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PBR 0.8배 진입…역사적 저점서 매수 기회"
단기 반등은 낙폭 과대주, 중장기는 달러 약세 수혜주 주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오락가락 '관세 정책'에 국내 증시의 불확실성이 커졌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국가별 상호관세 부과 계획을 발표했다가, 일주일 만에 '90일간 유예'로 방향을 틀었다. 하지만 맞대응에 나선 중국과 신경전을 벌였고, 미국의 대중국 145% 관세 부과와 중국의 125% 보복 관세 발효 등으로 글로벌 '관세 전쟁'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 지난주 코스피는 2400선을 내주며 12개월 선행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8배 이하로 떨어지기도 했다.
다만 증권가에선 "매도보다 매수가 유리한 시점"이라는 진단이 우세했다. 한국 증시의 밸류에이션(기업가치 대비 주가 수준)이 저점을 형성한 지금이 장기 투자자에게 '저가 매수' 기회가 될 것이란 조언이다. 박승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PBR 0.8배는 2350포인트 내외로, 2001년 이후 5986거래일 중 2.2%인 130일에 불과할 정도로 드문 현상"이라며 "이후 20 거래일간 등락률은 평균 6.8%를 기록해 왔다"고 말했다.
역대급 시장 공포지수…매도는 신중하고 낙폭과대주 주목해야
전문가들은 최근 고점 대비 주가 하락률이 높은 업종을 중심으로 접근하라고 조언했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주가보다 주가수익비율(PER) 하락률이 높은 업종 중심으로 대응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며 "1987년 블랙먼데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 당시 크게 하락했던 종목들이 1개월 내 강한 반등세를 보였다. 코스피에선 기계, 화학, 반도체 등이 단기 반등이 기대되는 낙폭과대 업종"이라고 짚었다.
이 연구원은 "중기적 관점에선 달러 약세와 미국 금리 하락에 대비한 투자 전략이 필요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달러 약세(무역수지 적자 축소)와 국채 금리 하락(정부 이자 지출 축소)이 향후 정책 방향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2007년 이후 분기 기준으로 달러 약세와 미국 금리 하락 시 코스피에선 철강과 운송 등이 두각을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정다운 LS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에서 시작된 불확실성은 정점을 통과 중"이라며 "낙폭 과대 업종으로 자동차 및 반도체, 환율 수혜를 기대하는 운송, 정책 수혜를 기대하는 건설 등을 관심 업종으로 제시한다"고 전했다.
"내수소비재·조선·바이오 주목…자동차·반도체도 최악 면해"
미국 정책 수혜가 명확한 조선과 방산, 바이오 등도 주목받는다. 신승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조선과 방산 업종은 풍부한 실적·정책 동력에 힘입어 주가가 견조한 흐름"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각료회의에서 미국 조선업 재건 의지를 거듭 확인했다. 중국 해군력에 대응하기 위해 동맹국들로부터 조선 발주를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최근 코스닥에서는 바이오·헬스케어·로봇 등 성장 유형의 업종이 강세"라며 "수출 호조로 실적 동력이 풍부하고, 수출국이 다변화돼 관세 불확실성에서도 자유롭다"고 분석했다.
국내 서비스 소비 개선도 기대된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와 조기 대선 국면에서 유동성 확장 기대가 명확하다"며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기조와 추경 등 내수 촉진 정책이 내수소비재 업종에 호재"라고 강조했다. 이주원 대신증권 연구원은 "소비심리 개선과 통화·재정정책 공조에 따른 내수 부양 본격화로 내수가 우려보다 양호할 가능성이 크다"며 "환율이 이례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점이 여행 수요를 일부 훼손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해외 소비보다는 대내 서비스 소비가 개선될 여지가 클 것"이라고 했다.
신승진 연구원은 "시장 변동성이 높아졌기 때문에 포트폴리오 관리의 중요성이 높아졌다. 적절한 현금 비중 확보가 필요하고, 과도한 레버리지 투자는 지양해야 한다"며 "시장이 어려워도 실적 시즌의 승자가 될 수 있는 주도주에 투자해야 성과를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반도체 등 기술주에 대해 이종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중국 견제와 미국 투자 유치의 최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품목별로 차별화된 옵션이 부여될 것이고, 정보기술(IT) 수요 부진을 감내하지 않는다는 미 정부 의도를 확인했다"며 "미국이 관세 부과 상태에서 품목별 과세를 제시하지 않고, 관세 면제 상태에서 품목별 과세 정책을 준비하고 있는 이유는 미국 내 IT 수요 하락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라고 짚었다.
자동차 관련주는 트럼프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관세 면제를 시사하며 분위기 반전의 기대감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과 회담하는 자리에서 "(자동차 회사들은) 캐나다와 멕시코에서 생산되던 부품을 이곳에서 만들기 위해 (생산을) 전환하고 있다"라면서 "그러나 그들은 시간이 조금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3일부터 자동차에 대한 25%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태윤선 KB증권 연구원은 "미·중 관세 치킨게임과 경기침체 우려감이 당분간 불확실성 요소가 되겠지만, '관세 부과 후 유예·철회, 개별 조정'으로 전개가 예상되면서 공포는 정점을 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비관적으로 접근하기보다는 매수 기회를 저울질하는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며 "반도체와 비반도체(방산, 항공우주, 조선기계,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등) 업종 사이의 힘겨루기도 관심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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