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지수 모두 하락…전날 상승분 절반 반납
백악관 "대중 관세 125% 아닌 145%"
미·중 무역 전쟁, 경기 둔화 불안 지속
美 국채 금리는 하락…10년물 3bp ↓
미국 뉴욕 증시의 3대 지수가 10일(현지시간) 5% 안팎 하락세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전날 중국을 제외한 국가에 대한 상호관세를 90일간 전격 유예했지만, 증시는 하루 만에 전날 상승분의 절반을 반납하는 등 '반짝 효과'에 그치는 모습이다. 트럼프 2기 집권 후 145%에 이른 대중 '관세폭탄'으로 미·중 무역 전쟁과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도 재차 증폭되고 있다.
이날 뉴욕 주식 시장에서 오후 12시35분 현재 블루칩 중심의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다우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775.26포인트(4.37%) 하락한 3만8833.19를 기록 중이다.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는 279.22포인트(5.12%) 급락한 5177.68,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1031.06포인트(6.02%) 미끄러진 1만6093.91에 거래되고 있다.
종목별로는 대형 기술주가 급락세다. 애플은 5.85% 떨어지고 있고 테슬라는 9.88% 하락하고 있다. 엔비디아와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 플랫폼은 각각 7.35%, 6.57% 내리는 중이다.
전날 뉴욕증시는 역대급 랠리를 펼쳤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대한 상호관세를 125%로 올렸지만, 다른 나라에는 10% 기본관세만 부과하고 국가별 상호관세를 90일간 전격 유예하자 매수 심리가 폭발했다. 하지만 관세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투심은 하루 만에 급격히 얼어붙었다.
미·중 무역 갈등 증폭 우려도 증시를 짓누르고 있다. 이날 백악관은 미국이 중국에 부과한 추가 관세율이 총 125%가 아닌 145%라고 확인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관세에 맞불을 놓은 중국에 대한 관세율을 기존 34%에서 두 차례에 걸쳐 84%, 125%까지 올렸다. 이는 상호관세에 국한된다는 것이 백악관의 설명이다. 미국이 앞서 중국에 펜타닐(마약성 진통제) 단속 문제로 10%씩 두 차례에 걸쳐 20% 부과한 관세까지 더하면 트럼프 2기에서 매겨진 대중 추가 관세는 총 145%로 올라간다.
모건스탠리의 마이클 가펜 미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관세 발효) 연기가 도움은 되지만 불확실성을 줄이지는 못한다"며 "중국에 대한 실효 관세율도 역대 최고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코리언트의 에이미 공 파트너는 "시장은 지금 별다른 방향성 없이 블랙박스 안에서 움직이고 있다"며 "이 상황은 매우 불안정하고 유동적이다. 알려지지 않은 요인들이 많아 자산배분을 크게 변경하지 말라고 조언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 국채 금리는 하락세다. 글로벌 채권 금리 벤치마크인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전거래일 보다 3bp(1bp=0.01%포인트) 내린 4.36%,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15bp 급락한 3.79%를 기록 중이다. 시장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정책 후퇴의 배경으로 최근 국채 금리 이상 급등 현상을 꼽고 있다. 관세 정책 불안으로 세계 최고 안전자산인 미 국채 투매가 발생, 국채 가격이 하락(=국채 금리 상승)했고 국채를 담보로 자금을 융통한 거래의 청산 압력이 커지며 금융 위기 우려가 나왔었다.
달러도 내리고 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미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전일 대비 1.83% 하락한 100.74를 기록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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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전 발표된 물가 지표는 인플레이션 둔화 진전을 시사했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3월 CPI는 전년 동기 대비 2.4% 올랐다. 2021년 2월 이후 4년 1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2월(2.8%) 수치는 물론 시장 전망치(2.5%)를 모두 하회했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CPI 역시 전년 동기 대비 2.8% 올라 2021년 3월 이후 최저 상승률을 나타냈다. 직전월(3.1%)과 전망치(3.0%) 역시 밑돌았다. 고물가 고착화 우려는 일부 덜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본격적으로 발효되기 이전 시점의 지표란 점에서 향후 물가 반등 가능성은 남아 있다.
뉴욕(미국)=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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