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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비중 3%로 확 낮춘 현대차·기아…전략인가 실패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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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오버 더 모빌리티](15)
현대차·기아, 글로벌 판매서 중국 비중 3%
10% 육박했던 점유율도 1%대로
중국 점유율 하락 원인 심층 분석
토종 업체 급부상…저가형 SUV의 부재
현지화 전략 실패…신에너지차 전환 대응도 늦어

중국 비중 3%로 확 낮춘 현대차·기아…전략인가 실패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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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끝난 후 몇 년 만에 가본 상하이모터쇼 현장은 충격이었습니다. 중국 브랜드가 점령하고 있는 시장에서 어떻게 경쟁해야 할지…정말 난감하더라고요."


사석에서 만난 한 현대차그룹 임원은 이같이 말했다. 현대차그룹에 중국 시장은 아픈 손가락이다. 2016년까지만 해도 현대차·기아 글로벌 판매의 23%를 차지했던 중국의 비중은 지난해 3%까지 쪼그라들었다. 판매 대수로 봐도 2016년 180만대로 정점을 찍었다가 줄곧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2024년 현대차·기아의 중국 판매 대수는 43만대 수준. 한때 10%에 육박했던 점유율은 1.6%까지 내려앉았다.


현대차·기아의 중국 판매량이 급감한 것은 2017년 발생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사태에서 시작됐다. 당시 중국 정부가 한국 기업의 중국 진출을 제한했고, 동시에 국민적인 반한 감정이 거세게 나타나면서 점유율 타격이 시작됐다는 분석이다. 이에 더해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은 중국 로컬업체들이 전기차 전환을 서두를 수 있는 시간을 벌어줬다. 코로나로 글로벌 완성차 업체의 전 세계 공장들이 속속 문을 닫은 가운데 중국 공장은 가동을 이어갔고, 빗장을 걸어 잠근 중국인들의 애국 소비 성향은 더욱 짙어졌다. 중국 전기차 업체의 급부상으로 2024년 현대차·기아의 중국 점유율은 결국 1%까지 쪼그라들었다.


여기서 한번 시계를 거꾸로 돌려보자. 사드 사태 이후 현대차·기아의 점유율 하락이 가속화한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점유율 하락의 조짐은 사드 사태 이전인 2015년 무렵부터 감지되고 있었다. 현대차·기아가 중국에서 경쟁력을 잃어버린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서는 보다 복합적이고 심층적인 분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중국 비중 3%로 확 낮춘 현대차·기아…전략인가 실패인가
중국 토종 업체에 밀린 현대차…저가형 SUV 부재

현대차는 2002년 중국에 합자회사 형태로 진출한 이후 2010년까지 고속 성장을 이어왔다. 현대차와 베이징자동차그룹(BAIC)이 함께 설립한 합자회사 베이징현대는 두 자릿수 성장률을 지속하며 2013년 연간 100만대 판매 고지를 밟았다. 해외 완성차 업체 중에서는 최단기간 달성 기록이다.


베이징현대는 2014년까지 공격적으로 판매량(176만대)을 늘렸으나 이듬해인 2015년(167만대) 8년 만에 판매 감소세로 돌아섰다. 결국 2015년 상반기 베이징현대는 중국 시장 톱5 지위를 중국 창안자동차에 내주고 만다. 당시 언론에 나왔던 기사 제목을 살펴보자. ▲현대차, 6년 만에 中 토종업체에 추월(아시아경제) ▲현대차, 중국서 토종업체에 6년 만에 밀려…"올 것이 왔다"(연합뉴스) ▲현대·기아차 5년간 세계 시장점유율 8%대 맴돌아…중국 업체는 성장(조선비즈) 등이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키워드는 '중국 토종업체의 성장'이다. 2015년 중국 승용차 시장 전체 판매 증가율은 6% 정도였는데 중국 로컬 브랜드 판매 성장률은 두 배 이상인 15%에 달했다. 과거 중국 시장은 독일, 일본, 미국, 한국 등 외국 브랜드가 주도해 왔다. 해외 브랜드는 기술력과 브랜드 인지도, 생산 효율의 측면에서 모두 중국 브랜드 대비 우위였다. 그래서 중국 정부는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해외 브랜드의 중국 시장 독자 진출을 금지했다. 반드시 중국 자본 또는 기업과 손을 잡아 기술 이전을 담보해야 중국 시장에서 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의미였다.


