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폐암 세포의 면역항암 치료(Immunotherapy)를 방해하는 핵심인자가 처음 발굴됐다. 해당 인자를 억제해 면역항암 치료 효과를 높이는 것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면역항암 치료는 면역세포의 공격을 도와주는 항PD-1(anti-PD-1) 또는 항PD-L1(anti-PD-L1) 항체를 이용한 치료법으로 부각됐다. 하지만 그간에는 면역항암 치료의 반응률이 낮아 실제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환자군이 극히 제한적인 한계를 보였다.
카이스트(KAIST)는 바이오 및 뇌공학과 조광현 교수 연구팀이 폐암 세포의 면역 회피 능력을 결정짓는 핵심인자(DD54)를 발굴, 이를 억제했을 때 암 조직으로의 면역세포 침투가 증가해 면역항암 치료 효과를 개선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고 8일 밝혔다.
이번 연구 성과는 면역세포 침윤이 매우 낮은 폐암 조직에서 핵심인자를 발굴해 억제함으로써 면역관문억제제를 활용한 면역항암 치료의 내성을 극복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우선 연구팀은 면역 회피가 발생한 폐암 환자 유래 전사체 및 유전체 데이터로부터 시스템생물학 연구를 통해 유전자 조절 네트워크를 추론·분석해 폐암 세포가 면역 회피 능력을 획득하는 핵심 조절인자를 찾아냈다.
또 핵심인자를 동종(Syngeneic) 폐암 마우스 모델에서 억제한 뒤 면역항암 치료 반응성을 조사한 결과, 항암 면역세포의 조직 내 침윤이 크게 증가하는 것과 동시에 면역항암 치료 반응성이 현저히 높아진다는 것을 확인했다.
세포 수준에서 유전자 발현을 분석하는 기술인 단일세포 전사체 분석 및 공간 전사체 분석 결과에서도 발굴된 핵심인자를 제어하는 동반 치료가 면역항암 치료로 암을 억제하는 효과를 갖는 T 세포와 기억 T 세포의 분화를 촉진했다. 이와 함께 암세포 성장을 돕는 조절 T 세포와 탈진된 T 세포의 침윤을 억제하는 효과가 확인됐다.
이는 발굴된 핵심인자의 억제가 폐암 세포의 신호 전달 경로인 JAK-STAT, MYC, NF-κB 경로를 불활성화해 면역 회피에 도움을 주는 단백질들 CD38과 CD47 발현을 억제하고, 이들 분자의 억제가 암 발달을 촉진하는 순환 단핵구(Circulating monocyte)의 침윤을 억제하는 한편, 항암 기능을 수행하는 M1 대식세포(M1 macrophage)의 분화를 유도하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조광현 교수는 "연구팀은 폐암 세포가 면역 회피 능력을 갖게 하는 핵심 조절 인자를 처음으로 찾아냈다"며 "특히 해당 인자를 제어함으로써 면역 회피 능력을 되돌려 종래에 면역항암 치료에서 반응하지 않던 암의 반응을 유도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전략을 개발하는 성과를 거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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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중견연구사업 및 기초연구실사업의 지원을 받아 KAIST 공정렬 박사(제1저자), 이정은 연구원(공동 제1저자), 한영현 박사 등이 참여해 수행했다. 연구 성과는 지난 2일 미국 국립과학원이 출간하는 국제 저널 '미국 국립과학원회보'에 게재됐다
대전=정일웅 기자 jiw30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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