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청이 미국 행정부의 관세제도 대응에 화력을 집중한다. 우회수출 차단 등으로 국내 기업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통관단계에서 원산지 위반 물품을 걸러내고, 한국-미국 관세당국 간 협력 체제 구축과 부처 간 협업체계 운영으로 미 관세행정 대응 전략을 구사하겠다는 것이다.
관세청은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미국 행정부 관세정책에 따른 관세행정 대응 전략'을 발표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2일 한국 25%·중국 125%·EU 20%·일본 24%·베트남 46%·대만 32% 등 국가별 상호관세 부과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9일 미국이 '중국을 제외한 국가별 상호관세 시행을 90일간 유예(기본세율 10%만 적용)'하는 것으로 방향을 틀면서, 당장의 상호관세 부담은 피하게 됐다.
다만 유예기간 이후의 상황을 예측하기 어렵고, 복잡다단해진 미국 관세제도로 국내 기업의 피해 우려는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이 관세청의 판단이다.
무엇보다 미국의 국가별 상호관세 부과는 한국보다 관세율이 높은 제3국 물품의 우회수출 경로로 활용될 가능성을 키운다. 제3국 외국인 투자 기업이 제3국에서 반제품을 수입해 단순가공 후 한국산으로 미국에 수출하거나, 국내 무역업체가 제3국에서 수입한 반제품을 단순가공 후 한국산으로 꾸며 미국으로 수출하는 경우다.
문제는 한국이 우회수출 경유지로 활용될 경우 국가 원산지 신인도가 하락하면서 미국의 규제가 강화될 수 있고, 이는 곧 국내 산업계에 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에 관세청은 한국이 제3국 물품의 우회수출국으로 오인되지 않도록 통관단계에서의 원산지 검사를 강화할 방침이다. 최근 파악한 동향과 적발사례 그리고 우회수출 패턴 등 우범 요소를 반영한 선별기준을 개발해 미국으로 선적되기 전 물품 수출검사를 강화함으로써 사전에 원산지 위반 물품을 걸러내겠다는 것이다.
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원산지 기획검증을 강화해 양국 간 FTA를 악용하는 사례를 단속하는 데도 집중한다.
FTA를 활용해 한국산으로 원산지를 위장해 미국으로 수출될 우려가 높은 고위험 품목군을 중심으로 선제적 수출검증에 나서고, 미국의 반덤핑 관세 부과품목, 주요 원산지검증 품목을 수출하는 기업이 FTA 규정을 위반하지 않도록 사전에 점검하는 방식이다.
관세청은 상호관세 등의 파급효과와 글로벌 무역체제에 관한 입체적 분석이 필요하다는 판단하에 빅데이터를 통한 거시적 분석과 한-미 간 정보협력 체계 구축 등 국제공조 강화에도 공을 들일 계획이다.
대미 수출 중소기업의 지원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중기부·산업부 등과의 협업도 강화한다. 예컨대 관세청 수출입기업지원센터(전국 6개)와 중기부 수출지원센터(전국 15개) 간 핫라인을 구축·운영해 수출애로 종합상담 서비스 역량을 높이는 한편 중기부의 수출지원사업(수출바로프로그램)에 관세청이 발굴한 정부 지원 필요 기업을 우선 지원해 양 기관 간의 지원 효과가 시너지를 낼 수 있게 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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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광효 관세청장은 "복잡다단해진 미국의 관세제도로 국내 수출기업의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는 만큼, 관세행정을 통해 수출기업의 애로사항을 발굴·해소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며 "관세청은 기업과 유관 협회 등 경제 주체들과도 긴밀하게 협력해 관세 리스크를 현명하게 극복하는 동시에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정일웅 기자 jiw30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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