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 오사카 엑스포 이어 두 번째
과거의 영광 재현할까 관심 집중
바가지 요금·2억엔 화장실에 여론은 '시큰둥'
일본 오사카 엑스포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도쿄 올림픽 이후 일본이 또다시 맞이하는 메가 이벤트인데요. 일본에서는 서로 엇갈리는 여러 기사가 보도되고 있습니다. 벌써 박람회장 근처 호텔 숙박료가 오를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는 긍정적인 이야기부터, 바가지요금 논란까지 여러 이야기가 오가고 있는데요. 사실 이번 오사카 엑스포는 1970년 오사카 엑스포에 이어 두 번째로 개최되는 것인데요. 첫 번째 엑스포가 일본인들에게는 과거의 영광을 의미하는데도 불구, 지금은 그 의미가 매우 퇴색된 것처럼 보입니다. 오늘은 한 달 남은 오사카 엑스포와 관련된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과거의 영광이었던 1970 오사카 엑스포
우리나라에도 '88 올림픽', '대전 엑스포'는 대한민국을 세계에 알린 중요한 메가 이벤트로 기억되는데요. 원래 1970년에 열렸던 오사카 엑스포도 일본인에게 그런 과거의 영광으로 여겨지는 행사입니다. 일단 1970년 오사카 엑스포는 아시아에서 최초로 개최된 국제박람회였습니다. 77개국이 참여하는 당시 기준 엄청난 규모의 행사였는데요. 이때 일본 국민총생산(GNP)이 미국에 이어 2위를 기록할 정도로 경제 대국이었으니 일본의 위상을 알리는 목적으로 열기 충분했죠. 일본이 앞서 1964년 수도 도쿄에서 올림픽을 개최한 뒤 이번에는 간사이 지방에서 엑스포를 여니 수도와 지방 모두 '잘 나간다'라는 인식을 주기 좋았습니다. 이 오사카 엑스포에서 처음으로 '아이맥스'가 소개되기도 했습니다.
당시 엑스포를 보러 일본의 지방 사람들도 오사카로 왔을 정도였는데요. 엑스포장으로 100km 떨어진 거리에서 온 관람객이 48%, 300km 떨어진 거리에서 온 관람객이 36%나 됐다고 합니다. 1970년대의 교통 사정을 고려하면 사실상 대규모로 민족이 대이동 했다고 볼 수 있는데요. 이때 일본 고속철도 신칸센이 개업한 지 6년째였는데 잘 알려지진 않았을 때였고, 멀리서 온 사람들이 신칸센을 이용하게 되면서 고속철도도 중요한 교통수단으로 인식되게 됩니다. 엑스포가 끝난 뒤 오사카 엑스포로 일본인 대이동 경험을 해봤으니, 철도회사들은 엑스포가 끝난 직후 '디스커버 재팬'이라는 철도 여행 캠페인을 시작합니다. 이 때문에 국내 여행 붐도 일게 됐어요.
그리고 당시 내각총리대신이었던 다나카 가쿠에이는 지방 도시와 수도권을 연결해 격차를 없애겠다며 '열도개조론'을 꺼내 드는데요, 지방 곳곳에 신칸센 역이나 공항을 전부 까는 정책을 펼칩니다. 세계적 메가 이벤트를 개최해 위상도 높이고, 지방에 고속철도가 깔리고, 이를 통해 다들 여행도 편하게 다니는 등의 경험을 했으니 사실상 당시 엑스포는 국위선양과 그로 인한 발전의 역할을 톡톡히 해낸 셈이죠.
우리도 대전 엑스포 뒤 꿈돌이 마스코트가 '어른이'들의 향수를 자극했던 것처럼, 일본의 '오사카 엑스포'는 잘 나가던 시기에 대한 향수로 남게 된 것이죠. 이 때문에 일본의 각종 애니메이션에도 오사카 엑스포가 소재로 등장했을 정도입니다.
과거의 영광은 어디로…논란의 2025 오사카 엑스포
55년이 지나 열리는 오사카의 두 번째 엑스포. 그러나 생각보다 여론은 좋지 않습니다. 이번 엑스포는 다음 달 13일부터 10월 13일까지 열리는데요. 사실 1970년 오사카 엑스포는 일본 위상을 세계에 알리기 위한 목적이라도 있었지, 지금은 엑스포가 무슨 의미를 갖느냐며 메가 이벤트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많은 것 같습니다. 여기에 공사가 지연되고 회장을 만드는 데 예산을 초과로 쏟아붓게 되면서 여론도 굉장히 안 좋아졌었는데요. 일단 공식 캐릭터를 공개했을 때부터 충격을 주기도 했었죠.
