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이 국회에 부여한 헌재 구성권 형해화"
곧바로 재판관 지위 인정해달라 청구는 각하
최 대행 마 후보 임명 시점에 촉각
헌법재판소는 27일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불임명’을 두고 우원식 국회의장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상대로 낸 권한쟁의심판 사건에서 "최 대행이 국회 권한을 침해한 것이 맞는다"고 재판관 8명 전원일치로 결정했다.

헌재는 "최 대행이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국회가 선출한 마은혁 후보자를 재판관으로 임명하지 않은 것은 헌법이 부여한 국회의 재판관 선출을 통한 헌재 구성권 침해"라고 밝혔다. 헌재는 또 "대통령 또는 권한대행이 자신에게 재판관 임명권이 있음을 이유로 정당한 사유 없이 국회가 선출한 사람을 임명하지 않는 것은 헌법이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에게 부여한 헌재 구성권을 형해화하는 것으로 허용될 수 없다"고 했다.
재판관 9명으로 구성되는 헌재는 이중 3인은 대통령이 임명하고, 다른 3명은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사람을 대통령이 임명하며, 나머지 3명은 국회가 선출하는 사람을 대통령이 임명하게 돼 있다. 행정, 입법, 사법부가 각각 3명씩 인선권을 행사하는 것이다. 이번 헌재 결정은 이같은 국회의 실질적인 재판관 인선권을 최 대행이 침해했다는 것이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통상 기속력이 있다. 국가기관이나 개인은 헌재 결정 내용에 따라 행동할 의무를 지닌다는 것이다. 하지만 따르지 않을 경우에 처벌이나 제재가 있는 것은 아니다. '강제력'은 없다는 뜻이다. 또한 헌재가 마 후보자를 언제 임명하라는 것까지 정한 것도 아니어서 결국 최 대행의 판단이 향후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일정 등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최 대행이 조기에 마 후보자를 임명하면 헌재는 재판관 9명 '완전체'가 되면서 지난 25일 종결된 윤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이 재개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8인 체제'를 둘러싼 논란을 불식하기 위해 9인 체제로 탄핵심판 선고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선 변론을 재개해 갱신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경우엔 선고가 약간 미뤄질 가능성이 커진다.
마 후보자가 재판관으로 임명되더라도 스스로 윤 대통령 탄핵심판에 참여하지 않겠다며 회피할 수도 있다. 이 경우에는 별도의 변론갱신 절차 없이 8명의 재판관이 최종 결론을 내리게 된다. 3월 중순 선고가 이뤄지는 것이다.
한편 헌재는 마 후보자에게 재판관 지위를 부여해달라는 지위확인 등에 관한 부분은 부적합하다며 각하했다. 헌재는 "이러한 청구는 헌재로 하여금 마은혁에 재판관이라는 법적 지위를 부여하는 내용의 결정을 해 달라는 것"이라며 "이는 헌재가 권한 침해를 확인하는 것을 넘어 헌법 및 헌재법상 근거가 없는 일을 하는 것이어서 부적법하다"고 했다. 우 의장이 본회의를 거치지 않고 심판을 청구한 것이 적법하냐는 청구와 관련해선 "문제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헌재는 윤 대통령 탄핵 사건 평의를 매일 열고 있다고 한다. 평의는 재판관 전원이 참석해 주심 재판관이 쟁점별로 검토한 사항을 요약 발표하면 재판관들이 각자 의견을 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평의는 전례에 따라 약 2주 동안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는 것이 대체적인 법조계의 관측이다.
지금 뜨는 뉴스
헌재는 윤 대통령 이외에도 현 정부 공직자 5명에 대한 탄핵 심판 선고를 준비하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 최재해 감사원장을 비롯해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조상원 중앙지검 4차장, 최재훈 중앙지검 반부패2부장 등 검사 3인이 대상이다. 한 총리는 19일, 최 감사원장은 12일, 검사 3인은 24일 각각 변론을 마쳤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곽민재 기자 mjkwak@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