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가 낳은 알뜰소비 붐
동묘 구제시장·중고책방 북적
남들 시선보다 실용성 기능 중시
젊은층 사이에 중고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누군가 사용했던 물건을 다시 쓰는 걸 꺼리는 인식은 엷어지고 실용적 소비 패턴이 자리잡고 있다.
24일 오후 서울 동묘 구제시장에서 만난 유성현씨(32)는 “직장 퇴사 후 쉬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생활비를 아껴야 할 사정이 생기다 보니 중고물품을 찾게 됐다”며 “청바지·남방 등을 입어보니 헌 옷 같다는 느낌도 나지 않아 옷은 대부분 중고를 산다”고 했다. 빈티지 숍 직원 정모씨(27)는 “MZ세대가 선호할 만한 브랜드를 미국, 유럽에서 수입해 저렴하게 파는 까닭에 찾는 손님이 많다”고 말했다.
중고 책방도 북적였다. 신수언씨(25)는 “2만원 가까이 하는 책을 3000원에 구매할 수 있다”며 “중고물품으로 생활비를 최대한 줄일 수 있어 좋다”고 했다. 중고책방 사장 박모씨(65)는 “경기가 어려운지 요즘엔 젊은이들도 헌책을 찾으러 많이 온다”고 했다.
중고거래 플랫폼 중고나라와 번개장터에 따르면 올해 1~2월 중고 물품 거래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5%, 45% 급증했다. 업계 관계자는 “아무래도 고물가와 침체가 겹친 데 따라 주머니 사정이 얇아지면서 새 제품보다 중고물품을 선호하는 이들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2월 소비자심리지수는 95.2로 지난해 12월(88.4) 이후 3개월째 기준값인 100을 밑돌았다.
서울 송파구에서 세 살 아기를 키우는 박지혁씨(39)는 대부분 육아용품을 중고로 사고 있다. 박씨는 “옷, 침대, 트램펄린 등을 중고로 샀다”며 “아이가 성장하면서 사용하게 될 물품이 저렴한 값에 나올 때마다 미리 쟁여놓고도 있다”고 말했다. 신연경씨(27)는 “조만간 이사를 하는데 냉장고, 테이블 등 대부분 가전제품을 중고로 살 예정”이라며 “실용성에 큰 문제만 없다면 중고품이라는 것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다”고 했다.
지금 뜨는 뉴스
김시월 건국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물가 상승으로 인해 소비 트렌드가 물품이 새것인지 여부보다는 기능성 위주로 바뀌고 있다”면서 “합리적 소비, 환경 보호, 경제적 부담 완화라는 측면에서 사회적으로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건전한 소비 방식”이라고 말했다.
변선진 기자 sj@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