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트럼프 관세'발 경기침체 우려가 잇따르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강경한 관세정책을 지속하기는 어려우며 경기충격을 흡수하기 위한 네 가지 버퍼가 이미 대기 중이라는 국내 증권가 분석이 나왔다. 그 가운데 하나만 작용해도 증시는 재차 안도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조연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7일 '미국은 디톡스 중' 보고서에서 "트럼프 관세 정책의 불확실성은 4월 정점을 통과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먼저 조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따른 시장의 우려로 인해 최근 주식시장과 경제 심리지표가 악화한 점을 짚으면서도 "극단적으로 실행되기는 어렵다. 강경한 관세 정책을 지속하기 어려운 이유는 해당 정책의 미국 경기에 대한 승수 효과가 크지 않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트럼프는 고율 관세를 통해 미국 내 투자 확대, 제조업 부흥을 희망하지만, 미국 경제는 제조업(10%)보다 서비스업(50%)에 치중해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제조업 부흥을 위한 강경 관세 정책을 고집한다면 "미국 경기에 큰 파장을 가져올 수 있다"는 관측이다. 조 연구원은 1930년 허버트 후버 전 대통령의 스무트 홀리법 시행, 1971년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의 금본위 폐지, 1979년 폴 볼커 전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금리 인상 개시 등 과거 급진적 정책이 미국 경기침체를 초래한 사례들을 열거하며 "트럼프 관세 역시 과도하게 시행될 경우 침체를 비껴가기 어렵다는 점에서 점진적 시행 가능성이 더 높다"고 내다봤다. 이어 "과거 이러한 국면에서 침체를 비껴가게 한 요인은 빠른 정책 시프트(전환)"라면서 1998년 아시아 금융위기 당시 Fed의 통화정책 전환, 2002년 닷컴버블 직후 대규모 감세 정책 등 반대 사례도 강조했다.
결국 경기침체로까지 치닫는 것을 피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도 "디톡스 중 비타민 공급이 필수"라는 주장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정책에 따른 최근 주식시장 및 경제 심리지표 하락 등을 몸속에 쌓인 독소를 제거하는 과정인 '디톡스 기간'에 비유한 바 있다. 이에 조 연구원은 관세 정책 시행에 따른 경기 충격을 흡수하기 위한 부양정책들을 비타민으로 빗댔다.
특히 조 연구원은 트럼프 행정부가 경기 둔화에 대비해 준비한 네 가지 버퍼로 ▲Fed의 금리 인하 기조 ▲원유 가격 하락을 통한 소비 센티먼트 개선(Drill Baby Drill 정책) ▲감세 등 재정정책 확대 ▲규제 완화기조에 따른 실질소득 증가 등을 꼽았다. 이 가운데 과거 미국 소비 촉진이라는 강력한 효과가 확인됐던 감세 정책의 경우 적어도 7월 여름 휴회 이전 공개될 것으로 내다봤다.
조 연구원은 "경기 충격을 막기 위한 미국 정부의 네 가지 버퍼 중 하나만 작용해도 주식시장은 재차 안도할 것"이라며 "여러 내수 부양 카드를 보유하고 있고 언제든 정책을 바꿀 수 있는 '트럼프 변동성'을 감안하면 오히려 5월은 기회의 국면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아울러 "미국과 중국의 주식시장 성과가 트럼프 당선 이후 크게 엇갈렸는데, 주가지수에 민감한 트럼프가 이러한 추세를 지속시키지는 않을 것"이라며 "2023년 이후 1차 지지선으로 작용했던 PER 20배를 하회할 경우 매수 기회"라고 진단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오후 외국산 자동차에 대한 25% 관세 부과를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한편, 4월2일 예정된 상호관세가 한국을 비롯한 모든 나라를 대상으로 한다는 입장을 확인한 상태다. 같은 날 뉴욕증시의 3대 지수도 관세 우려로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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