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양극화가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공공·복지 부문 일자리가 빠르게 늘었지만 건설·제조업 일자리는 수개월째 극심한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노인층의 고용지표는 개선되고 있지만 청년층의 경우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취업자가 3개월 연속 10만명대 넘게 증가하는 양호한 기록에도 한국의 주력 산업에서 고용이 더 나빠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통계청이 9일 발표한 '3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15~64세 취업자는 2858만9000명으로 1년 전보다 19만3000명 늘었다. 취업자는 지난해 12월 일자리 사업이 끝난 영향으로 5만2000명 감소했지만 올해 1월(13만5000명)과 2월(13만6000명)에 이어 석 달째 10만명대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증가세는 공공·복지 부문이 이끌었다. 보건업및사회복지 취업자는 312만9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만2000명(7.3%) 늘었다. 공공 일자리가 있는 공공행정·사회보장 취업자도 같은 기간 8만7000명(6.6%) 늘어난 138만8000명을 기록했다.
반면 건설업과 제조업 고용은 부진했다. 건설업 취업자는 193만2000명으로 전년 대비 18만5000명(8.7%) 줄어 11개월 연속 감소세다. 감소폭은 2013년 11차 한국표준산업분류 기준을 적용한 이래 가장 크다. 2023년부터 실적이 나빠지던 건설 수주가 시차를 두고 건설기성에 반영되면서 고용에도 악영향을 끼쳤다. 최근에는 아파트 입주 물량까지 감소하면서 전문공사업 부문을 위주로 고용이 악화했다
제조업 취업자는 439만9000명으로 11만2000명(2.5%) 줄어 9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코로나19가 유행하던 2020년 11월 11만3000명 줄어든 이후 4년4개월 만에 최대 감소다. 내수 회복이 지연되면서 소비재를 만드는 내수경공업이나 기업 수요가 높은 기계장비 부문이 좋지 않았다. 디지털 전환이 가속하면서 펄프·종이 부문도 부진했다.
전반적인 고용 지표가 양호하지만 전망은 위태롭다. 장주성 기획재정부 인력정책과장은 "건설업과 제조업은 여러 대내외 불확실성에 따라 계속 안 좋아지고 있다"면서 "미국의 품목별 관세 부과에 따라 수출 주력산업인 제조업과 연관 산업까지 고용 부진이 심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령별로는 노령층의 증가세와 청년층의 감소세가 뚜렷했다. 60세 이상 취업자는 673만2000명으로 전년보다 36만5000명 많아졌다. 반면 15~29세 청년층 취업자는 356만9000명으로 1년 새 20만6000명 감소했다. 공미숙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청년층은 (고용이) 좋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수시·경력 채용 관행이 청년에게 어려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15세 이상 고용률은 62.5%로 지난해 3월보다 0.1%포인트 올랐다. 고용률에서도 노인과 청년 간 격차가 존재했다. 60세 이상 노인층의 고용률은 46.4%로 1년 전보다 0.9%포인트 상승했다. 하지만 청년층 고용률은 1.4%포인트 떨어진 44.5%로 집계됐다. 같은 달 기준으로 2021년 3월 43.3% 이후 최저다.
실업자는 91만8000명으로 전년 동월과 비교했을 때 2만6000명 많다. 같은 기간 실업률은 3.1%로 0.1%포인트 높아졌다. 15~29세 청년층의 실업률이 1%포인트 오른 7.5%, 25~29세 실업률은 1.3%포인트 높아진 6.8%에 달했다.
일을 할 수 있음에도 뚜렷한 구직활동을 하지 않은 '쉬었음' 인구는 251만7000명으로 7만1000명(2.9%) 증가했다. 특히 15~29세 청년층 쉬었음 인구가 45만5000명으로, 2003년 1월 집계 이래 가장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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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민간부문 일자리를 창출하고 대내외 리스크 관리를 위해 올해 일자리 예산을 신속집행·점검하겠다고 밝혔다. 또 10조원 규모의 필수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신속하게 마련해 상호관세 등 통상환경에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세종=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세종=김평화 기자 pea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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