이 다쳤다"며 "우리 군은 인도 내 목표물에 보복공격을 가했으며 인도 전투기 2대도 격추했다"고 밝혔다.
양측이 공습을 주고받게 된 것은 앞서 인도령 카슈미르에서 발생한 총기테러 때문이다. 지난달 22일 인도령 카슈미르의 휴양지인 파할감 인근에서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한 총기테러가 발생해 26명이 사망하고 17명이 부상을 입었다. 사건 직후 인도 정부는 파키스탄을 공격 배후로 지목하고 보복공격에 나설 것을 천명했으며, 파키스탄 국적자의 비자발급을 중단하고 양국간 무역도 중지한다고 발표했다.
1947년 이후 80년 가까이 분쟁…인도, 일방적인 직할령 선포
인도와 파키스탄은 카슈미르 지역을 놓고 80년 가까이 대치하고 있다. 1947년 인도와 파키스탄이 영국의 식민지배가 끝나 독립한 이후부터 카슈미르 지역의 영유권을 놓고 크고 작은 충돌을 지속해왔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1947년 이전 카슈미르 지역은 영국 식민지 내 자치령으로 잠무 카슈미르 왕국의 통치를 받고 있었다. 잠무 카슈미르 왕국은 왕족 및 고위층은 힌두교를, 주민들 대다수는 이슬람교를 믿고 있었다. 이후 1947년 인도와 파키스탄이 독립하자 왕족들은 힌두교 국가인 인도로 편입을 원했고 주민들은 이슬람 국가인 파키스탄으로 편입을 원하면서 분쟁이 발생했다. 인도와 파키스탄 양국은 서로 카슈미르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면서 3차례 전면전을 벌였지만, 현재도 분쟁이 이이지고 있다.
특히 2019년 인도 정부가 일방적으로 카슈미르 전역을 직할령으로 삼겠다고 선언한 이후 양국간 충돌이 더 심화되고 있다. 인도 정부는 2019년 8월 카슈미르 지역의 특별자치를 규정한 헌법 370조를 폐기하고 카슈미르 전역을 인도 연방의 직할령으로 삼는다고 발표했다. 이후 파키스탄으로의 편입을 바라는 카슈미르 내 이슬람 분리주의 무장집단들이 여기에 반발해 인도 군경을 공격하는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인더스강 발원지 둘러싸고 인도·파키스탄·中 3국 경쟁

인도와 파키스탄이 카슈미르 영유권 문제에서 조금도 양보하지 않는 이유는 수자원 때문으로 분석된다. 카슈미르가 인도 서부와 파키스탄 전역의 생명줄이라 불리는 인더스강의 상류지역에 위치한 만큼 수자원 확보를 위해 포기할 수 없는 땅이라는 것이다. 1960년대 이후 중국까지 카슈미르 영유권 분쟁에 뛰어들면서 핵무기를 보유한 3개 열강간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다.
인도 현지매체인 힌두스탄타임스에 따르면 인도 정부는 이달 5일부터 인도령 카슈미르에서 파키스탄으로 흘러가는 인더스강의 지류인 체납강의 강물을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체납강에는 인도가 설치한 바글리하르댐이 위치해있는데 인도 당국은 댐의 수문을 닫고 강물을 막고 있다. 또다른 인더스강의 지류인 키샨강가댐도 봉쇄조치를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파키스탄 정부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안도 정부의 물길 차단 직후 파키스탄 정부는 "인더스강 수역의 물을 빼앗거나, 막거나, 다른 곳으로 돌리려는 시도는 파키스탄에 대한 전쟁 행위"라며 "모든 전력을 포함해 총력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인도 정부의 물길 차단 조치로 1960년 세계은행(WB)의 중재 하에 양국이 체결했던 수자원 공유 및 분할 합의 조약인 '인더스강 조약'도 효력을 상실했다. 해당 조약은 인더스강과 그 지류에 대한 파키스탄의 이용권을 보장하는 조약으로 인도가 일방적으로 물길을 차단할 수 없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양국간 분쟁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중국까지 카슈미르 영유권 분쟁에 끼어들면서 상황은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중국은 1962년 인도와 국경분쟁에 따른 중·인전쟁 발발 이후 카슈미르 동부지역인 아크사이친 일대를 점령하고 영유권을 주장 중이다. 현재 인도와 파키스탄 분쟁에서는 중국의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사업의 핵심 참여국인 파키스탄의 편을 들면서 인도를 압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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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은 이샤크 다르 파키스탄 부총리 겸 외교장관과의 전화통화에서 "중국은 파키스탄의 합리적 안보 우려를 충분히 이해하고, 파키스탄이 자기 주권과 안보 이익을 지키는 것을 지지한다"며 "인도와 파키스탄 양국이 자제력을 유지하면서 마주 보고 사태 안정을 추동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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