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생 초기부터 채권자와 유기적 소통 중요"
시공능력평가 50~200위 사이의 중견 건설사들이 잇달아 법정관리를 신청하고 있다. 2024년 조짐을 보였던 '건설사 줄도산' 위기가 2025년에 본격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법원 홈페이지에 공개된 2024년 10월1일부터 2025년 3월24일까지의 회생·파산 사건 공고를 보면 회생을 신청한 건설 업체(국토교통부 건설업체 정보 조회 기준)는 ▲2024년 10월 6곳 ▲2024년 11월 11곳 ▲2024년 12월 7곳 ▲2025년 1월 20곳 ▲2025년 2월 15곳 ▲2025년 3월 14곳(24일까지)이었다. 2025년 들어 뚜렷한 증가세를 보인다.
금융 비용 증가와 경기 침체 영향
특히 중견 건설사의 회생 신청이 두드러진다. 신동아건설(시공능력 58위), 삼부토건(71위), 대우조선해양건설(83위), 대저건설(103위), 삼정기업(114위), 안강건설(116위), 벽산엔지니어링(180위) 등 모두 7곳이 회생 절차에 돌입했다. 한 서울회생법원 소속 판사는 "줄도산이 현실화됐다고 판단하기에는 아직 다소 이르지만, 올해 들어 다른 업종에 비해 건설사의 회생 신청 건수가 눈에 띄게 늘어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건설사들의 회생 신청이 늘어나는 데는 부동산 경기 침체 장기화, 공사비 급등, 고금리, 미분양 증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서울회생법원 소속 한 부장판사는 "최근 들어오는 건설사 회생 사건을 보면 거의 공통적으로 두 가지 사유를 든다"며 "첫째는 코로나19 이후 이어진 금리 상승에 따른 금융 비용 증가이고 둘째는 건설경기 침체에 따른 미분양 사태 등 수익성 악화"라고 말했다.
실제로 회생 절차에 돌입한 건설사들의 부채비율은 대부분 위험 수준을 넘겼다. 업계에서는 부채비율이 200%를 넘기면 위험, 400% 이상이면 잠재적 부실로 간주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 대우조선해양건설의 부채비율은 838.8%, 삼부토건은 838.5%, 신동아건설은 428.8%에 달했다.
위험 수위 도달 건설사 수두룩
아직 회생을 신청하지 않았지만 위험 수위에 도달한 업체들도 적지 않다. 한양산업개발(91위)은 820%, 이수건설(85위)은 817%, 대방산업개발(77위)은 513%, 동원건설산업(65위)은 344%의 부채비율을 기록하며 모두 '위험' 수준 이상이다.
건설업은 미분양 사태가 발생하면 건설사가 치명타를 입는다. 전문가들은 건설업은 시공 책임으로 발생하는 '우발 부채'가 많은 만큼 회생 절차를 통해 이를 정리하는 게 의미 있는 선택일 수 있다고 본다. 회생 절차 초기부터 채권자들과 유기적으로 소통하고 장기적으로 기업의 영속성을 담보할 수 있는 재무 상태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도 강조한다.
다수의 회생 사건을 경험한 다른 부장판사는 "경기가 침체되면 수익이 10~20% 줄어드는 정도에 그치는 다른 업종과 달리 건설업은 미분양이 발생하면 바로 적자로 전환된다"며 "결국 중요한 건 회사를 버틸 수 있는 구조로 만드는 것이고, 이를 위해서는 회생 절차 초기부터 채권자와의 적극적으로 소통하면서 협조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허승진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46·사법연수원 37기)도 "건설업은 수주 산업이라 회생 절차가 길어지면 기존 거래처와의 관계가 단절돼 존속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며 "건설 수요가 있는 회사와 인수합병(M&A)을 추진하는 등 최대한 절차가 신속히 종결될 수 있는 방식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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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명 법률신문 기자
※이 기사는 법률신문에서 제공받은 콘텐츠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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