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 하나 책임지겠다는 사람 없어 화가 나"
경남 산청군 산불을 끄다 숨진 산불진화대원과 인솔 공무원 등 4명의 빈소가 마련됐다. 유족은 장례식장에서 눈물을 쏟아냈다.
23일 연합뉴스는 경남 창녕군 창녕서울병원 장례식장에 지난 21일 오후 산청군 시천면 야산에서 발생한 불을 끄다 숨진 이들의 빈소가 마련됐다고 보도했다. 이번 사고로 숨진 사망자들의 시신이 도착할 때마다 장례식장은 울음바다로 변했다.
60대 산불진화대원 A씨의 아내 김씨(52)는 남편을 누구보다 일에 적극적이고 정의로운 사람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지난해 11월부터 산불진화대원으로 일하면서 사람들과 잘 지내고 일도 재밌다며 남편이 매우 만족해했었다"며 "작은 일도 그냥 못 지나치는 성격이라 그날도 아마 마지막까지 정신없이 불을 껐을 것 같다. 그 순간 얼마나 뜨거웠을지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라고 마음 아파했다.
이번 사고로 사망한 유일한 공무원인 창녕군 소속 30대 B씨의 유족들도 분노를 삭이지 못했다. 이들은 "우리 아들 어떡하노", "못 지켜줘서 미안하다"며 오열했다. B씨의 한 친척은 "그날 바람이 강하게 불었으면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서 투입했어야 하는 거 아니냐"며 "아직도 사고가 어떻게 하다 났는지 제대로 된 브리핑조차 듣지 못했다. 사람이 4명이나 죽었는데 누구 하나 책임지겠다는 사람도 없으니 황당하고 화가 난다"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B씨의 동료들은 B씨가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직원이었다고 이야기했다. B씨와 1년간 같은 부서에서 일한 한 직원은 "불평불만 없이 항상 일에 의욕을 갖고 일한 직원으로 기억한다"며 "당시 강풍과 역풍으로 산불 진화 차량이 전소됐을 만큼 불길이 거셌던 것으로 들었는데 끝까지 업무에 최선을 다했던 B씨를 잊지 않겠다"라고 말했다.
이날 빈소에 도착한 성낙인 창녕군수는 "우선 우리 지역 분들이 모두 예기치 않은 사고를 당하셔서 군수로서 죄송하게 생각하고 돌아가신 분들의 명복을 빈다"며 "산림청과 경남도에서 진화 작업 등을 관리하는 만큼 사망자들 장례와 부상자들 치료 등 군에서 할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예우를 다하겠다"라고 애도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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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고 사망자들은 모두 지난 21일 오후 3시 28분께 산청군 시천면 한 야산에서 발생한 불을 끄기 위해 22일 현장에 투입됐다가 산 7부 능선 지점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창녕군은 창녕읍 창녕군민체육관에 합동분향소를 설치하고 24일부터 4일간 운영한다. 아울러 오는 27일까지 5일간을 애도 기간으로 정하고 각종 행사를 모두 중단할 예정이다. 박완수 경남도지사는 사망자를 애도하고 유족을 위로하는 한편 최대한 이른 시일 안으로 산불을 진화하라고 지시했다. 경상남도는 상해·사망자와 유가족 지원·심리 회복 등 사후 관리 체계를 정비할 방침이다.
구나리 기자 forsythia2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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