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민 뮤렉스파트너스 대표 인터뷰
"AI 투자, 지금이 적기…하드웨어 넘어 서비스 주목"
최근 서울 강남구 뮤렉스파트너스 사무실에서 만난 강동민 대표는 '한국의 AI 경쟁력'을 묻자 이같이 답했다. 그는 "스마트폰 하드웨어 경쟁력이 낮아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잘 만들어 먹고사는 국가들이 분명히 있다"며 "AI 투자도 그간 하드웨어 인프라에 집중됐을 뿐이다. 특정 산업에서 AI를 활용한 서비스 모델을 만드는 '버티컬 AI'에서 스타트업의 성장 기회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소수 스타트업에 '집중 투자' 중요"
강 대표는 2007년 현대증권(현 KB증권) 자기자본투자팀에서 투자 업무를 시작했다. 증권사에서 벤처투자 및 출자자(LP) 업무를 하던 그는 2014년 VC로 이직했고, 2017년엔 이범석 대표와 의기투합해 뮤렉스파트너스를 공동 설립했다. 현재 이 대표가 사모펀드(PEF) 부문, 강 대표가 VC 부문을 각각 전담한다. 인수합병(M&A)과 스타트업 기업설명회(IR) 단계에서 두 부문의 활발한 협력이 이뤄진다.
뮤렉스파트너스의 슬로건은 '리인벤트 VC(Reinvent VC)'다. 강 대표는 "스타트업 생태계는 굉장히 선진화되고 있는데, 한국 VC 문화는 정체돼 있다고 생각했다"며 "외국계 VC는 스타트업이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 스타트업)이 되고 해외 글로벌 시장으로 나갈 수 있도록 독려한다. 반면 국내는 여러 VC가 스타트업의 코스닥 상장을 우선 목표로 둬 안타까웠다"고 설명했다.
주요 투자 전략은 '소수 스타트업에 대한 집중 투자'다. 뮤렉스파트너스는 '스프레이 앤드 프레이(spray and pray·뿌리고 기도하기)' 투자를 멀리한다. 스프레이 앤드 프레이는 VC가 최대한 많은 스타트업을 투자·지원하기 위해 적은 금액을 여러 회사에 투자하는 전략을 말한다. 강 대표는 "VC는 스타트업 창업자를 믿고 투자해야 하고, 그 믿음의 크기가 스타트업 인생과 사업 규모를 결정한다"며 "실제로 포트폴리오의 70%는 우리가 직접 리드 투자한 회사다. 소수 스타트업에 집중함으로써 기업 가치도 극대화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AI 투자 늦지 않아…산업별 특화된 서비스 혁신 주목"
뮤렉스파트너스는 출범 7년여 만인 지난해 누적 운용자산(AUM) 4000억원 규모의 VC로 성장했다. 현재 운영 중인 펀드는 총 10개다. 특히 올해엔 '버티컬 AI'에 주목해 AI 초기 기업 투자를 중심으로 신규 펀드를 조성할 계획이다. 버티컬 AI는 여행과 보험, 의료, 법률, 자율주행 등 특정 분야에 특화된 맞춤형 AI 서비스를 의미한다.
강 대표는 "AI 시장이 과열됐다는 시각도 있지만 실제로는 AI 하드웨어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집중된 것일 뿐"이라며 "한국은 AI 지원 방향이 데이터센터 설립과 그래픽처리장치(GPU) 확보, 거대언어모델(LLM) 제작을 주된 목표로 삼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정말 잘할 수 있는 영역은 그 위에 붙는 영역이다. 버티컬 AI에 대한 정부 지원도 더욱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단순히 유명한 AI 전문가가 소속된 스타트업이 아니라 특정 산업의 전문 인력을 대체하거나 인건비적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등 실질적으로 AI를 활용해 비즈니스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곳에 투자할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해엔 '해빗팩토리'와 '샵라이브'에 각각 50억원을 투자했다. 2016년 설립된 해빗팩토리는 AI를 활용해 각종 보험상품을 비교하는 비대면 보험상담 앱 '시그널 플래너'를 운영하고 있다. 일반 오프라인 보험 판매원 대비 생산성이 10배에 가깝고, 이를 통해 판매된 보험의 해지율은 10분의 1에 불과하다. 2019년 서비스 시작 이후 지난해 누적 이용자가 100만명을 넘어섰다.
AI 비디오 커머스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 스타트업인 샵라이브는 고객사가 웹사이트, 모바일 앱에서 숏폼(짧은 영상) 커머스를 쉽게 운영할 수 있도록 솔루션을 제공한다. 단순 비디오 송출을 넘어 AI를 활용해 숏폼을 자동으로 만들어주기도 한다.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싱가포르에 본사를 두고 있고, 국내 지사는 개발팀 위주로 구성돼 있다. 2020년 설립 후 4년 만에 누적 고객사 100곳을 돌파했다.
젊은 창업자의 역동성에도 주목했다. 강 대표는 "IT 웨이브가 새로 나타날 때마다 창업자의 세대도 바뀌고, VC의 지형도 바뀌었다"며 "모바일 생태계는 대부분 1980년대생 창업자들이 주도했는데, AI 시장은 1990년대생 창업자가 주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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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그는 "시장에 좋은 창업자가 없다는 일부 의견이 있는데 동의하지 않는다. 창업 생태계는 10년 전보다 훨씬 좋아졌고, 시장엔 좋은 스타트업이 매우 많다"며 "지금의 창업가는 '유니콘'이란 말을 학생 시절부터 들어온 만큼, 고시보다는 창업의 꿈을 꿀 수 있는 세대다. AI 서비스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는 지금이 스타트업 투자에서 결정적인 시기"라고 덧붙였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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