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칠레서 대규모 정전 발생
국토 90%가 한때 영향 받아
제주~싱가포르 거리와 맞먹는
국토 약 4300㎞가 마비된 셈
전력공급 대부분 재개된 이후
통행금지령·국가비상사태 해제
남미 칠레 전역에서 국토 90%가 암흑에 갇히는 유례없는 대규모 정전이 발생했다. 정전의 여파로 3명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당국은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26일(현지시간) 라테르세라에 따르면 카롤리나 토하 칠레 내무부 장관은 "전날 전력 의존도가 높았던 3명이 숨진 것으로 확인했다"며 "정전이 이들의 사망에 얼마나 큰 원인으로 작용한 것인지에 대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히메나 아길레라 칠레 보건부 장관도 이 세 건의 사례에 대해 "명확한 책임 소재 규명을 위해 철저한 감사를 시행할 계획"이라고 했다.
앞서 칠레에서는 전날 오후 3시16분 수도 산티아고를 비롯해 북부 아리카에서부터 남부 로스 라고스에 이르는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전력 공급이 끊겼다. 전체 국토 면적 중 약 90%에 달한다. 제주에서 싱가포르 거리와 맞먹는 길쭉한 국토 약 4300㎞가 사실상 마비된 셈이다. 이 여파로 도시 전역에 길가 가로등이 거의 작동하지 않았고 응급차 사이렌 소리가 울려퍼졌다고 현지 매체는 전했다.
일부 지역에선 인터넷과 휴대전화 통신도 먹통이 됐으며 세계 최대 구리광산은 한때 조업을 중단하기까지 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산티아고의 한 놀이공원 내 수십m 높이 놀이기구에 갇힌 사람들을 구하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이 공유되기도 했다. 결국 당국은 당일 밤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야간 통행을 금지했다.
가브리엘 보리치 대통령은 민간 전력망 운영업체를 강하게 성토하면서 당국에 경위 파악을 지시했다. 다만 정부는 이번 사태가 테러 같은 외부 공격에 의한 것은 아니라고 봤다. 카롤리나 토하 내무부 장관은 "북부 노르테치코 시설 송전선 장애에 따른 문제로 추정된다"고 했다.
전력 공급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이날 대부분 재개됐다. 전날 밤 내려진 국가비상사태는 이날 오전 9시를 기해 해제됐다. 그러나 3명의 사망자가 나오면서 당국이 경위 파악에 나선 상태다. 당국은 또한 심야 통행금지 시간대 외부에 돌아다니던 사람을 포함해 200여명을 붙잡아 수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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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에서 가장 안정적인 전력망을 가진 것으로 평가받는 칠레에서 이 정도 규모의 정전이 발생한 것은 15년 만에 처음이다.앞서 2010년 2월 강진을 경험한 칠레에서는 같은 해 3월 발전소 손상으로 국민 90%가 정전으로 인해 불편을 겪은 바 있다.
서지영 인턴기자 zo2zo2zo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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