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금융지주 올 1분기 순이익 5조원 육박
예대금리차 확대로 '이자이익' 늘어난 덕분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가 올 1분기 '5조원'에 육박하는 순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역대급' 기록을 갈아치울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당초 올해는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을 비롯해 내수 부진 등으로 금융산업도 부진을 면치 못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으나, 예대마진(대출금리와 예금금리 차에 따른 수익) 확대에 힘입어 올해도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관측된다.
9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1분기 4대 금융지주의 순이익 전망치는 4조806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1분기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던 2023년 4조9015억원에 버금가는 수준이자 전년 동기(4조2286억원)와 비교해서도 13.67% 증가한 수준이다.
금융지주별로는 KB금융이 전년 동기 대비 50% 넘게 증가하면서 순익 증가폭이 컸다. KB금융은 1분기 1조5933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전년 동기(1조491억원) 대비 51.87% 늘어난 수준이다. 이는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HSCEI) 주가연계증권(ELS) 배상 부담이 해소되면서 순이익 증가폭이 크게 뛴 것으로 풀이된다. KB금융은 홍콩 H지수 ELS 판매 잔액이 가장 많았던 곳으로, 지난해 1분기 관련 배상금만 9000억원을 반영하면서 순이익이 30%가량 감소한 바 있다.
이어 신한지주의 경우 2025년 1분기 순이익 전망치는 1조4389억원으로 관측된다. 이는 전년 동기(1조3215억원) 대비 8.88% 증가한 수준이다. 하나금융지주의 올 1분기 순이익 전망치는 1조299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340억원) 대비 소폭(-0.40%) 감소할 전망이다. 우리금융지주는 7446억원으로 같은 기간 9.64%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우리금융이 지난해 대비 이익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는 희망퇴직 등 전사적자원관리(ERP) 비용 약 1700억원이 반영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4대 금융지주가 올 1분기에도 우수한 실적을 기록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는 역시 '이자 이익'이 꼽힌다. 금리 인하기에도 불구하고 예대금리차가 확대됐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의 압박에 시중은행들은 2월 중순 이후 대출 가산금리를 인하했지만, 가계부채 관리와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예금금리는 더 큰 폭으로 내렸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5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NH농협)에서 취급한 가계대출(서민금융 상품 제외)의 예대금리차는 1.30~1.47%포인트로 집계됐다. 지난해 8월 이후 7개월 연속 확대된 것이다. 은행별로는 NH농협은행의 예대금리차가 1.47%포인트로 가장 컸고, 이어 신한·하나(1.40%포인트), KB국민(1.33%포인트), 우리(1.30%포인트) 순이었다.
이 같은 추세라면 올해도 금융지주들이 역대급 이익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히 지난해 KB금융에 이어 올해 신한지주의 연간 순이익 전망치가 5조원을 넘길 것으로 기대된다. KB금융이 지난해 5조78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금융권 최초로 '5조원 클럽'에 이름을 올린 바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수출기업의 관세 영향 및 중소기업의 연체율 등으로 은행의 건전성에도 빨간불이 켜진 만큼 안심하긴 이르다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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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금융사 관계자는 "예대마진 확대와 관련해서는 최근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구역) 해제 등과 맞물려 가계대출이 증가하면서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금리 인하가 어려웠던 상황도 감안해야 한다"면서 "관세 등의 영향으로 기업 상황이 좋지 않은 데다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도 악화하고 있어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권재희 기자 jayf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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