이 같은 보호정책으로 중국 업체들의 기술력은 점차 높아지게 된다. 차량 개발과 제품성의 측면에서 중국 소비자들에게 로컬 브랜드가 조금씩 인정받기 시작한 시기가 바로 2015년 무렵이다. 해외에서 유명 디자이너를 공격적으로 영입하면서 디자인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기 시작했다. 특히 중국 브랜드는 저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위주로 적극적인 라인업을 확장하면서 차별화 전략을 폈다. 2015년 중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SUV 10개 모델 중 4개가 중국 브랜드의 SUV였다.


중국 비중 3%로 확 낮춘 현대차·기아…전략인가 실패인가 베이징현대가 판매 중인 중국 현지 전략형 준중형 SUV 무파사. 현대차 제공

반면 당시 현대차·기아는 글로벌 시장 전반에서 SUV 라인업이 약했다. 중국에서도 ix35, ix25 등 현지 전략형 SUV 라인업은 있었지만 여전히 주력모델은 아반떼(랑동), 쏘나타 같은 세단이었다. 중국 업체는 현대차의 절반 가격에 신형 SUV 모델들을 쏟아냈다. 현대차 신형 투싼의 가격이 당시 환율 기준 2700만원(15만위안)이었다면 중국 업체 SUV는 1000만~1200만원(6만~7만위안) 선으로 반값이었다.


브랜드 포지셔닝 측면에서도 중국 업체의 급부상은 곧 현대차의 점유율 하락을 의미했다. 중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현대차는 외국계 브랜드 가운데 가장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좋은 차로 통했다. 그동안 중국 브랜드 차는 기술력이나 디자인, 안전성에서 크게 뒤처졌기에 중국 소비자들은 외국 브랜드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그중에서도 가성비를 중시하는 중국 서민층이 현대차를 선호해 왔다. 하지만 2015년을 전후로 중국 브랜드 SUV의 상품성이 빠르게 개선되면서 시장에서 현대차의 입지는 애매해졌다. 가격 경쟁력 면에서는 중국차에,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에서는 독일차, 기술과 내구성에 측면에서는 일본차에 밀리는 신세가 됐기 때문이다.

현지화 전략 실패…협력사 문제로 합작사와 '삐걱'

"당시 업계에선 현대차와 중국에 동반 진출한 협력사를 두고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였습니다. 그런 소문을 중국 정부가 모를 리 없었겠죠."


당시 상황에 정통한 현대차 고위 관계자는 이같이 진단했다. 현대차가 중국에서 입지가 좁아진 두 번째 원인인 현지화 전략의 실패와 연관된다. 현대차·기아는 2010년대 중반까지 중국 내 생산 시설을 공격적으로 확장했다. 2016년 기준 현대차·기아의 글로벌 판매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3%에 달했으며, 매출과 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이보다 높았다.


단숨에 중국 완성차 순위 톱5에 진입한 현대차는 톱3를 목표로 중국에 대규모 설비투자를 단행하게 된다. 베이징에 3개 공장에 이어 창저우와 충칭까지 5개의 공장을 가동했으며, 중국 내 생산능력은 165만대까지 확대됐다. 여기에 기아의 옌청공장까지 합치면 연간 250만대에 이르는 생산이 가능했다. 동반 진출한 현대차의 150여개의 협력사도 중국 생산을 늘린 수혜를 고스란히 누렸다. 현대차가 중국 현지 부품사에서 공급받는 물량도 있었지만 당시만 해도 기술력 격차를 이유로 주요 부품은 한국업체가 도맡았다.


