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상무장관, 5일께 관세 경감안 발표 시사
"규칙 따른다면 구제책 검토"
트럼프 막가파식 관세 폭주
글로벌 무역전쟁·경제 불확실성 확대
'트럼프발(發) 관세 전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미국이 캐나다, 멕시코에 발효한 25% 관세 폭격 하루 만에 타협 가능성을 열어 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각국이 보복관세로 맞불을 놓으며 확전 양상으로 치닫는 무역 전쟁이 일부 진정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하지만 미국이 상호관세와 품목별 관세를 잇달아 부과할 예정인 데다, 일단 관세폭탄을 던져 상대방을 코너로 몬 뒤 한발 물러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막가파식' 폭주가 멈출 가능성도 낮아 글로벌 무역 전쟁과 경제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美 상무 "5일께 멕·加 관세 경감 조치 발표"…'트럼프發 관세 전쟁' 격화 속 타협 가능성 시사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은 4일(현지시간) 폭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멕시코와 캐나다 모두 오늘 나와의 통화에서 그들이 더 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했다"며 이르면 5일 두 국가에 이날 자정 발효한 25% 관세와 관련해 일부 경감 조치를 발표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매우 공정하고 합리적이기 때문에 이를 경청하고 있다"며 "그래서 난 그가 그들과 협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캐나다, 멕시코에 대한 관세 유예 가능성에는 선을 그었다. 러트닉 장관은 "일시정지는 아니지만 그가 중간 지점을 알아낼 것"이라며 "우리는 아마도 내일 그것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북미 3국 간 자유무역협정(FTA)인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을 언급하며 "당신들이 규칙을 따른다면 대통령은 당신들에 대한 구제책 제시를 검토하고 있다"며 "만약 규칙을 따르지 않는다면 관세를 내야 한다"고 했다.
러트닉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캐나다, 멕시코, 중국에 대한 미국의 관세 조치 강행으로 보복 조치가 잇따르는 등 관세 전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나왔다. 미국은 이날 자정부터 캐나다와 멕시코에 한 달간 유예했던 25% 관세를 발효했다. 중국에 대해서는 지난달 4일 부과한 10% 추가 관세에 이어 10%를 더 올려 추가 관세율을 총 20%로 올렸다.
각국은 즉시 반격에 나섰다. 캐나다는 총 1550억캐나다달러(약 156조원) 규모의 미국산 수입품에 25%의 보복 관세를 부과하기로 하고, 이 중 300억캐나다달러(약 30조원) 어치의 수입품에는 이날부터 즉시 관세를 발효했다. 중국은 미국산 농·축·수산물에 최고 15%의 관세를 부과하는 조치를 오는 10일 시행한다고 즉각 발표했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도 이날 "우리는 관세와 비관세 수단으로 대응할 것"이라며 오는 9일 구체적인 조치를 내놓겠다고 밝혔다.
정상 간 날 선 비판도 쏟아졌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을 가리켜 "그가 원하는 건 캐나다 경제의 완전한 붕괴 후 합병"이라며 "그런 일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는다"고 직격했다. 캐나다에 대한 관세 부과는 그동안 캐나다가 미국의 51번째 주(州)가 돼야 한다고 여러 차례 언급해 온 트럼프 대통령의 큰 그림이라는 비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술 더 떠 "캐나다의 트뤼도 주지사에게 설명 좀 해달라"며 "그가 미국에 보복관세를 부과하면 우리의 상호관세는 즉시 같은 수준으로 인상될 것"이라고 언급해 추가 보복관세를 때리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매드맨' 같은 트럼프 관세 폭주…글로벌 무역 전쟁, S 공포 확산
미국이 캐나다, 멕시코에 대한 관세 협상 가능성을 열어둔 것은 북미 3국 경제가 고도로 통합돼 미국 또한 타격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대미 수출 의존도가 80%에 달하는 캐나다와 멕시코는 이번 관세 조치로 대량 해고와 경기 침체 등 직격탄이 예상되는데, 미국 역시 '스태그플레이션(경기 둔화 속 물가 상승)'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 보험회사 네이션와이드에 따르면 캐나다, 멕시코, 중국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관세 부과와 상대국의 보복 관세 조치가 2025년 내내 유지된다면 올해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포인트 하락하고, 인플레이션은 0.6%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추산됐다. 에버코어 ISI는 미국 GDP 성장률이 올해 1%포인트 하락하고, 예일대 버짓 랩은 미국 인플레이션이 내년 1.2%포인트 오른다고 전망했다. 북미 3국은 USMCA에 따라 대부분 교역품에 무관세를 적용하고, 공급망 역시 긴밀하게 얽혀 있어 향후 초래될 혼란을 예측조차 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만만치 않다.
트럼프발 관세 불확실성으로 기업들이 투자를 미루는 등 미 제조업 경기 위축 징후도 나타나고 있다. 미 공급관리자협회(ISM)는 전날 발표한 2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보고서를 통해 "고객(기업)들이 관세 불확실성으로 신규 주문을 중단하고 있다"며 "행정부가 (관세) 시행 방안과 관련해 명확한 지침을 주지 않아 사업에 대한 영향을 예측하기가 더 어렵다"고 밝혔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이 보고서에서 관세는 20차례 언급돼 1월(4차례)보다 5배 늘었다. 기업들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미국 소매업체 타깃은 관세 인상으로 인한 올해 매출 정체 가능성을 시사했고, 가전유통업체 베스트바이 역시 관세 비용이 소매업체에 전가돼 소비자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시장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매드맨(광인)' 같은 관세 폭주로 글로벌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수 있다는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별 관세에 이어 상호관세, 반도체·자동차·의약품에 대한 품목별 관세 부과까지 예고했다. 동맹과 적을 가리지 않고 미국의 이익을 최우선에 둔 무차별적 보호무역주의에 자유무역에 기반을 둔 글로벌 교역 질서가 붕괴되고, 전 세계의 경제성장률이 둔화할 수 있다는 경계감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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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드루 윌슨 국제상공회의소(ICC) 사무총장은 "우리는 앞으로 몇 달 동안 세계 경제를 어둡게 만들 매우 위태로운 상황에 놓이게 될 것"이라며 "미국이 수입품에 대한 높은 관세 부과 조치를 철회하지 않는다면 세계 경제는 1930년대 대공황과 유사한 붕괴를 겪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뉴욕(미국)=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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