개최를 한 달 앞두고 생겨난 새로운 문제는 '바가지요금'입니다. 안에서 판매하는 라멘이 한 그릇 2000엔(1만9500원), 접시 하나에 담긴 샌드위치가 1000엔(9780원) 이상, 한 그릇 3850엔(37600원)에 판매한다는 소바 등 엑스포에서 판매하는 음식이 대체로 너무 비싸다는 지적이 나오는데요. 일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어차피 일본인들은 안 가고 외국인들만 올 거니까 관심 없다. 알아서 받으라 해라"라는 이야기까지 나오는 상황이죠. 오사카 엑스포 측에서는 "오사카 엑스포에서만 먹을 수 있는 것들로 준비했기 때문에 그런 것을 충분히 즐겨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말했지만, 여론이 사그라들지는 못한 상황입니다.
또 이번 엑스포장 내에 젊은 건축가들이 설계하는 '디자이너 화장실'을 선보이는데요, 여기에 들어가는 예산이 2억엔(19억5500만원)이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한차례 또 논란이 됐습니다. 행사장 내 마련되는 공중화장실 40곳 중 8곳이 디자이너 화장실이고, 그중 2곳은 변기 수가 50~60개가 되는 대규모 화장실이라는데요. 그 2곳 설비 비용에 해체 비용까지 포함해 각각 2억엔이 들어간다는 것이 알려져 빈축을 사기도 했습니다.
이렇다 보니 일본 내에서 엑스포를 향한 여론은 그다지 좋지 않습니다. 티켓 판매도 부진하죠. 목표 티켓 판매 수는 1400만장인데, 지난 5일 기준으로 806만장이 팔려 여전히 목표를 밑돌고 있습니다. 이것도 대부분 기업이 사들이고 있기 때문에 일반인들을 어떻게 끌어모을 것인가가 과제가 되고 있죠. 오사카 엑스포에서는 폐막까지 티켓을 총 2300만장을 팔겠다는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만, 내수로 이를 충당하기 무리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미쓰비시종합연구소가 지난해 12월 공표한 의식조사에 따르면 오사카 엑스포에 '가고 싶다'라고 회답한 사람은 24%로 직전 조사보다 3%포인트 하락했다고 하네요.
이 때문에 오사카 엑스포에 입점하는 지방자치단체에서 학생들에게 티켓을 무료 배포하는 등 여러 유인책을 꺼내고 있습니다. 후쿠이현의 경우 현 내 초·중·고생 8만명에게 티켓을 무료 배포했는데요. 다만 1인 1매의 엑스포 입장권이기 때문에 오사카까지 가는 교통비, 가족 티켓 구입비는 알아서 내야 합니다. 학교 단위로 초대하겠다는 구상도 있으나 방문하지 않겠다는 학교도 늘어나고 있죠. 열사병이나 지진이 났을 때 대피하기가 어렵다는 안전상의 문제나 오사카까지 이동하는 교통비를 보호자가 부담해야 한다는 등의 이유로 이조차도 잘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도 메가 이벤트다 보니 해외 관광객을 상대로 한 집객은 어느 정도 성과를 내는 것 같습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오사카 엑스포를 앞두고 오사카에서 신규 호텔이 연달아 문을 열면서, 엑스포가 진행되는 4월부터 10월까지 오사카 시내 숙박 예약 건이 이미 전년 동기 대비 2배가 됐다고 보도했는데요. 객실 단가도 코로나19 팬데믹 전 대비 많이 올라 엑스포 기간 중 숙박 요금이 더 오를 것이라고 기대하는 모습입니다. 일본 정부도 관광객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간사이 국제공항의 항공편을 대폭 늘릴 예정이고요, 입국 심사장 면적도 이에 맞춰서 확장하고 있습니다. 신칸센도 증편 운행하고, 임시 쾌속 열차인 '엑스포 라이너'도 편성하게 되죠. 그리고 엑스포장과 인접한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과 제휴를 맺는 등 관광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여러 방안을 고심 중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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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번 오사카 엑스포는 메가 이벤트를 바라보는 시선이 어느 나라나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과연 이번 엑스포는 1970년대 영광의 엑스포처럼 기억될 수 있을까요.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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