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제주대 총장의 어이없는 ‘유감’](https://cphoto.asiae.co.kr/listimglink/1/2025042214200129821_1745299202.jpg)
지난 3일 자 본지 보도 '제주대, 평생교육 포기 선언…교직원 반발'을 통해 알려진 제주대학교 미래융합대학 폐지 논란은 총장의 소통 부재와 행정적 무능이 더해지며 파국을 향해 치닫고 있는 양상이다.
김일환 제주대학교 총장은 논란과 관련해 최초로 문제를 제기한 본지를 제외한 채 지난 9일 뒤늦게 기자간담회를 열고 "미래융합대학을 없앤다, 평생교육을 포기한다, 이렇게 나간 부분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강한 어조로 유감을 표명했다.
하지만 취재 당시 기자는 여러 차례 담당자에게 사실 확인을 요청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논란이 지역사회 이슈로 확산하자 그제야 간담회를 열고 해명에 나선 점, 그리고 최초 보도한 언론사를 배제한 것은 취재 과정과 해당 기자를 부정하는 행위로 비춰질 수밖에 없다.
간담회가 열리기 전 일주일 동안 학교 측의 언론 대응은 사실상 무계획에 가까웠다. 지난 7일 미래융합대학장 겸 부총장은 한 매체 인터뷰에서 "조만간 학교 측의 공식 입장이 나올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는데, 거의 모든 언론이 논란을 지적하고 있었음에도 나흘 동안 학교 측 공식 입장이 없다는 것은 귀를 의심하게 만든다.
이번 논란은 갑작스러운 심사 탈락이 아닌 제주대가 애초부터 RISE(지역혁신중심 대학 지원체계) 사업 계획서에서 미래융합대학을 제외하며 시작된 일이다. 그 결과 교직원 13명의 계약이 해지되고, 예산은 대폭 축소됐다. 그런데도 최초 보도 이후 나흘간 아무런 입장을 내지 않은 학교 측의 대응은 무능하다는 의심을 피할 수 없다.
총장은 재학생들과 대화를 한 차례 가진 것으로 알려졌지만, 제주대 내부망에 올라온 글에 따르면 해당 대화 역시 진실 공방으로 흐르며 신뢰를 얻지 못했다. 결국 교직원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학교 측에 대화를 요청했지만 거절당했고, 22일 오후 2시 여교수 1명을 포함한 교수 2명이 삭발식까지 진행한다고 한다. 학자가 삭발하는 모습을 상상하니 교육자가 투사로 변하는 과정처럼 보이며 씁쓸함을 안긴다.
성인 학습자와 재직자에게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미래융합대학의 존재는 그 자체로 평생교육의 가치를 상징한다.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도 평생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시대다.
지난해 국내 대학 입학정원은 약 35만명이었지만, 신생아는 24만여명에 불과했다. 이 신생아들이 대학에 입학할 18년 후를 대비하면 태어난 인원 전체가 입학하더라도 최소 10만명 이상의 대학 정원 감축이 필요하다. 저출산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닌 세계적인 현상이다. 선진국조차 이민자 정책의 실효성이 떨어져 실버 세대의 재취업을 유도하고 있으며, 그 중심에 '재교육'과 '평생교육'이 있다.
지난 10일 제주대학교 초청 강연에서 김경일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는 "경기 북부·남부 대기업 공장 신입사원 평균 연령이 65세에 달한다"고 말하며, 늦은 은퇴와 재취업에 따라 평생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당시 강연장을 찾은 김일환 총장은 과연 어떤 생각을 했을까.
지역 거점대학의 존재 이유는 시장 논리를 넘어선 국가 교육의 균형과 공공성에 있다. 수익성과 인기를 기준으로 학과와 사업을 결정할 게 아니라, 지역 균형발전과 교육기회 확대라는 공익적 책무가 전제돼야 한다. 제주대 역시 이런 논리 아래 지역사회 여론을 담아 국내에서 마지막으로 1996년 강원대와 함께 의과대학을 신설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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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 거점대학이라면 돈이 되지 않고 학생이 적더라도 국가적 비전을 품고 인재를 육성해야 한다. 지금 벌어지는 일련의 논란이 과연 국립대학으로서의 위상에 걸맞은 것인지, 김일환 총장은 깊이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호남취재본부 박창원 기자 capta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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