중국 비중 3%로 확 낮춘 현대차·기아…전략인가 실패인가 2024년 베이징 국제 모터쇼에 참가한 베이징현대 관계자가 신차 발표를 하고 있다. 현대차 제공

시장에서 잘 나갈 때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사드 사태로 양국 관계가 경색되고, 판매량이 급감하자 한국 부품업체의 지나치게 높은 이익률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이 문제는 BAIC와의 합작 관계까지도 흔들 정도로 심각했다. 그동안 BAIC는 부품 공급사를 중국 현지 기업으로 전환할 것을 현대차에 꾸준히 요구해 왔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2017년 9월 BAIC는 한국 부품사에 20% 공급 단가 인하를 요구하며 납품 대금 결제를 미루기까지 했다. 이를 두고 당시 국내 언론은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 조치, 꼬투리 잡기의 일환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필자의 생각은 다르다. 중국 시장에서의 가파른 점유율 상승에 취해 현대차·기아의 내부통제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다고 보는 편이 맞다. 한국 부품사들의 수익성이 적정한 수준인지, 합작 기업과의 신뢰를 이어가기 위해 어떤 방식으로 현지 공급망 구축을 늘려갈지 등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던 결과다.


중국은 '콴시(關係)'를 통한 네트워크의 힘도 중요하지만, 자본 앞에서는 자본주의 국가보다 더욱 이해타산에 철저한 시장이다. 2000년대 초반부터 중국 정부가 자동차 산업에서 적극적으로 외자 유치를 했던 속내도 따로 있다. 선진 기술 이전과 지역 일자리 창출, 자동차 중심의 제조업 기반 확보 등을 목적으로 규제를 완화하고 경제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했다. 그러면서도 외국 자본이 합자회사의 지분 50% 이상을 보유하지 못하도록 규제했다. 해외 기업이 자국 시장에서 창출한 이익을 해외로 가져나가는 것을 최대한 막겠다는 일종의 경고다.


이 같은 측면에서 볼 때 현대차·기아의 초기 중국 현지화 전략의 접근법은 지나치게 단순했다고 본다. 중국 정부의 속내와 중국 자본 속성의 이면을 보다 다각적으로 분석하는 현지화 능력이 부족했다. 앞선 고위 관계자는 "과거 우리가 베이징자동차와 좀 더 신뢰를 쌓으면서 사업을 운영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며 "사드 사태는 (합작사와) 갈등이 불거진 계기가 됐을 뿐 근본적인 원인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신에너지차 전환 대응 늦어

현대차·기아 중국 점유율 하락의 또 다른 이유는 중국 시장 구조 변화에 있다. 신에너지차(New Energy Vehicle·NEV) 위주로 빠르게 변화하는 중국의 정책과 소비자들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한 결과다. 중국 정부는 1990년대부터 전기차를 국가 중점 연구 항목에 포함하고 산업 육성의 의지를 드러냈다. 2000년대에는 산업육성 정책의 방향을 설정하는 동시에 전기차 산업의 표준을 만들고 핵심 부품 사업 육성을 통한 전기차 생태계를 조성했다. 2010년대에 이르면서 중국의 전기차 산업은 본격적으로 꽃을 피운다. 2012년 1만3000대 수준이었던 중국 신에너지차 판매량은 2023년 950만대까지 성장했으며, 신차 판매에서 신에너지차가 차지하는 비중도 2015년 1%대에서 2023년 31%까지 확대됐다.


내연기관 시장에서 중국은 먼발치에서 따라오는 후발주자였지만, 출발선이 새롭게 그어진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은 치고 나가기 시작했다. 반면 현대차·기아는 중국 토종 브랜드보다 전동화 전환에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자연스럽게 밀려났다. 중국 전기차 시장이 태동기였던 2015년 상하이모터쇼에서 공개된 신에너지차는 103종이었으며 중국 로컬 업체들은 이 중 절반에 가까운 51종(49%)의 차량을 선보였다. 당시 현대차와 기아도 쏘나타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쏘울 전기차(EV) 등 친환경차를 공개했지만 주력 차종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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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만 해도 중국에서 전기차가 대세가 될 것이라고 감히 예상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반면 신흥 브랜드인 비야디(BYD) 등 중국 업체들은 주요 전기차와 전동화 비전을 공개하며 시장에서 입지를 다져나갔다. 다음 회에서는 중국 로컬업체의 급부상 배경을 보다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최근 중국 시장 현황과 현대차그룹의 대응 전략 등을 분석해보기로 한다.


중국 비중 3%로 확 낮춘 현대차·기아…전략인가 실패인가 2017년 4월 중국 상하이모터쇼에서 기아차 모델이 소형 SUV 페가스를 소개하고 있다. 기아 제공



우수연 기자 yesi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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