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내외 위기 속 가혹히 짓눌려
생존 위한 재건 필요한 시점
정치권이 목소리 기울여야
![[기자수첩]대전환의 시대, 벼랑 끝 中企](https://cphoto.asiae.co.kr/listimglink/1/2025041608023521314_1744758155.jpg)
"중소벤처기업들을 둘러싼 상황이 얼마나 위태로운지를 이해하는 사람이 정치권에 많지 않은 것 같아 걱정이 큽니다. 과거에도 늘 어렵다 어렵다 했지만 지금은 차원이 다르잖아요."
얼마 전 만난 중기벤처 정책 전문가는 최근의 경제·정치 상황을 진단하는 과정에서 기자에게 이렇게 토로했다. 특히 기업활동을 옥죄는 규제의 장벽과 이에 따른 실질적인 피해에 관한 유관 정치인들의 인식이 빈약해 우려가 크다고 그는 덧붙였다.
6·3 대선을 앞두고 그간 주목받지 못했던 개혁 과제들이 '반짝' 도마에 오르는 분위기다. 정국의 불확실성 탓에 애만 태우던 중기벤처 업계도 뒤늦게나마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 불안감을 뛰어넘는 절체절명의 위기감이 이들의 목소리에서 감지된다.
중소기업중앙회가 대선 후보들에게 전달할 목적으로 최근에 펴낸 정책 제안서를 보면 이런 분위기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
3년 전 대선 당시에는 '어렵지만 그래도 더 성장해보자'는 의지에 기반한 디지털 혁신 같은 구체적인 '성장 담론'이 주를 이뤘다면 이번엔 무너진 활동기반을 다시 세우고 체질 자체를 확 바꿔야 한다는, 절절한 '재건 담론'이 제안서를 가득 채우고 있다.
전략적으로 디지털 전환에 대비하고 있는 중소기업이 전체의 19%에 불과하다는 조사 결과는 이런 주제가 이들에게 사치스러울 만큼 상황이 악화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앞뒤 안 가리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밀당'과 이에 따른 불확실성의 확대, 저성장 시대로의 급속한 전환, 고환율, 점점 더 높아지는 조달의 장벽 등이 가뜩이나 취약한 중기벤처업계를 더 가혹하게 짓누르고 있다.
주52시간·최저임금 같은 제도는, 암울하지만 그래도 돌파구를 마련해보려는 의지마저 꺾어버린다. 한 중소기업인은 "거시 사정이 어려울수록 기업 내부적으로 대안을 모색할 여지가 있어야 하는데, 근로시간과 최저임금 문제 때문에 한 마디로 답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중소벤처기업은 우리 경제의 저변이자 고용의 중심축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구조적 부담이 누적되고, 제도적 뒷받침이 미흡한 상황이 이어진다면 이들이 감당해야 할 무게는 한없이 커질 수밖에 없다. 산업의 미래를 이야기하는데 정작 그 중심에 있는 중소벤처기업들의 설 자리가 좁아져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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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주52시간·최저임금 등의 제도는 아직 덩치가 작은 중소벤처기업들에게 유독 더 뼈아프다. 업종별 차등 적용 같은 대안이 분명히 존재하는데 입도 뻥긋 못 할 지경인 지금의 분위기를 과감하게 환기할 책무가 주요 대선주자들을 포함한 정치권에 있다.
이성민 기자 minut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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