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승배 세븐일레븐 음료주류팀 MD
신동엽 위스키·하정우 와인 완판 신화
샴페인 대중화로 프랑스 와인 기사 작위도
세븐일레븐이 지난 2월 '애주가'로 꼽히는 방송인 신동엽씨와 손잡고 선보인 '블랙서크 위스키'는 출시 일주일만에 초도 물량 12만병이 완판됐다. 지난해 배우 하정우씨와 협업한 와인 '콜 미 레이터 러시안 잭 쇼비뇽 블랑'도 출시 당일 30분도 안돼 품절되며 발주 대란이 벌어졌다.
송승배 세븐일레븐 음료주류팀 상품기획자(MD, 34)는 편의점 세븐일레븐을 '술켓팅(술+티켓팅, 주류 구매를 위한 예매 경쟁)' 명소로 거듭나게 한 주역이다. 그동안 편의점은 접근성이 뛰어난 주류 구매처였다면, 최근 세븐일레븐은 프리미엄 와인과 한정판 위스키를 사기 위해 오픈런도 주저하지 않는 주류 맛집으로 자리잡았다.
송 MD는 최근 서울 강동구 세븐일레븐 본사에서 진행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에서 "제가 먼저 마셔보고 마음에 들어야 출시한다"고 단언했다.
2016년 세븐일레븐에 입사한 그는 점포 근무와 매장 관리를 거친 뒤 2020년부터 음료주류팀에서 와인·위스키 MD를 맡고있다. 대학 시절부터 청하와 사케 등 풍미가 가득한 술을 즐겼고, 사회생활을 시작한 뒤 택시를 타고 회식장소를 미리 답사할 정도로 '맛에 진심'이었다. 음료주류팀에 합류한 뒤부터 '와인의 세계'에 흠뻑 빠졌다. 그는 "초반에는 입문용 와인으로 알려진 모스카토 정도만 알았지만, 지금은 블라인트 테스팅을 통해 와인산지를 구별할 정도"라고 귀뜸했다.
송 MD의 까다로운 입맛을 거친 상품들은 연이어 성공을 거뒀다. 대표작은 2021년부터 매년 연말 선보인 '샴페인 기획전'이다. 기획 초기에는 편의점에서 고가의 샴페인을 취급하는 시도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많았지만,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마릴린 먼로가 아침에 마시는 샴페인으로 알려진 ‘파이퍼 하이직’은 출시 직후 완판됐고, 일부 제품은 항공편으로 긴급 공수할 정도였다. 그는 "단가가 맞지 않아 와인을 항공으로 운송하는 경우는 드문데, 수요가 워낙 높다 보니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2022년 12월 세븐일레븐 샴페인 매출은 전년 대비 100% 증가했고, 2023년에는 샴페인 구독권이 20분도 채 안 돼 완판됐다. 지난해 연말에는 직전 10일 대비 와인 매출이 3배, 샴페인 매출이 9.5배 급증하는 판매고를 달성했다. 송 MD는 2023년 프랑스의 3대 와인 기사 작위인 '쥐라드 쌩떼밀리옹'을 국내 최연소로 수여받았는데, 프랑스 샴페인을 대중화한 공을 인정받으면서다.
송 MD는 상품을 공수할 때 '브랜딩·디자인·가성비' 세 가지 요소를 철저하게 고려한다. 특히 MZ세대에게 유행하면서도 맛있다고 잘 알려진 브랜드의 와인을 선별하는 데 주력한다. 그는 "고퀄리티의 희귀 상품을 얼마나 합리적인 가격에 소비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지가 핵심"이라며 "소비자들은 예쁜 병에 먼저 손이 가기 때문에 1~2만 원대 와인은 디자인이 특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배우 하정우와 방송인 신동엽 등 애주가로 알려진 스타들과 협업도 송 MD의 손끝에서 나왔다. 올 들어 완판된 신동엽 위스키의 경우에도 술에 대한 진심이 통했던 덕분에 상품화로 이어졌다. 그는 "첫 미팅에서 PT를 했는데, 바로 콜이 나올 정도였다"며 "서로 술에 진심이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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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MD는 "이제는 수입사들이 세븐일레븐을 단순한 편의점이 아니라 트렌디한 프리미엄 주류 유통 채널로 본다"며 "우리의 경쟁사는 프리미엄 와인 숍"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세븐일레븐을 '트렌디한 주류문화 놀이공간'으로 만드는 목표를 다짐했다.
박재현 기자 no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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