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분쟁 겪고 당국에 도움 요청했지만 무시당해
1년간 현수막 시위 준비
RFA "당국에 구금돼 조사 중"
중국 당국이 정치 체제를 비판하는 현수막을 게시한 20대 청년을 구금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현재 이 청년의 행방이 열흘 넘게 묘연한 가운데 정치 탄압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30일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과 대만 자유시보 등에 따르면 지난 15일 새벽 중국 남부 쓰촨성 청두의 한 고가도로에 중국의 현 정치체제를 비판하는 내용의 대형 현수막 3장을 내건 27세 메이스린이 구금됐다.
RFA는 소식통을 인용해 "메이스린은 쓰촨성 무촨현 영푸진 주민"이라며 "실종된 지 10일 이상 됐다"고 전했다. 다만 중국 당국에 의해 구금됐는지, 구금됐다면 어디에 있는지 등 구체적 행적은 확인되지 않았다.
세 개의 현수막에는 "정치 제도 개혁 없이는 국가의 부흥도 없다", "인민은 무제한 권력을 가진 정당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중국은 방향을 제시할 사람이 필요 없다. 민주주의가 방향이다"라는 문구가 적혔다.
메이스린은 청두의 한 정보기술(IT)기업에서 근무하다가 노동 분쟁을 겪었고, 이와 관련 당국에 도움을 요청했으나 무시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그는 사전에 지인에게 1년간 이를 준비했다"고 전했다. 또 메이스린으로부터 신분증 사본, 사건 당일이 모습 담긴 13초 분량의 짧은 영상과 사진을 전달받았다고 덧붙였다.
중국 당국은 이 사건이 확대되는 것을 우려해 '국가전복 선동' 혐의 대신 '소란 유발' 혐의를 적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법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RFA는 "메이스린 관련 소식이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지만, 위챗(중국 SNS)에 공유되자마자 차단되고 삭제됐다"고 전했다.
이번 사건이 알려지자 일각에서는 메이스린을 '쓰촨의 펑리파'라고 부르기도 한다. 펑리파는 2022년 베이징에서 중국의 코로나 봉쇄정책을 비판하며 시진핑 주석의 퇴진을 요구하는 현수막을 내걸었던 인물이다. 펑리파는 미국의 초당적 협력체인 '의회·행정부 중국위원회'(CECC)에 의해 노벨 평화상 후보로 추천되기도 했으나, 현재는 행적이 묘연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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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단체는 메이스린의 행방을 밝히라고 요구하며 중국 당국을 비판했다. 휴먼라이츠워치(HRW) 중국 연구원인 얄쿤 울루욜은 이날 "국제법은 강제 실종을 금지한다"며 "중국 정부는 메이스린의 행방을 공개하고, 표현의 자유를 행사했다는 이유로 구금한 모든 이들을 즉시 석방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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