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용차·경량 트럭 관세율 2.5%→25%
"우리 일자리·부 빼앗은 국가에 관세 부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음 달 2일부터 미국으로 수입되는 외국산 자동차에 25% 관세를 영구적으로 부과할 것이라고 26일(현지시간) 밝혔다. 지난 12일 철강·알루미늄 관세 발효에 이어 두 번째 품목별 관세 조치를 공식화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인 오벌 오피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가 할 일은 미국에서 생산되지 않은 모든 자동차에 25% 관세를 부과하는 것"이라며 이 조치는 "매우 겸손한(very modest)" 조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동차 관세는 상호관세를 발표하는 4월2일 발효되고 미국은 다음 날부터 관세를 징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는 우리나라에서 사업을 영위하고, 우리의 일자리와 부를 빼앗으며, 수년간 우리에게 많은 것을 빼앗아 간 국가들에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며 "미국에서 생산된 차량은 관세는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이번 자동차 관세 조치는 다음 달 2일 예정된 상호관세 발표를 앞두고 나왔다. 25% 관세가 적용되는 차종과 관련해 윌 샤프 백악관 문서 담당 비서관은 "새로운 관세는 외국산 승용차와 소형 트럭에 적용된다"며 "이로 인해 연간 1000억달러 이상의 새로운 수입이 발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미국은 픽업트럭에는 25% 관세를 적용했지만, 승용차와 소형 트럭에는 2.5% 관세를 매겨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2일 철강·알루미늄 관세 발효에 이어 이날 자동차 관세 발표까지 지난 1월20일 취임 후 두 개 품목에 대한 관세 조치를 공식화 했다. 앞서 예고한 대로 반도체, 의약품 등에 대한 25% 관세 부과 조치까지 시행될 경우 향후 관세 전선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목재 관세를 예고하고 구리 관세 부과 가능성까지 시사하는 등 향후 추가 관세 발표가 쏟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현대차를 비롯한 우리 기업은 이번 관세 조치로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국은 미국의 3대 자동차 수입국으로,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자동차 무역 불균형을 손봐야 할 국가 중 하나다. 미국 상무부 산하 국제무역청(ITA) 통계에 따르면 미국이 2024년 한국에서 수입한 자동차는 금액 기준 366억달러로 멕시코(785억달러), 일본(397억달러)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 미국이 한국에서 수입한 자동차 수량은 같은 해 기준 153만5616대로 멕시코(296만1598대)에 이어 2위다. 한국의 대미 수출에서 자동차가 차지하는 비중 역시 전체 품목 중 가장 크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24년 한국의 대미 수출은 역대 최대인 1277억8600만달러로, 이 가운데 자동차 수출은 347억4400만달러에 달해 27.1%로 최대 비중을 차지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 같은 관세는 대통령의 무역 전투를 상당히 확대하고 일본, 독일, 한국을 포함해 미국의 주요 교역 상대국의 최대 완성차 업체 중 상당수를 곤경에 빠뜨릴 가능성이 높다"며 "미국, 멕시코, 캐나다 전역에 걸쳐 고도로 통합된 공급망에 의존하는 북미 완성차 업체들의 경영 역시 방해할 위험이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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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자동차 관세폭탄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앞서 현대차그룹은 지난 24일 백악관에서 향후 4년간 210억달러(약 31조원) 규모의 대미 신규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현대차의 대규모 대미 투자가 향후 미국과의 개별 관세 협상에서 세율 완화 등 통상 압력을 낮추는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됐다.
뉴욕(미국)=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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