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담도암 치료제 임상2·3상 결과 발표
애매한 수치에 긍정·부정 평가 엇갈려
“진짜 가치는 BBB 플랫폼에 달려 있다”
7일 GSK와 총 4조 기술이전 계약 발표
올해 중순 사노피 임상 1상도 주목
알테오젠, 리가켐바이오와 함께 신약 연구개발 분야 '3대장'으로 꼽혀온 에이비엘바이오. 지난주는 임상 단계에서 가장 앞선 파이프라인이 애매한 임상 데이터를 내놓으면서 주가가 오락가락했다. 증권가의 분석도 긍정과 부정이 섞였다. 하지만 증권가는 후속으로 개발되는 뇌혈관장벽(Blood-Brain Barrier·BBB) 플랫폼 기술에 더 주목하라는 점에서는 공통적인 의견을 냈다.
그리고 지난 7일. 에이비엘바이오는 영국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과 BBB 셔틀 플랫폼 '그랩바디-B'를 기반으로 새로운 퇴행성뇌질환(CNS) 치료제 개발을 위한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주가는 상한가로 직행했다.
국내 이중항체 기술 대표 기업
알테오젠이 제형 전환 플랫폼 기술, 리가켐이 항체약물접합체(ADC) 기술에서 국내 최고 기업이라면 에이비엘바이오는 이중항체(Bispecific Antibody) 분야에서 선도적인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중항체는 말 그대로 두 가지 다른 항원(Antigen)을 동시에 인식할 수 있는 항체다. 원래 자연적으로 생성되는 항체는 하나의 표적에만 달라붙는다. 하지만 인위적으로 이중항체를 만들면 두 가지 표적에 동시에 달라붙을 수 있다. 예를 들어 하나의 항체로 암세포를 인식한 후 다른 항체로 면역세포를 인식해 끌어와서 암세포를 죽게 할 수 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이중항체 외에도 최근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치료방식인 ADC 파이프라인도 개발 중이다.
아쉬움 남긴 ABL001 임상 결과
지난 1일(현지시간) 에이비엘바이오의 기술이전 파트너사 컴퍼스테라퓨틱스는 ABL001과 '파클리탁셀' 병용요법의 담도암 환자 대상 미국 임상 2·3상 톱라인(주요지표)을 발표했다. 치료 효과가 객관적으로 확인된 객관적반응률(ORR)이 17.1%를 기록했다는 게 핵심이다. 평가가 엇갈렸다.
부정론은 한국에서의 담도암 임상 2상 ORR이 37.5%였다는 점을 근거로 든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결국 반응지속기간(DoR), 무진행중앙생존기간(mPFS), 중앙생존기간(mOS) 등 2차 평가지표를 추가 요청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김민정 DS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후속 데이터는 올해 4분기 확인할 것으로 기대되며 예측은 불가능하다"고 평가했다.
긍정론은 파크리탁셀 단독요법 ORR 5.3% 대비 우월한 데다 암이 완전히 사라진 완전관해(CR) 환자도 1명이 나왔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미국 임상 환자는 111명이었지만 국내는 24명에 불과한 점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표본(샘플)이 작을수록 데이터가 왜곡될 가능성은 크기 때문이다. 추가로 판단 기준이 될 생존 기간 지표들도 개선될 것이란 기대감이 있다. 엄민용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임상 2·3상은 2023년 1월9일 환자모집이 시작됐고 바로 투약이 개시됐다고 가정하면 2년 이상 생존 환자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연내 DoR, PFS, OS 등 추가 데이터를 공개하며, 보수적으로 봐서 올 12월보다 발표가 조금 늦어진다고 해도 6개월이면 심사가 완료되기 때문에 내년 중 FDA 승인에는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회사 측 해명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지난주 오락가락했다.
'진짜는 BBB 플랫폼' GSK에 기술이전
에이비엘바이오의 주가 향방을 크게 좌우할 기술은 BBB셔틀 플랫폼 기술 '그랩바디-B'라는 점에 증권가는 오래전부터 컨센서스가 있었다. ABL001의 미래를 어둡게 본 애널리스트마저 "기업가치는 그랩바디-B가 좌우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랩바디-B 기술이 적용된 가장 앞선 파이프라인은 ABL301이다.
뇌는 인체에서 너무나 중요하다. BBB는 다양한 방식으로 외부 물질의 침투를 막는다. 이에 따라 대부분 약물이 BBB를 통과하지 못해 뇌 질환 치료에 큰 어려움이 생긴다. 그랩바디-B는 뇌 내피세포 표면에 있는 인슐린유사 성장인자1 수용체(IGF1R)에 결합한 후 이 수용체를 통해 약물을 BBB를 통과해 뇌 안으로 운반한다.
앞서 에이비엘바이오는 2022년 1월 글로벌 제약사 사노피와 총 10억6000만달러 규모 ABL301 파킨슨병 치료제 공동개발 및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해 10월에는 사노피에 ABL301 제조 기술 이전을 했다고 밝혔다. 현재 ABL301은 에이비엘바이오 주도하에 미국에서 임상 1상이 진행되고 있으며, 향후 임상 2상부터는 사노피가 담당할 예정이다. 김민정 DS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ABL301 임상 1상 결과는 올해 중순 발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BBB셔틀 중에서 앞선 파이프라인인 로슈의 알츠하이머 이중항체 치료제 트론티네맙이 긍정적인 데이터를 내놓으며 자연스레 에이비엘바이오에 대한 주목도도 높아졌다. 앞서 지난 3일 로슈는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 국제학회 2025(AD/PD 2025)'에서 자체 개발한 BBB 셔틀 플랫폼 '브레인셔틀'을 기반으로 하는 트론티네맙의 임상 1b·2a상의 긍정적인 중간 결과와 함께 연내 임상 3상 돌입 계획을 밝혔다. 로슈 외에 BMS, 애브비, 일라이릴리 등은 기술이전을 받아 BBB셔틀이 적용된 파이프라인을 개발하고 있다.
그리고 지난 7일. 에이비엘바이오는 글로벌 제약사 GSK에 퇴행성 뇌질환 치료제 개발 플랫폼인 그랩바디-B를 총 21억4010만파운드(4조1000억원)에 이전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2020년 알테오젠이 미국 머크와 체결한 4조7000억원대 플랫폼 기술 이전에 이어 역대 두 번째 규모다. 에이비엘바이오는 계약금과 단기 마일스톤을 포함해 총 7710만파운드(1500억원)를 한 달 내 수령할 예정이다. GSK가 개발한 약물이 상업화되면 합의된 비율에 따라 로열티(판매 수수료)도 받게 된다.
이번 기술 이전은 IGF1R 기반 BBB셔틀로서는 글로벌 최초의 플랫폼 기술이전이다. 다른 글로벌 제약사는 대부분 트랜스페린수용체(TfR)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또한 플랫폼 기술이전인 만큼 타깃 질환과 세부 치료 기술(모달리티)에 따라 무한한 확장성을 지닌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는 "그랩바디-B의 사업화를 통해 퇴행성뇌질환 치료제 시장에서 에이비엘바이오의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하고, 그랩바디-B의 적용 가능 모달리티를 확장할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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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비엘바이오는 9일 투자설명회(IR)를 개최한다. 회사 측은 이번 계약의 의미와 함께 회사가 올해 초에 제시한 4가지 성장 축에 관해 설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추후 주가 흐름을 가늠할 다양한 정보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조시영 기자 ibp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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